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붕어 첫 산란,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

키우는 사람도 처음, 번식하는 물고기들도 처음.
그렇다보니 우왕좌왕 참 어이 없는 이틀이었습니다.

첫 날, 번식용으로 세팅했던 큐브 수조에 화려하고 덩치 큰 숫놈을 한마리 넣었습니다. 편의상 숫1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다음 날, 암놈 중에 배가 볼록해 보이는 가장 큰 암놈을 넣어줬습니다.

숫놈의 구애에 암놈은 별 반응이 없는데, 숫놈이 암놈을 아주 그냥 때려잡을 기세더군요.
지느러미가 너덜거릴 정도로 거칠어서 뭔가 잘못됐구나 싶어 하루가 지나서 숫1을 빼버리고 숫2로 선수 교체.

숫2는 수조 내에서 서열 2위, 저번에 수조 밖으로 뛰쳐나와서 건어물이 될 뻔 했던 그 녀석입니다.
그 때 상했던 지느러미가 다시 자라는 중이라 볼품은 없지만 혹시나 하고 넣어줘보니, 숫1보다 덜 거칠고 하루가 지나니 암수 모두 구애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된건가 싶어서 모스를 조금 붙인 루바망을 잘라서 물 위에 띄워줬습니다.
30여분 다른 일을 하고 나서 다시 보니 루바망 밑에 거품을 채웠습니다.

저녁 먹으면서 힐끗 힐끗 보니 산란행동을 합니다.
서너시간 길어도 5시간이면 끝난다는 산란행동이 8시간이 넘도록 계속되네요.

이미 암놈은 지칠대로 지쳐보이고, 도대체 뭐가 문제인건가 한참 고민하다 암놈을 분리시키기로 결정합니다.

▲ 번식수조의 루바망

위 아래에서 본 모습인데, 뚫어져라 쳐다봐도 뭐가 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잘 낳았으려니 생각하고 지켜보는 중.

다음 날, 산란 쌩쑈 탓에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보니 어제 분리시켰던 암놈이 무리들 틈에 섞여 있는 게 보입니다.
행동에 큰 이상은 없어보이는데, 번식수조에서 나타났던 혼인색이 아직 없어지질 않았네요.
(숫놈처럼 거무튀튀한 혼인색이 나오더군요.)

오며가며 메인수조를 보니 숫1과 암놈이 산란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암놈이 저게 어딘가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순간! 어제 분명 8시간에 걸쳐 산란행동을 했는데, 오늘 또?
암놈이 생식기능에 문제가 있는건가? 라는 의심을 잠깐.

몇 시간 뒤에 다시 수조를 보니 이럴 수가. 한쪽 구석에 숫1이 거품집을 짓고 산란을 하는 중.

일부러 메인수조에는 부상수초고 뭐고 아무 것도 안띄워줬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수조 구석에 거품집을 지을 줄이야.

한쪽 구석에서는 산란이 계속되고, 그러는 와중에 다른 녀석들이 접근하면 쫓아내느라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연출됩니다. 개판...

난리 중에 거품집 밖으로 밀려나온 알

근처에 오는 녀석들을 쫓아내면서 생긴 물결에 거품집이 반토막 나고, 숫1은 다시 수습하고.
수십개의 알이 거품집에서 떨어져나와 돌아다닙니다.
알이 정말 작긴 작더군요. 겨우 1mm가 될까 말까한 크기.

안되겠다 싶어서 산란 중인 암수 한쌍만 남기고 다른 녀석들은 다 떠내서 양동이행 급행열차에 태웠습니다.
양쪽 수조가 정리되려면 아마 1주일 정도, 미안하지만 양동이에서 1주일만 ㅎㅎ

서너시간 구석에서 낳고 또 낳고, 거품집을 올리고 또 올리고.

산란을 마친 상태

500원짜리 동전만한 거품집입니다.
드디어 암놈 혼인색도 빠지고, 암놈 마저 떠내서 양동이행~

저 거품집이 물 위로 상당히 올라와 있어서 안에 있는 노르스름한 알이 맨눈으로도 보입니다.

그런데, 어제 다른 녀석이 지었던 거품집하고는 천지차이네요?

어제 다른 녀석이 지은 거품집

어제는 몰랐는데, 오늘 양쪽을 비교해보니 어제 지은 건 거품집이 아니군요. 그냥 공기방울만 뿜어냈나 봅니다.
어제는 그나마 공기방울이 잘게 쪼개져 있어서 거품집 모양새였는데, 오늘 다시보니 공기방울이 크게 뭉쳐져 있습니다.
도대체 니들 8시간 동안 뭐 한거냐?;;;

아마 내일이면 번식수조 상황도 결과가 나오겠지요. 산란을 한건지 안한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