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후기

개천절 특집, 산 3개 넘어보기

epician 2012. 10. 4. 10:18

숙원사업(?)의 하나인 순천왜성 왕복 70KM 코스를 타보고 싶었는데, '점심 혼자먹기 스킬'을 시전할 자신이 없어서 계획을 바꿨습니다. 몇 년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산 3개 넘어보기.

집에서 가까운 봉화산/천성산, 영취산/진례산, 호랑산/전봉산을 넘어보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출발 전, 예전 개별적으로 돌았던 기록을 종합해보니 대략 5시간이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계획을 잡고나니 당일 아침에 속이 많이 불편합니다. 최근 앓고있는 지병 '위염'이 재발하셨습니다. ㅠ.ㅠ
한 며칠 잠잠하더니 최근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다시 재발, 빈 속인데 가스가 차서 올챙이 마냥 배가 불러 있고 머리도 아프고;;;

컨디션이 극악이라 "그냥 쉴까?", "미친척하고 그냥 갈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판사판 정신으로 그냥 가기로 결정.

전체코스 40KM (둔덕삼거리 -> 봉화산 -> 오천동 -> 신덕동 -> 상암동 -> 낙포동 -> 영취산 -> 호랑산 -> 둔덕삼거리)

펑크 강림

다 챙기고 자전거를 꺼내는데 뒷바퀴에 바람이 다 빠져 있네요. 펑크 OTL
찾아보니 뒷바퀴에 뭔가 박혀 있습니다.

악마의 발톱

지난 번 산 탔을 때, 가시가 박혀 있었나 봅니다. 뽑아내니 남아 있던 바람 빠지는 소리가 ㅡ.ㅡ;;

선크림만 안발랐어도 이건 나가지 마라는 하늘의 뜻이구나 싶어서 포기했을텐데, 선크림 지우는게 더 귀찮아서 긴급하게 튜브 교체 ㅎㅎ
출발 시간이 지체되어 급하게 하다보니 타이어 비드가 제대로 안물려서 울퉁불퉁 난리도 아닙니다. 하~~~ 그냥 가자.

드디어 시작, 봉화산 초입부

펑크 때문에 30분 지체되어 봉화산 임도 입구에 들어서니 9시 30분 경이네요.

동네 풍경

선선한 가을날씨라 오전엔 자전거 타기 딱 좋습니다.

깔딱고개 넘은 후

정상 컨디션이면 업힐 중간에 한번 정도 쉬면 그냥 올라왔을텐데, 긴~ 잠수 후, 재활 두 번하고 몸까지 아픈 상태로 오르려니 정말 죽을 맛 그 자체.

여기서부턴 속도 쓰려오고 머리는 더 아프고, 먹은 것도 별로 없는 배는 빵빵하게 차오르기 시작 ㅠ.ㅠ
무모한 짓이 아닌가 싶어 포기해야하나 싶은 고민이 잠깐씩, 허나 몸이 너무 힘들다보니 아무 생각 없어집니다;; 숨쉬는 것 그 자체가 너무 힘듬 ㅎㅎ

멀리 보이는 장군봉(좌), 구봉산(우)

봉화산 내리막길

비포장길이었는데, 포장을 해놨습니다.
이 구간은 경사가 그다지 심하지 않아서 굳이 콘크리트로 포장할 필요가 없어보이는데, 왜 포장을 해 놓은건지 알 수가 없네요.

봉화산 임도 (기도원 방향)

내려가면서 보니 임도가 대대적으로 개보수 되어 있습니다.
넓혀진 구간도 있고, 빨래판길도 대부분 포장을 다시 했습니다. 그리고, 길 자체를 새로 만든 구간이 상당히 많습니다.
헌데, 새로 만든 길도 안좋긴 매 한가지. 예전하고 경사도는 별 차이 없는 것 처럼 느껴지는데 급커브 구간이 상당히 늘었습니다.

