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75

"장비부실로 패퇴한" 민주지산 삼도봉 산행기

민주지산이 초봄 산행 코스로 적당해 보여서 원래 계획했던 곳을 제쳐두고 급하게 마음을 바꾸었다.원래 계획했던 코스는 삼도봉을 찍고, 석기봉을 지나 민주지산 정상을 찍고 내려올 생각이었다. 이 코스가 대략 14km에 6~7시간 정도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악천후(?)를 만나, 준비부실을 탓하며 삼도봉만 겨우 찍고 하산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 날 산행의 총거리는 11km 남짓이고, 소요시간은 5시간.설산출발지로 삼은 물한계곡 주차장(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1112번지)에 가까워지니눈 덮힌 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불길한 예감은 거기서부터 이미 시작됐다.최근 낮기온이 10도 이상 올랐던 날이 많아서 산에 눈이 남아 있을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예전에 한라산에서 한번 겪었던 일인데, 그 ..

산행 2025.03.15

"1시간 남짓이면 충분" 여수 종고산 둘레길

최근 어쩌다 보니, 운동삼아 그간 못 가봤던, 근처의 둘레길을 하나씩 찾는 중이다. 엊그제는 아주 만만해 보이는 종고산 둘레길을 다녀왔다. 종고산은 등산하기엔 너무 낮아서 관심 밖에 두다 보니 정말 수십 년 만에 가보는 듯하다.약 3.5km 정도의 거리이고,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 듯하다. 1시간 남짓의 코스라 운동 겸, 산책 겸 가볍게 나서기에 좋아 보인다.들머리지나가며 대충 봤던 안내판인데, 사진을 남긴 덕에 오늘 다시 한번 자세히 읽어본다. 이 안내판이 세워진 지점을 들머리로 삼았다. 주소는 "여수시 연등1길 74-2".살짝 가파른, 몇 가구 없는 동네 어귀를 따라 오르면.어느 집 마당 앞에서 등산로가 시작된다.가파른 500미터둘레길과 합류하는 지점까지 500미터 정도를 올라가야 하는데, 이 구..

산행 2025.02.15

"눈구경 실컷 한" 지리산 바래봉 산행

바래봉을 다녀온 지 한 달 가까이 흐른 시점에 미뤄둔 후기를 써본다. 감흥이 가시기 전에 바로 글로 옮겨야 하는데, 너무 바쁘다 보니 타이밍을 놓쳐버렸다.지리산허브밸리 주차장바래봉은 자주 오는, 내가 애정하는 산행지 가운데 하나다. 너무 힘든 산행은 싫은데, 어딘가 나가고 싶을 때. 아름다운 지리산 능선길이 몹시 그리울 때. 그럴 때 찾는 곳이 바래봉 아닌가 싶다.지리산허브밸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산덕임도를 따라 부운치에 올랐다가 팔랑치를 거쳐 바래봉 정상에 오르는 코스다. 예전부터 겨울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그 소원 드디어 풀었다. 약 14km 거리에 6시간 정도 소요됐다.올라갈 바래봉 부근을 바라보니 안개가 뿌옇다. 오늘 어쩌면 상고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살짝 했으나, 미리 결..

산행 2025.02.08

여수 장군산 둘레길 "이 근방에선 최고?"

최근 너무 바쁜 탓에 산행을 자주 못하기도 했고, 짬 내어 겨우 다녀왔던 곳도 마음에 여유가 없다 보니 후기를 남기지 못했다. 오늘 마침 밀려둔 산행기 가운데 몇 개를 몰아서 써볼까 싶은 마음이 솟아오른다.의외로 좋았던 장군산 둘레길날씨도 춥고, 일 하느라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다 보니 바깥 활동을 거의 못했다. 너무 처박혀 지내다 보니 허리도 아파오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다. 그래서, 가까운 곳을 물색하다가 짧게 돌 수 있는 장군산 둘레길을 가보기로 했다.근처에 있는 구봉산 둘레길, 고락산 둘레길과 굳이 비교하자면 여러모로 가장 나았다. 1시간 30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고, 예상 밖이지만, 경치도 나쁘지 않다.1회차 들머리버스를 타고 한재 이디야 근처에서 내렸다. 건너편의 동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

산행 2025.02.07

계룡산 국립공원, 상신리 → 장군봉 구간 산행 (feat. 폭염경보)

가을이 올 기미가 없는 2024년 9월 하순에 계룡산으로 등산을 다녀왔다. 날씨가 좀 더 풀릴 때까지 기다리자니, 다른 일정이 잡혀 있어 시간을 못 낼 거 같고, 그래서 이 무더위 속에 미친척하고 강행했다.계룡산의 미답구간계룡산 정규 탐방로 가운데, 아직 못 가봤던 구간이 상신리와 장군봉이었다. 상신리는 들어가는 교통편이 불편해서 엄두를 못 냈었고, 장군봉은 덜 유명한 곳이라 늦게까지 가볼 생각을 못했지 싶다. 그래서, 추석 연휴 마지막날 두 구간을 묶어서 가볼까 하다가, 취소된 기차표를 못 잡아서 포기하고 연휴가 끝난 다음 날 산행에 나섰다.대전까지는 기차로 이동하고 대전유성온천역 부근에서 상신리 들어가는 342번 버스를 탔다. 대전에서 들어가는 첫 버스가 11시 35분 출발이라, 상신리 코스의 접근성..

