산행

순천 낙안 금전산 산행 (오공재 → 금전산 정상 → 성북마을)

epician 2020. 2. 10. 09:00

어느덧 4번째이자, 금전산의 가보지 못한 마지막 구간을 다녀온 산행이다.
금전산의 다른 코스가 궁금하신 분들은 여길 클릭~~~

오공재, 가보지 못했던 마지막 코스

설 연휴 직전까지는 일에 파묻혀서 죽은 듯이 지냈는데, 다행히 설 연휴 이후로 조금 한가하여 주말마다 등산을 즐기는 중이다. 어딜 갈까 잠깐 고민하다가 기분 탓에, 호기심 탓에 금전산 오공재 코스를 선택했다.

등고선만 봐도 오공재 코스가 금전산 등산로 가운데 가장 편할 것 같다는 견적이 나오더라. 이번엔 힘든 길보다는 어슬렁 어슬렁 숲길을 거닐고 싶었다. 금전산의 그 풍경과 기운이 다시 생각나기도 하고.

산행경로 (오공재 → 금전산 정상 → 금강암 → 성북마을 → 낙안읍성민속마을 주차장, 약 6KM, 약 3시간 소요)

교통편

오공재 코스를 마지막까지 가보지 못했던 이유가 접근성 탓 아닐까 싶다. 다른 코스는 낙안읍성을 중심으로 시작하기 편한데, 오공재는 그렇지 못하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반대편인 불재 방향에 비해 좋지 못한 편이다. 낙안읍성을 오가는 순천시내버스 노선이 오공재 방향과 불재 방향으로 나뉘는데, 오공재 방향의 운행 횟수가 대략 절반 정도로 훨씬 적다.

단독산행을 즐기는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차량으로 낙안읍성까지 이동해서 버스나 택시로 오공재 등산로 입구로 점프. 아니면 순천시내에서 16번이나 61번 버스를 타고 들어와서 오공재 들머리인 '수정 정류장'에서 하차.

시내버스 노선은 2개를 다 합쳐도 배차간격이 1시간을 넘어가고, 노선도 굉장히 긴 편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니 계획 세울 때 시간안배에 주의해야 한다.

아래는 참고로 올려놓은 두 노선 시간표.

61번 운행시간표 (제일고 → 낙안읍성)

연번 기점발 종점발 비고
1 - 07:00 종점발: 평사마을 경유
2 08:25 09:40 종점발: 흥림 경유
3 11:40 13:00 평사마을 경유
4 15:00 16:20 흥림 경유
5 18:10 19:20  

16번 운행시간표 (해룡대안 → 낙안읍성)

연번 기점발 종점발 비고
1 - 07:15 종점발: 금산마을, 남정, 선암사 경유
2 09:40 11:00 기점발: 남정 경유,
기점발/종점발: 선암사, 금산마을 경유
3 13:30 15:10 기점발: 남정 경유,
기점발/종점발: 선암사, 금산마을 경유
4 17:30 19:10 기점발: 선암사, 금산마을 경유

출발

낙안읍성 주차장으로 이동한 다음 9시 40분 종점발 61번 버스를 타고 오공재로 점프할 생각이었으나, 아침에 조금 꾸물거렸더니 늦고 말았다. 예비책으로 봐 뒀던 벌교발 보성교통 20-1번 버스가 10시 10분 낙안 도착이었는데, 막상 그 시간이 되니 벌교로 되돌아가는 20번 버스 밖에 오지 않았다. 킁~ 시간을 잘못 봤나 보다.

카카오택시를 호출해봐도 응답이 없다. 그래서 결국, 아침도 안 먹었는데 간단하게 아침 먹고 시간 좀 때우다가 11시 15분발(현재 이 버스의 시간은 11시 00분으로 변경된 상태) 16번 버스를 타기로 마음을 바꿔먹었다. 이렇게 시작이 조금 삐끗하긴 했지만, 다행히 이후 진행은 술술 풀려서 산행 끝낼 때까지 별 탈 없었다.

들머리

16번 버스를 타고 '수정 정류장'에서 내리니 시뻘건 산불조심 깃발이 날 반긴다.

"저는 담배 끊어서 산불 낼 일이 없습니다~ ㅋㅋ"

산불조심

저 깃발이 펄럭이는 곳 바로 옆(우측)으로 등산로 들머리가 있다.

금전산 등산로 오공재 방향 들머리

생각보다 너른 길이 나타나서 임도인가 싶었는데, 올라가다 보니 산림청에서 만든 정식 임도는 아닌 거 같다. 아마, 사유지 같은데, 차량통행 흔적이 없어서 길 상태가 너무 좋았다. 어지간한 임도는 차량통행 탓에 비포장 구간은 노면 상태가 안 좋은 편이거든.

