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온 후로 한 달이나 지났는데, 산행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 최근, 다시 자전거를 타느라고 바빠서 등산을 못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이 등산을 가고 싶다고 청하는 바람에 오랜만에 진안 마이산에서 산공기를 쐬고 왔다.
산행경로

남부주차장을 출발하여 고금당에 올라 능선길을 타고 비룡대, 봉두봉, 암마이봉을 차례로 거쳐오는 코스를 잡았다. 일행이 있는 탓에 페이스를 맞춰주느라 꽤 느리게 걸었다. 아마 초급자 기준으로 아주 넉넉하게 계산하면 5시간 남짓이고, 평소 등산을 하던 분들이라면 4시간 남짓 걸리지 않을까 싶다.
출발

일요일 10시 경에 남부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아직 주차할 자리는 많이 있었다. 주차비는 무료이고, 주차 안내를 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빠르게 빈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산행을 마치고 오후쯤 내려오니 이곳은 물론 아래에 있는 주차장까지 다 찬 상태였다.

주차장에서 보면 높은 봉우리에 정자가 하나 보이는데, 올라가기 전까지는 저기가 비룡대라는 사실을 몰랐다. 올라간 후에야 아까 거기가 비룡대였구나라고 알아챘는데, 함께 갔던 일행은 비룡대에 올라간 후에도 주차장에서 봤던 그 정자는 어디 있냐고 묻고 있다. ㅎㅎ
주차장을 빠져나오면 '토박이 카페' 옆에서 등산로가 시작된다.



고금당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경사다.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온 후라 경사도에 대한 감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일행 때문에 평소보다 느리게 걸었으니 더 쉽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난이도에 대한 평가는 너무 믿지 마시라.
고금당
넓은 암릉에 얹혀진 암자로 황금색 지붕이 인상적이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덕인지, 가파른 구간마다 잡고 갈 수 있는 난간이 많아서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산행 계획을 세우며 유튜브에서 영상을 몇 개 찾아봤는데, 실제 눈으로 보니 영상에서 보던 느낌보다 서너 배는 더 강렬했다. "영상으로는 담을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가야 할 방향의 비룡대가 조금 더 선명히 보인다.

고금당을 지나 능선길에 접어들어 비룡대로 향하기 시작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길이 계속됐다.

숲 안쪽을 지나기도 하고, 사방이 확 트인 암릉구간을 지나기도 해서 주변 풍경을 즐기느라 지루한 틈이 없다.

지나온 고금당을 돌아보면 비탈진 암릉 위에 세워진 암자가 매우 특이하다.
비룡대

비룡대 역시 암릉 위에 세워져 있는데, 비룡대로 오르는 가파른 구간에 계단이 놓여 있다.

치맛자락 주름처럼 접힌 산줄기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비룡대 정자에서 보면 액자에 걸린 그림처럼 마이산이 눈에 들어온다. 앞의 큰 봉우리가 암마이봉이고 뒤로 보이는 작은 봉우리가 숫마이봉이다. 숫마이봉은 탐방로가 없어서 오를 수는 없다.

비룡대를 내려와 관암봉을 거쳐 봉두봉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구간이 탐방로 정비상태도 좋고, 이정표도 잘 설치되어 있다. 다만, 너무 방심하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한번 들어서기도 했다. 이정표가 없는 구간인데, 내려가는 느낌이다 싶으면 지도를 꺼내서 위치확인을 꼭 하시라고 권해드린다. 엉뚱한 길로 인도하는 함정 같은 지점이 두 군데 있었다.
봉두봉
산 능선을 따라 봉두봉으로 가는 길이 만들어져 있다. 능선길을 걷다보면 숲 너머로 암마이봉의 위압감 넘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봉두봉에 도착하면 주변으로 조망이 트이는데, 비룡대를 바라보면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비룡대 아래의 암릉은 정말 특이한 모양새다.


