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광양 백운산 따리봉 → 상봉 산행

epician 2026. 2. 28. 00:39

지난달에 컨디션 조절하려고 낙안 금전산엘 가볍게 올랐었는데, 산행 다운 산행은 광양 백운산이 2026년의 첫 산행 아닌가 싶다.

이 시기 국립공원은 산불방지통제기간이라 출입통제된 곳이 많다. 어딜 갈까 한참 고민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광양 백운산으로 향했다. 2012년에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했었으니, 무려 14년 만이다.

첫인상

사람을 만날 때도, 산을 마주할 때도 첫인상이 무척 중요하다.
나와 백운산의 첫인상은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했다. 길도 그렇고, 그 당시 느꼈던 경치도 그렇고. 아쉬웠던 첫인상 탓에 백운산엘 다시 오기까지 1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나 보다.

산행경로

논실마을 부근에서 출발하여 참새미재, 따리봉, 한재를 거쳐 상봉을 거쳐서 내려오는 약 11km 정도의 코스로 6시간 20분 정도 소요됐다.

산행경로

출발

'광양시 옥룡면 신재로 1752-2'에 화장실이 갖춰진 작은 공영주차장이 있다. 무료개방되어 있으니 이곳에 주차하고 올라가면 편하다.

논실마을 초입

길에 세워진 안내판을 들여다보니, 여기가 빨치산의 주둔지였나 보다.

백운산 빨치산 주둔지 안내판

한낱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우리 민족의 비극적 역사가 짤막하게 적혀 있다.

큰길을 따라 풀수피아 펜션을 찾아가면 그 옆으로 난 임도길을 따라서 따리봉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풀수피아 펜션을 끼고 직진하는 길

근처에 펜션이 꽤 많다. 민가보다 펜션이 더 많아 보인다. 뒤돌아보면 이런 풍경.

뒤돌아 본 풍경

길 옆으로 모두 펜션이고, 터만 다듬어놓은 택지도 제법 넓다.

고로쇠

고로쇠 수액 채집시설

콘크리트 포장된 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생뚱맞은 스테인리스 통이 눈에 들어온다. 뭔가 싶었는데,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시설물이다. 고로쇠나무에 꽂아놓은 관이 저런 통으로 연결되나 보다.

고로쇠 수액 채집시설

예전엔 나무마다 작은 페트병을 나무에 달아놓았는데, 요샌 이렇게 현대화가 진행된 모양이다.

계곡의 얼음

그늘진 계속엔 아직 얼음이 가득했다.

등산로 시작

등산로 시작

초반 1.5km 정도 이어진 콘크리트 길이 끝나고 드디어 등산로가 시작되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어떤 풍경을 마주할지 기대를 약간 했다.

등산로 초반부
등산로 초반부

백운산은 등산로 정비상태가 못내 아쉽다. 솔직히 동네 뒷산보다도 정비상태가 안 좋으니. 나뭇가지에 매달린 리본이 없었더라면 길 잃고 헤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짧은 목계단 구간

참새미재 부근에서 발견한 짧은 목계단. 돌계단도 별로 없던 길을 지나왔더니, 나무 계단이 여기 왜 있지 싶은 생각이 들더라. 어렵거나 위험한 구간이 아닌가 싶었는데, 그렇진 않았고 그냥 보기 좋으라고 꾸며놨나 보다. ㅎㅎ

참새미재

참새미재

참새미재에 도착하여 계획대로 따리봉 방향으로 향했다. 계획을 세울 때 도솔봉도 넣을까 했는데, 시즌초에 다소 무리가 될 듯하여 도솔봉은 다음에 따로 한번 가볼까 한다.

참새미재 부근에서 바라본 도솔봉

참새미재에서 도솔봉까지는 크게 어려운 길은 없었고, 능선길도 조금 있고, 조망이 열리는 구간이 많아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참새미재 부근 능선길
철계단

정상부는 그래도 정비를 좀 해놓긴 했다. 아예 방치상태는 아닌가 보다.

참새미재 부근 조망 (구례 방향)

멀리 보이는 분지가 구례군이고, 오른편의 높은 봉우리가 지리산.

백운산 상봉

멀리 백운상 정상인 상봉도 보이고, 조망은 나쁘지 않았다.

참새미재 부근에서 지리산 주능선 조망

남원 바래봉에서 보는 것보다는 못하긴 하나, 참새미재 부근에서 지리산 주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가장 오른쪽의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 가운데쯤의 넓은 봉우리가 반야봉, 그리고 그 왼쪽의 높은 봉우리가 노고단이다.

따리봉

참새미재를 지나면서부터 조망이 열려서, 남북으로 경치구경하기가 좋았다.

따리봉 부근에서 광양 방향 조망

옅은 미세먼지 탓에 조망이 살짝 아쉽다. 바다까지 보이긴 하는데, 멀리 뿌옇게 보이는터라 감흥은 그렇게 크지 않다.

