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하드웨어

간만에 잉여력 대폭발! 키보드 스위치 이식.

epician 2013. 9. 27. 13:39

요사이 일에 집중도 안되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뉴스나 읽으며 멍 때리기 일쑤.
한마디로 그간 응축된 잉여력이 폭발을 앞두고 있었다. 담배 하나 태우다가 문득 쌓여 있는 박스를 보고 생각난 옛날 키보드.

그렇다. 저거구나. 얼른 처리하고 청소나 좀 하자.
그 생각을 품은 순간 차근 차근 쌓여있던 잉여력이 한꺼번에 대폭발을 이뤘다. ㅋㅋ

아론 106 키보드

유사 알프스 스위치를 사용한 저가형 기계식 키보드인데, 친구가 쓰던걸 양도 받아 몇 년 쓰다가 스위치 몇 개가 상태가 안좋아서 쳐박아둔 제품이다. 나름 아론전자 멀쩡할 때 만든 제품이라 저가형 모델임을 감안하면 크게 흠 잡을 데 없다. 중국으로 넘어간 이후 나온 제품이 개차반이라서 그렇지 이때만 해도 아론전자 키보드 가격대비 쓸만하셨었다.

물론, 스위치가 알프스 짝퉁이라 초반 적응에 무척 애를 먹었다.
키압이 오리지널 알프스 스위치보다 높고, 반발력이 상당히 강해서 스무스하게 휙~ 쳐 나가가는 맛이 많이 떨어진다. 장점이라면 손끝에 살짝 힘을 실어 정확하게 스트로크 해야 하므로 오타가 약간 낮다는 것 정도.
앞서 언급했지만 단점 아닌 단점은 초반 적응이 무지 힘들다는 것과 정말 그지 같이 시끄러운 소음. 타이핑 소음은 정말 용서가 안될 정도로 무지막지하다.

내가 적응력이 좋은건지 모든 이가 다 그런건진 모르겠으나 일단 적응되고 나면 쓸만하다.
저 키보드에 적응했다가 스위치 불량으로 체리 넌클릭으로 갈아탄 순간, 한 동안 체리 넌클릭 스위치에 적응이 안되서 애 먹었다. 키압이 너무 낮고 반발력도 약해서 오타가 어머아마 하게 났었다. 지금은 적응해서 그럭저럭 쓸만한데, 그래도 잊을 수 없는 알프스 스위치의 기억.

여튼 저 아론 키보드는 이식 작업에서 바디를 제공해줄 놈이 되시겠다.

마벨 103 키보드

위 키보드는 스위치를 제공하게 될 대략 생산된지 한 20년은 족히 된 듯한 마벨에서 생산된 AT 키보드다. 스위치는 흰색 알프스.
급한 성미 탓에 분해 전 사진을 못 남겼다. 대략 스위치 뽑아내던 중에 찍은 사진.

뉴텍 펜티엄 60Mhz 컴퓨터에 번들됐던 키보드로 나름 애착가는 제품이라 다른 키보드는 이사다니면서 다 버렸어도 저건 끝까지 애지중지하며 곱게 썼었다. 그러다 스위치 몇 개가 불량이라 현역에서 은퇴시키고 박스에 담아 보관만 했었다. 언젠가 부활시켜주리라 하고 될지 안될지 모를 상상을 하면서.

세진 기계식 키보드나 IBM 기계식 키보드도 몇 개 가지고 있었는데, 친구가 달라고 하면 줘버리고, 스위치 고장나면 버리고..
그땐 지금처럼 기계식 키보드가 귀한 대접을 받을 줄 누가 알았겠나 ㅎㅎ

원래 금성알프스에서 생산하던 기계식 키보드 생산라인이 마벨로 넘어갔다가 다시 아론전자로 넘어갔으니 따지고 보면 마벨이나 아론이나 같은 계열 제품이다. 물론, 품질로 따지면 후기로 갈수록 조금씩 떨어진다. 마벨과 아론은 키캡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시작해서 열어보면 보강판, 스위치 심지어 나사 마저도 마벨이 조금씩 낫다.

스위치 분리 작업 중

스위치 하나 떼어보고 이걸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30초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 ㅠ.ㅠ
현명하게 여기서 접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여태 해본 납땜질을 다 합한 것 보다 많은 납땝질을 한거 같다. 초반에 20~30개 뽑아낼 때는 어렵고 속도도 안나고, 최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고도의 집중력을 쏟아부은 결과 물아일체의 경지를 경험했다 ㅋㅋ

초반 20~30개 뽑아낸 이후는 흡입기 사용방법에 대한 요령도 생기고 해서 조금 속도가 붙긴 했으나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정말 평생 한번 터질까 말까한 잉여력이 폭발하는 바람이 이 짓을 하는거지 다시 하라고 하면 생각 좀 해봐야겠다. ㅋㅋ

흡입기로 뽑아낸 납

흡입기가 뱉어낸 저 엄청난 양의 납을 보시라. 흡입기가 어려 차례 막힐 정도의 중노동이다.

특히 아론전자에서 만든 키보드는 스위치 접점을 바짝 눌러놓고 납땜된 것이 많아 떼내는데 정말 애먹었다. 스위치 다리도 무척 얇아서 잘 끊어지던데, 뭐 어차피 다시 쓸 스위치도 아니고 되는대로 힘껏 힘줘가면 뽑아냈다.

스위치 이식 후

어차피 양쪽에서 불량인 스위치가 몇 개 있는 바람에 100% 다 교환하진 못하고 (힘들어서라도 더 못하겠더라) 가운데 메인 자판과 방향키만 이식했다. 그러니까 Function키, PAGE UP/DOWN, Numeric 패드 부분은 그대로 남겨뒀다.

자세히 보면 이식한 알프스 스위치는 슬라이더가 흰색이고, 원래 달려 있던 짝퉁 알프스 스위치는 약간 노르스름한 색이 돈다.

알프스 스위치

캡 부분에 ALPS라고 각인된 걸로 봐선 일본에서 생산된 오리지널이다.
(지금은 ALPS가 키보드 스위치 사업을 접어서 더 이상 오리지널 스위치는 나오지 않고, 모양만 같은 유사 제품만 구할 수 있다.)

이식 후 납땜 상태

스위치를 떼 내는게 정말 중노동이었지 납땜하는 건 접점 간격이 넓직해서 빛의 속도로 후다닥 끝냈다.
인두 팁 한번 안 닦아내고 얼른 끝내고 보자는 심산으로 한방에 한 줄씩 쭈욱 쭈욱 달림. ㅎㅎ

개 중에 스위치 접점 몇 개가 이상하게 생긴 게 있어서 순간적으로 '쇼트 안나게 페이스트를 바르고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1초간 들었지만, 페이스트 찾으려고 일어서기가 귀찮다! 쇼트 안나게 조심하면서 최대한 사이드 쪽에 남땜 시도 후, 접사로 사진 찍어서 쇼트 났는지 확인. ㅎㅎ

팁 한번 안닦고 한방에 끝냈더니 조금 지저분 하긴 해도 십수년만에 해보는 납땜치곤 잘 됐다고 뿌듯해 했다 ㅋㅋ

일단 1차전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한다. 대략 6시간 걸렸고 ㅡ.ㅡ;; 대강 조립하고 테스트해보니 이식한 키 3개가 상태가 안좋다. 안쓰고 워낙 오래 방치한 탓도 있겠고, 뽑아내면서 가해진 충격 탓도 있으리라고 본다. 불량한 녀석은 메모해 놨으니, 잉여력이 응축됐다가 다시 폭발하면 세척 작업과 함께 2차전을 치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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