암마이봉

봉두봉을 지나 암마이봉으로 향하는 길을 걷다보면 여전히 위압적인 모습의 암마이봉이 눈에 들어온다. 정말 봐도 봐도 신기한 모양새다.

비룡대를 지나서 관암봉 가기 전에 이정표 없는 길에서 하산하는 방향으로 잘못 내려갔었다. 다행이 바로 알아채고 지도를 보고 방향을 바로 잡았다. 근데, 봉두봉을 지나서, 암마이봉을 앞두고 보이는 큰 이정표 역시 문제가 많아 보인다.
'암마이봉 입구'라는 표시를 보면, 자연스레 오른쪽으로 진행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면 하산하는 길이다. 이정표를 보고 왼쪽 방향으로 직진해야 한다. 왼쪽 방향으로 직진하면 계단을 지나고, 암릉 아래의 잔도 같은 길도 지나며 암마이봉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대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이라, 이 길이 맞나 싶은 의구심이 가끔 들기도 한다. ㅎㅎ



암마이봉의 옆구리를 길게 돌아서 정상으로 오르는 가파른 구간에 접어들면 건너편의 숫마이봉을 조망할 수 있다. 사진으로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굉장히 거대한 크기다.

낙석방지 그물이 씌워진 저곳이 숫마이봉의 화엄굴인가 보다. 아쉽게도 공사중이라 하산길에 저 방향으로 가지 못했다.

암마이봉을 오르는 탐방로는 계단과 난간으로 도배가 된 가파른 구간이다. 그나마 난간이라도 있으니, 올라갈만했다. 그 마저도 없었더라면 어려운 건 물론이고, 위험하기까지 했을 듯싶다.


암마이봉이 해발 687m이나, 시작점인 남부주차장이 해발 320m 정도에 위치해 있어 실제 고저차는 370m 정도밖에 안된다. 오랜만에 사람 많은 산엘 왔더니 적응이 쉽지 않다. 인증샷 찍으려면 줄을 서야 하고, 시끌시끌한 산악회 팀들은 하필 비좁은 정상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식사 중이다.
하산 시작


화엄굴로 가는 길은 공사 중이라 막혀 있었다. 체력이 넉넉히 남은 상태라 꼭 보고 갔으면 싶었는데, 못내 아쉽다.

마이산 골짜기에 절이 3개나 있다. 바깥쪽부터 세어보면 금당사, 탑사, 은수사 순이다.

마이산의 암석이 특이해서 화산석 아닌가 싶었는데, 아래 표지판을 읽어보니 완전히 잘못짚었다.


탑사
은수사를 내려오면 탑사가 나오는데, 여기는 입장료를 받는다. 아래 주차장 방향에서 올라올 때 받고, 반대로 산을 돌아서 내려오는 사람에게도 받는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려면 여길 지나지 않을 수 없으니... 길목을 틀어쥔 무언가랄까. 오랜만에 특이한 경험을 했다.

풍경도 놀랍지만 어마어마한 관광객 숫자를 보고도 놀랐다.

어느 도인이 돌탑을 쌓기 시작하여 탑사가 자리 잡게 됐단다.



섬진강 발원지라고 주장하는 용궁이라는 샘이다. 섬진강 발원지를 데미샘(진안 선각산 오계치와 팔공산 서구리재 사이)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데미샘보다 훨씬 낮은 여기가 발원지라니.

어마어마한 인파를 뚫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오래간만에 사람 구경 실컷 했다.

소회
풍경을 생각하면 백점인데,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자주 오긴 어렵지 싶다. 순수하게 관광의 목적으로 다시 오는 것이라면 모를까. 풍경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사전 조사차 찾아보았던 영상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압도적인 풍경이다.
[참고] 대중교통 시간표
전주역에서 남부주차장을 오가는 버스가 있어 대중교통 연계는 좋아 보인다. 행여 다음에 혼자 오게 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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