산행 2024.09.21

"여름 계곡산행지" 남원 구룡치 → 구룡계곡

8월이면 높은 산으로 등산을 가곤 했는데, 재작년 반야봉 여름산행에서 실패했던 경험을 교훈 삼아 올해는 계곡을 끼고 있는 산행지를 물색했다. 재작년 반야봉에서는 운무를 제대로 만나, 인생최고의 습도를 경험했었다. ㅋ그렇게 계곡산행지를 물색하다 보니, 예전에 가려다 말았던 남원의 "지리산 구룡계곡"이 생각났다.코스육모정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해 개미정지를 지나 구룡치에 올랐다가 구룡계곡길을 따라 내려오는 약 9.5km 거리이며, 4시간이 소요됐다. 나는 중간에 샛길로 잘못 내려오는 바람에 거리가 조금 줄었는데, 정규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약 10km 남짓이지 않을까 싶다.출발육모정 주차장(남원시 주천면 호경리 24-5)에서 9시에 출발했는데, 평일 아침이라 주차장은 아직 한산하다.매미소리 요란한 여름아침인데, ..

산행 2024.08.09

"기대 이상" 남덕유산 산행 (영각사 → 정상 → 서봉)

주왕산 산행 이후 딱 한 달 만에 남덕유산으로 산행에 나섰다.그 한 달 사이, 안 좋은 일이 연거푸 터져서 다 집어치우고 싸돌아 다니고 싶었으나, 허리가 아파서 한 동안 운신하지 못했다. 뭐가 안 되려니 일도 안 풀리고, 몸도 안 좋고... 그런 시절이다. (아홉수를 제대로 맞는 건가)기대 없이 떠난 길주왕산을 다녀온 후에 속리산을 갈까, 설악산을 갈까 궁리 중이었다. 그러나, 신상에 여러 변고가 닥치니 마음이 급변하여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싶다. 그래서, 예전에 기억해 뒀던 곳 중에서 남덕유산이 떠올라 코스만 대강 파악한 후에 짐을 챙겨 떠났다.느긋하게 운전하여 영각사 주차장에 도착했다.일요일이라 주차장(경남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1083-1)은 한산한 편이었다. 예상대로 등산객이 별로 없어서 좋았다..

산행 2024.06.20

"조난과 고난 사이" 주왕산국립공원 내원마을 - 가메봉 - 주봉 산행

작년에 계획해 뒀다가 못 갔던 곳을 올해 차례차례 다니는 중이다. 이번엔 그 가운데 경북 청송의 주왕산 국립공원을 다녀왔다.취침실패배낭을 꾸려두고 11시쯤 잠을 청했으나, 늦게 자는 습관 탓에 1시까지 뒤척이고 말았다. 대중교통편이 좋지 않아서 4시간 정도 직접 운전을 해야 하는데, 졸음운전을 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든다. 피곤하면 그냥 안 가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다음에 가지 싶은 마음에 4시에 맞춰둔 알람을 꺼버렸다.그런데, 황당하게도 새벽 4시 30분에 알람도 없이 잠에서 깼다. 평소 같으면 딥 슬립에 정신이 우주 밖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시간인데,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은 생각에 잠깐 고민하다 일어나 대충 씻고 집을 나섰다.커피를 듬뿍 마신 덕인지 다행히 운전 중에 졸진 않았다.코스애초,..

산행 2024.05.26

북한산 의상능선 "사족보행" 산행

북한산 의상능선 코스는 오래전에 블로그 댓글로 추천받았던 곳인데, 작년에 계획만 해두고 못 갔던 곳이다. 마침 5월 초에 시간도 남고, 의욕도 불타올라서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산을 다녀왔다.경로진관동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를 시작점으로 해서 의상봉, 용혈봉, 나한봉, 문수봉을 찍고 대남문을 거쳐 구기계곡길로 하산했다. 구기동 탐방지원센터까지 약 8km에 6시간 소요됐다.하산길을 경치가 좋다는 비봉능선 코스로 잡을까 마지막까지 고민했는데, 초행길이라 일몰 전에 내려올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아 안전하게 구기계곡길로 내려왔다.초반부들머리에서 원효봉과 그 뒤로 염초봉, 장군봉 등이 보인다. 간만에 북한산에 오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한껏 들떠 있는데, 새벽부터 고속버스를 4시간이나 타고 왔더니 몸 상태가 영 별로다...

산행 2024.05.05

고흥 팔영산 산행 "오해 풀었네"

어쩌다 보니 최근 산행지가 고흥, 광양, 고흥 그리고 다시 고흥이다. 대략 5월 초까지 산불조심기간으로 국립공원 탐방로 상당수가 출입금지된다. 어딜 갈까 찾아보던 중, 고흥 팔영산은 국립공원임에도 통제된 구간이 적다는 걸 알게 됐다. 적대봉의 여흥도 아직 남아있고 해서 팔영산을 다녀오기로 계획을 세웠다. 고백하건대... 집에서 가까운 팔영산을 아직 가본 적 없었다. 고소공포가 있어서 낭떠러지 근처엘 가는 걸 태생적으로 싫어한다. 예전에 팔영산에서 엄습한 고소공포 탓에 오도 가도 못한 사람이 본의 아니게 탐방로를 막아서 낭패를 겪었다는 무용담(?)을 들은 바 있다. 그래서일까, 곱게 죽는 게 목표라... 내 평생 팔영산 갈 일은 없을 줄 알았다. ㅎㅎ 그러나, 적대봉의 그 강렬했던 여운이 팔영산으로 날 이..

산행 2024.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