산사태로 유실된 구간을 다시 만든 느낌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좀 애매하긴 하나, 결론은 전이나 지금이나 안좋긴 매 한가지.

만성리

태풍 피해가 많았다던 만성리, 멀리서봐선 그저 평온한 모습입니다.

모사금

맑은 날이라 풍광이 예술입니다. 허나, 몸은 그저 힘들 뿐 ㅎㅎ
오천동에서 신덕으로 들어가는 내내 몹쓸 맞바람이 "너 오늘 죽어봐라"하고 슬슬 몰아칠 준비를 합니다.

신덕동 업힐 끝

상암동

상암동 쪽은 도로 확장을 해서 70년대 시골길이 갓길까지 있는 2차선 도로로 변신 ㅎㅎ 자전거 타기 딱 좋네요.
단, 이 동네는 신호등이 장식품이라 굉장히 조심해야 함.

여수-광양간 다리가 생긴 탓인지 길가로 편의점이 상당히 많이 들어섰습니다. 덕분에 중간에 보급하기 편해졌습니다.

신덕에서부터 괴롭히던 맞바람이 상암으로 넘어오니 더 힘차게 불어대기 시작합니다. 상암동-낙포동 구간은 맞바람에 GG ㅠ.ㅠ

올라가야 할 진례산(영취산)

낙포동 큰 길에서 보니 멀리 진례산 봉우리가 보입니다. 다리가 풀려서 저길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 걱정이 태산.

묘도대교

진례산(영취산) 임도 시작지점에서 묘도대교가 보이네요.
바깥 쪽으로 빨간통 세워놓은 게 보이는 걸 보니 공사는 아직도 계속하는 중인가 봅니다.

오랜 만에 보는 임도 표지판

현위치에서 가장 먼 '봉계동'까지 가야 합니다. ㅎㅎ

근처에 15만 4천 볼트의 고압선이 지나고 있다는 경고판을 보니..
훗~ 진상거래처 직원들 비오는 날 여기로 다 불러모으고 싶어 지네요. ㅋㅋ

자연이 만든 정원

평상 시 같으면 이런 게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텐데, 너무 힘들다보니 사진찍어야 겠다는 핑계로 무조건 내리기 시작합니다. ㅋㅋㅋ
누가 가꾼 적 없는 꽃밭일텐데, 너무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골명치부근 임도 갈림길

예전엔 여기가 비포장에 풀밭이었는데, 다시 보니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어디까지 포장이 된건가 싶어 쭈욱 올라가보니, 계속 포장길입니다. 아마 상암동까지 연결된 길을 정비한 것 같습니다. 내리막 구간은 다시 올라올 일 생각하니 엄두가 안나서 오르막 끝까지만 가봤는데, 다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괜히 낙포동까지 들어갔나 봅니다. 다음부터는 이 길로 올라오는 게 훨씬 편할 거 같네요.

Updated

후에 확인한 결과, 이 길은 아직 정비가 안되어 있고, 예전 등산로 그대로 입니다. 근처 묘지 부근까지만 콘크리트 포장을 해놨더군요.

상암동 풍경

아름답다는 생각도 잠시, 그냥 저 큰 길을 따라 집으로 갔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계속 ㅎㅎ

영취산 봉우재

휴일이라 등산와서 점심먹고 있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저는 속이 워낙 안좋아서 배가 고픈건지 아닌건지 느낌도 없습니다.

봉우재에서 식수 보충하고 잠깐 앉았다가 다시 출발~
여기서부터 호랑산 업힐 끝까지는 사진도 없습니다. 힘들어서 거의 기어가는 속도로 꾸역 꾸역 오름.

호랑산 업힐 종료 후 인증샷

거의 기어가는 속도로 힘겹게 힘겹게, 포기 안하고 겨우 올라왔습니다.
재활 2회하고 너무 빡센 코스를 잡은 무모함 탓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오랜 숙원사업(?) 하나 끝냈다는 보람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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