논실마을 방향 조망
구례 방향 조망
따리봉 정상석

따리봉에게 인증샷 간단하게 남기고 한재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은 무난한 편이다.

한재 방향 하산
한재 방향 하산

하산하는 중에 멀리 상봉이 올려다 보인다.

지리산 천왕봉

연례행사로 지리산 천왕봉은 꼭 한 번씩 가는 듯하다. 아마 올해도 한 번쯤은 가지 않을까 싶다.

한재

한재 쉼터

한재에 당도하니 마치 공원처럼 앉아 쉴 수 있는 시설물이 꽤 많다. 여기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이동했다. 바람은 조금 차갑지만, 따뜻한 햇볕덕에 무리 없이 쉴 수 있었다. 이미 봄이 꽤 가까이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사실, 여기서 고민을 한 10초쯤 했던 것 같다. 겨울 동안 초기화된 몸상태 탓에 다리가 꽤 피곤해서 한재에서 바로 출발지로 복귀할까 싶은 그 고민. ㅎㅎ

한재에서 상봉으로 오르는 길

한재에서 상봉으로 올라가는 구간은 경사가 약간 있긴 하나, 크게 어렵진 않았다.

무인 안내방송 장비

한재에 당도하기 전부터 멀리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는데, 알고 보니 이 안내장비에서 났던 안내음이었다. 곰 조심하라는 안내가 계속 나온다.

다람쥐

청설모 같은 게 눈에 들어왔는데, 그늘로 들어가니 어디로 갔는지 정말 찾기 어려웠다. 이 시기에 정말 절묘한 보호색 아닌가 싶다. 가까이 다가가니 다람쥐였다. 사람이 익숙하지 않은지 수십 미터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이정표

슬슬 지루해질 무렵이었는데, 이정표를 보니 아직 1/3 밖에 못 왔다.

상봉 방향 등산로
상봉 방향 등산로
신선대, 상봉

저 세 봉우리 중에 가운데가 신선대, 왼쪽 끝이 상봉이다. 사진으로는 별로 멀어 보이진 않는데, 한재부터 상봉까지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신선대, 상봉으로 향하는 길
지리산 조망
신선대, 상봉

가까운 봉우리가 신선대이고 먼 봉우리가 상봉이다. 하루 종일 봤던 경치가 가운데, 이 모습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신선대 아래를 지나는 길

신선대는 우회하는 길을 택했다. 상봉하고 너무 가까워서 올라가 봐야 비슷한 풍경이지 않겠나 싶었는데, 지난 뒤에 생각해 보니 그 거리 얼마나 된다고 그걸 안 갔나 싶기도 하다. ㅎㅎ

상봉

상봉 부근에서 신선대를 조망하면 이렇다. 내려올 수 있는 계단이 보이는 걸 보니 정비상태는 나쁘지 않나 보다.

신선대 조망
상봉 전망대

어라? 예전에 왔을 땐 이런 시설물이 없었는데,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백운산 상봉 전망대
백운산 상봉

정상석 부근에 없던 계단도 놓여 있다. 지난번에 왔을 땐, 살얼음 탓에 미끄러워서 올라갈 엄두를 못 냈는데 이번엔 아주 편안하게 올랐다.

백운산 상봉 정상석 (해발 1,222m)
상봉에서 하동 방향 조망

오전보다는 시야가 조금 더 멀리 나온다. 멀리 불뚝 솟은 산 봉우리가 가야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산

상봉에서 논실마을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지난번에 왔었다. 계단도 있고 나름 나쁘지 않았던 거 같은 기억이 난다.

상봉에서 논실마을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
상봉에서 논실마을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
논실마을로 하산하는 길

내 기억이 반만 맞았나 보다. 계단길을 지나니 여기도 등산로 정비 상태가 엉망이다. 내내 안 좋던 길이 숯가마터를 지나면서부터 조금 편안해진다.

숯가마터 삼거리

낮은 돌담이 숫가마터란다.

숯가마터 안내판
숯가마터 이후 길상태

숯가마터만 지나면 길상태가 괜찮다.

논실마을 방향 하산길
큰 소나무

처음 왔을 때도 저 큰 소나무가 인상적이었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 잘 있었다. 큰 가지가 하나 부러져서 예전의 그 위용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멋진 자태다.

아스팔트 길

등산로가 끝날 무렵, 식당이 나오는데, 거길 벗어나면서부터는 아스팔트 길이다. 한동안 쉬다가 6시간 정도를 걸었더니 발바닥이며 발가락이며 아주 난리다.

소회

1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라, 기분전환도 할 겸 가볍게 다녀왔다. 큰 감흥을 주는 산은 아니지만, 산행 난이도가 높지 않아 그만큼 부담도 적다. 한 가지 아쉽다면 등산로 정비상태다. 여태 다녀본 산 가운데 등산로 정비 상태로만 따지면 하위권은 확실하다.

다음에 혹시 기회가 된다면 도솔봉 쪽 코스로 한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