차량 차단시설이 있는 등산로 들머리

너른 길에 노면상태까지 좋으니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기 정말 좋았다. 물론, 길 자체가 이렇게 예쁘기도 하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길
걸어온 방향을 뒤돌아 보며...

온순했던 겨울의 끝자락

'온화'라기보다는 '온순'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지 않을까 싶다. 올 겨울은 큰 추위 없이 이렇게 끝나나 보다. 그럼에도, 겨울 산의 풍경은 나쁘지 않았다. 눈도 얼음도 없지만, 그래도 풍경은 겨울 그 자체다.

메마른 겨울 숲

따뜻했던 날씨 탓에 서둘러 새 잎을 냈던 녀석은 입춘 추위에 서리를 맞고 저렇게 말라가기도 하고.

서리를 맞은 새싹

유유자적 걷기 좋다

예상대로 오공재 방향은 경사가 가파르지 않았다. 거의 전구간 푹신한 흙길이라 정말 걷기 편했다. 간만에 만나는 만점짜리 길!

오공재 방향 등산로
오공재 방향 등산로

금전산의 숨겨진 옆모습

숲너머로 살짝 보이는 금전산 옆모습

오공재 등산로를 룰라랄라 걷다 보면 금전산의 멋진 옆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햐, 볼 때마다 놀라운데 이 작은 산이 어쩜 이렇게 멋있나.

금전산 옆 모습

저 암릉이 금강암이 위치한 곳이다. 정면에선 보이지 않던 측면부의 너른 암릉까지 눈에 들어와 한결 더 웅장해 보인다.
참고로 원경 사진이 뿌연 것은 거리감보다는 미세먼지 탓이 크다. 미세먼지가 몰려와 시계가 별로 좋지 못했다.

정상부

정상 부근

비교적 완만하던 경사가 정상부에 가까워지면 조금 치솟는다. 뭐 그래도 반대편에서 오르는 것에 비하면 산책하는 수준이니 비탈진 오르막 길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오공재 코스가 좋지 않을까 싶다.

몇 걸음만 더 가면 정상

한걸음 한걸음 산책하는 기분으로 올라왔더니 별로 힘들다는 느낌 없이 정상에 도착했다. 가다 멈춰 주변 구경도 실컷 하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이렇게 해서 걸린 시간이 대략 1시간 10분 정도. 낙안읍성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성북마을을 거쳐 올라올 때, 2시간이 조금 못 걸렸던 것과 비교해 보면 오공재 코스의 여유로움이 충분히 짐작되지 않을까 싶다.

금전산 표지석

하산길

하산길은 경치가 가장 좋은 금강암 방향으로 잡았다. 금전산에 와서 이 경치를 보지 못하고 내려가면 얼마나 아쉽겠나.

금강암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

이번엔 미세먼지 탓에 풍경사진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금전산의 다른 풍경이 궁금하면 이전 포스트를 참고하시라~

금강암 지붕 아래로 걸려있는 풍경
등산로 방향으로 가지를 길게 뻣은 소나무
금강암 부근 암릉

뒤편 하늘이 파래서 이 사진은 지난번보다 훨씬 잘 나왔다. 역시 사진은 조명이 반 이상이다.

쇠딱따구리

나무를 쪼는 작은 새를 보고 줄무늬 탓에 순간 박새인가 싶었다. 아무리 봐도 딱따구리 색깔은 아니고. 그렇다고 이 겨울에 딱따구리 유조가 있을 리도 없고.

돌아와서 찾아보니 우리나라 딱따구리 가운데, 가장 작고, 가장 흔한 쇠딱따구리란다. 킁~~

쇠딱따구리

크기는 박새보다 살짝 크다 싶을 정도로 작아서 이름에 '쇠'자가 붙을만하다.

쇠딱따구리의 먹이활동

성북마을 접근로

성북마을에서 배수지를 거쳐서 등산로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얼마 전에 지나왔는데, 관리가 안된 탓에 길이 많이 묵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길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등산로가 끝나는 지점에 임도처럼 너른 산책로가 있는데, 거기서 바로 마을 방향으로 내려가지 말고 산책로를 따라서 쭈욱 더 걷는다. 걷다 보면 S자의 완만한 오르막이 살짝 나오는데, 거기만 지나면 마을로 내려가는 길로 연결된다.

임도처럼 너른 산책로
산책로에서 성북마을로 연결되는 길

위 지점으로 내려가면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이 나타나고 조금만 걷다보면 바로 성북마을 뒤편으로 연결된다.

성북마을

소감

아침에 너무 여유를 부린 탓에 버스시간을 맞추지 못해 일정이 조금 늘어지긴 했으나,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쳐서 감사하다. 오공재 코스는 소소한 풍경도 좋고 너무 가파르지 않은 길도 좋아서 노약자나 초심자가 오르기 딱 적당해 보인다. 대신, 오공재만 왕복하고 말면 금전산의 비경은 하나도 못 본 것이나 다름없으니, 하산은 금강암 방향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