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 the World

Trivium - Silence in the Snow (2015)

epician 2015. 10. 18. 18:29

섣부른 평가보다는 선입견을 떨치고 음악적인 면으로만 접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앨범을 듣자마자 기존 팬들의 악평이 너무 쉽게 예상됐거든요 ㅋㅋ

Trivium의 음악적 스타일이라고 하면 빡센 쓰래쉬 메틀에 기반한 메틀코어 성향으로 정리될 수 있겠습니다. Slayer, Exodus, Overkill, Testament 등으로부터 전승되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장르죠.

초기 앨범 2장 'Ember to Inferno', 'Ascendancy'를 통해 교과서적인 메틀코어 성향의 음악을 하다가, 2006년 The Crusade 앨범부터는 보컬 스타일이 약간 바뀌면서 샤우팅이 최대한 배제된 클린 보컬을 많이 쓰기 시작합니다. 사운드는 오히려 80년 쓰래쉬 메틀이 많이 느껴질 정도로 차분해진 느낌을 줬습니다.

이 무렵, 돌던 루머는 보컬리스트 Matt Heafy의 성대에 문제가 생겼고, 이를 커버하기 위해 밴드의 음악적 스타일 또한 약간 변했다는 설. 음악적 취향에 따라 이 앨범을 Trivium의 최고작으로 꼽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쓰래쉬 메틀에 촛점을 맞춘다면 이 앨범 또한 꽤 괜찮거든요.

이 후 앨범 2장 'Shogun'과 'In Waves'를 통해 클린 보컬 위주에 간간히 샤우팅, 그로울링을 섞는 창법을 구사하긴 하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느낌. 정말 어중간한 분위기를 내는 곡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쓰래쉬 메틀인거 같은데, 멜로디 라인이나 곡 전개는 펑크 락, 그런지 락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어중간한 2장의 앨범을 내놓는 동안, 제가 좋아하는 밴드에선 점점 멀어졌습니다. 솔직히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밴드 중엔 Battlecross나 Mastodon, Demon Hunter 같은 더 땡기는 밴드들이 많거든요. (그 여파인지 Vengeance Falls 앨범은 나온 줄도 몰랐고 들어보지도 못했네요 ㅡ.ㅡ;;)

새 앨범이 나왔다길래 큰 기대를 않고 들어봤는데, 듣자마자 대혼란 ㅋㅋ
일단 사운드 성향이 너무 바뀐 탓에 이거 뭐지? 하는 당혹감, 앨범을 끝까지 들어보니 이상하게 나쁘지 않네 싶어서 또 다시 당혹감 ㅋㅋ

쓰래쉬 메틀을 했던 밴드라는데, 어디서 그 흔적을 찾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당혹하게 변했습니다. 사실 상, 첫 곡이라고 할 수 있는 'Silence in the Snow'부터 한대 얻어 맞은 느낌. 얼터너티브 메틀 스타일의 곡인데, 미디움 템포로 끝까지 잔잔하게 진행됩니다. 그 다음 곡들도 대부분 그렇습니다.

5번 트랙 'The Ghost That's Haunting You'는 넘치는 리듬감을 선사하는 펑크 락, 그런지 락 계통 ㅎ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 작업은 잘되어 있어서 듣고 있으면 신납니다;; 그 다음 곡, 'Pull Me From the Void'도 그런지 락이나 모던 락 스타일을 기반으로 쓰래쉬 메틀 스타일의 연주만 살짝 얹었네요.

당황스럽지만 여러 번 (아니다 싶은 앨범은 한번 듣고 끝) 반복해서 들어본 결과, Trivium이 가야할 길을 제대로 잡은 느낌입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음악보다는 오히려 락스타로 거듭날 수 있는 이런 음악도 나쁘지 않아 보이네요. 대신, 오버그라운드 쪽의 메틀 음악을 *도 모르는 인물이 앨범을 프로듀싱하는 비극은 절대 없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