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후기

섬진강 자전거길 100KM 솔로잉

epician 2014. 9. 2. 19:53

▲ 경로 (임실역 -> 순창군 -> 곡성군 -> 구례구역, 약 102Km)

얼마 전부터 한번 해봐야지 생각만 하던 코스인데, 출발 당일까지 몸상태가 안좋아서 갈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7시 기차를 탈 생각이었지만, 안좋은 몸상태 탓에 고민과 번뇌에 휩쌓였다가 "가다 몸상태 안좋으면 모텔 찾아서 하룻밤 자고 오지 뭐~" 이런 생각으로 9시 기차 예매.

▲ 여천역

플랫폼에 도착하니 구례구역에서 내린다는 자전거 여행객 한 분 계시는군요. 자전거 여행객이 많으면 자전거 세울 곳이 마땅치 않아서 참 난감한데, 다행히 경쟁자는 딱 한 분 ㅎㅎ

임실역 도착하니 10시 40분 경.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리네요.

임실역에서 섬진강 자전거길 시작점까지는 지방도, 국도를 타고 넘어갑니다. 가기 전에 코스 분석을 하니 완만한 오르막이던데, 막상 가보니 크게 힘들이지 않고 넘을 만합니다만... 가끔 등장하는 변수 맞바람이 순항을 방해합니다. ㅎㅎ

▲ 임실군청

▲ 임실땅 처음 밟은 기념으로 셀카 한 장

군 지역 답게 한적하고 거리가 깔끔해서 첫 인상은 몹시 좋았습니다. 자동차도 별로 없어서 지방도 타고 넘어가는 내내 편안하게 라이딩 했습니다.

▲ 20KM 지점에서 첫 보급

속이 안좋아서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나왔더니 20KM 타고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네요. 점심을 먹긴 어중간한 거리이고,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먹고 행동식으로 양갱 3발 장전. 오랜 만의 장거리라 감이 없어도 너무 없었나 봅니다. 3발이나 장전한 양갱 하나만 먹고 말았네요.

자전거 생활을 2년 가까이 접었으니 100KM 넘는 거리는 수 년 만이고, 특히나 혼자 이 짓을 해보긴 처음;;

▲ 섬진강 상류

토종 민물고기에 관심이 많아서 섬진강 줄기가 보이자 마자 다리 위에 한참을 내려다 봤습니다.
유속이 느린 탓에 토사가 많이 쌓여 있어서 좀 안타깝지만, 수생식물 군락이 나름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최소 수 년간은 하상공사를 안했다는 증거겠죠.

▲ 종주인증센터

도장 받는 것엔 관심 없어서 사진만 한 장 찍어두고, 제 갈 길 갑니다~

▲ 섬진강 자전거길

국도, 지방도 타고 넘어 올 때가 오히려 편했습니다. 자전거길 대부분이 농로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콘크리트 길이라 로드 사이클로는 타고가기 꽤 거북하네요. 농로도 마다하지 않고 달리는 편인데, 수십킬로미터를 이런 길을 타야 한다고 생각해보니 조금 막막.

▲ 섬진강 상류

섬진강 하류 쪽은 많이 가봤어도 상류는 처음 봅니다. 거의 손대지 않은 자연하천 그대로의 모습이라 너무 아름답고 멋지더군요.
가카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랜 만의 장거리 라이딩이라 적응도 잘 안되고, 특히나 솔로 라이딩이라 딱히 중간에 할 일도 없고 그냥 닥치고 페달링만 했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둘러보는 강변 풍경에 힐링을 제대로 되네요.

▲ 점심 추어탕

약 50KM 지점인 순창군 적성면에서 눈에 보이는 식당 한 군데를 찾아 들어가 혼자 점심을 먹어봅니다.
짜고 매워서 제 입맛에는 안 맞았는데, 그냥 달리기 위해 꾸역 꾸역 먹었습니다. ㅜ.ㅜ

점심 먹고 쉬려고 했는데, 식당 이후로 가도 가도 쉼터가 안보입니다. 그래서 또 그냥 달렸습니다. ㅡ.ㅡ;;

▲ 공사구간

특별한 어려움 없이 자전거길 따라 쭈욱 내려오다가 표지판도 없는 공사장을 만나서 잠시 멘붕.
임시로 내놓은 듯한 흙길을 끌바해서 잠깐 올라오니 도로에 이정표가 다시 보이네요.

정작 공사장 안에는 없던 이정표가 도로 밖으로 나오니 보이네요. 공사장 안쪽으로 더 들어갔으면 난감할 뻔 했습니다.

섬진강 자전거길의 명물이라는 향가터널. 시원하긴 하던데, 그닥 더운 날씨가 아니라서 큰 감흥은 못 받았습니다. ㅎㅎ

▲ 향가터널 내부

가다보면 이런 물고기가 나올 듯한 침수 구간도 제법 있습니다.

▲ 고리봉

곡성군 도착 전에 산세가 아름다운 산이 보이길래 사진에 담았는데, 돌아와서 지도를 확인해보니 고리봉(708m)으로 추정되네요.

▲ 섬진강 중류

아직 섬진강을 크게 손 댄 곳이 없어서 자연하천 모습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홍수기에 자연스레 범람할 수 있는 수변지역(습지대) 훼손도 적은 편. 가카의 손길이 안닿은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 최근 자주 타고 있는 로드 사이클

한 동안 천덕꾸러기처럼 주인만 바라보던 자전거인데, 그나마 최근에 자주 타고 있습니다.

애초 계획을 7시간 30분으로 넉넉히 잡았는데, 너무 닥치고 페달링으로 일관한 탓에 30KM 남겨두고 3시간이 남아버리는 사태가 발생;; 결국 어슬렁 어슬렁 가다가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큰 쉼터에서 한 참을 셀카찍고 놀았습니다. ㅠ.ㅠ 이게 무슨 청승인지.

여튼, 30KM 남겨두고 3시간 남고, 15KM 남겨두고 2시간 남고... 쉼터에서 40~50분 정도 경치보고, 강변에서 낚시하는 분들 구경하고 강제 힐링을 당하고나서 다시 출발합니다.

▲ 쉼터 옆에 있었던 도깨비 조형물

이 근처가 유명한 도깨비 마을 같은데, 안내판을 제대로 읽어보질 않아서 자세한 내용을 모르겠네요. 스트레스 풀려고 떠난 길이라 그런 것까지 읽어볼 여유가 없었네요.

시간 너무 너무 너무 많이 남아서 가다말고 볼록거울 셀카질도 해보고 ㅠ.ㅠ 어슬렁 어슬렁 달리다가 내리막 나오면 페달질 한번 안하고 할아버지 라이딩 모드도 가동해보고. 별 짓을 다합니다. ㅡ.ㅡ;;

기차 시간을 1시간 남겨두고 구례구역에 도착. 출발 전부터 안좋았던 몸상태 탓에 식욕이 없어서 저녁식사는 그냥 거르고, 콜라와 오랜 만에 자판기 멜라민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 하며, 애꿎은 담배만 뻑뻑 피워댔네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멋지더군요. 멋진 구름과 상관 없이 기차는 할 일 없는 절 몰라준 채 7분 연착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