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하드웨어

브라더(Brother) 잉크젯 복합기 MFC-J430W

epician 2013. 11. 3. 22:47

요즘은 어지간한 건 전자문서로 바로 읽다보니 프린터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 마지막으로 쓰던 캐논 잉크젯 프린터가 고장, 정확히 따지면 고장은 아니고, 카트리지 Expired 라는 괘씸한 증상을 일으켜서 사용불능 상태에 빠진 후 1년 넘도록 프린터 없이 살았습니다. 정말 괘씸한 게, 카트리지 설치 후 일정 기간 교체 없이 사용하면 카트리지를 교체하라고 요구하죠. 카트리지가 정상이던, 잉크가 남았던 아니던 상관 없습니다.

한마디 "이 정도로 오래 쓸리가 없다! 리필한 거 같으니 새 카트리지로 바꾸셈~~" 뭐 이런..

마침 인쇄할 일이 생겨서 새 카트리지를 살까 하다, 하는 짓이 너무 괘씸해 리필 맘대로 할 수 있는 프린터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이래 저래 찾다보니 최근 나오는 잉크젯 프린터는 Brother 외엔 모두 카트리지에 ID 칩을 장착한 것들이라 선택의 여지가 몹시 좁아집니다. 사실 Brother 프린터는 써본 적이 없어서 약간 망설였으나...

십수년 전에 어머니 사드린 Brother 전기재봉틀이 아직도 멀쩡이 돌아가는 거 보면 브랜드에 대한 믿음도 약간 있고, 뭣 보다 제 값 주고 프린터 사서 리필잉크 맘대로 쓰고 싶었습니다. 프린터 싸게 팔고 말도 안되게 비싼 카트리지도 이익을 내려는 프린터 제조사 관행에 반기를 들고 싶었습니다.

처음 받아보고 생각보다 거대한 박스에 놀랐습니다. 최근에 이렇게 큰 프린터는 써본 적이 없어서 ㅡ.ㅡ;;

사실, 저는 복합기에 딸린 스캐너에 안좋은 기억이 있어서 순수 프린터 기능만 있는 제품을 원했으나, 아쉽게도 Brother 제품 중엔 그런 것이 유통되질 않네요. 하여, 어쩔 수 없이 복합기로 선택.

아래는 제품 사양...

인쇄, 스캔/복사, FAX 가 되는 평범한 구성인데, SD카드 리더는 달려 있지 않습니다. 아차, 무선랜(WiFi) 연결이 됩니다. 사실 제가 필요했던 것 중에 이게 핵심이었으니 ㅎㅎ

WIFI 설정을 끝내니 데스크탑, 태플릿 PC 가릴 것이 없이 쉽게 인식되네요. 노트북에서 인쇄 좀 해보겠다고, 데스크탑 컴퓨터 켜야하고, 프린터 공유설정 해야하고... 이제 그런거 필요 없습니다! ㅋ

포장은 나름 꼼꼼하게 되어 있고, 제품 자체도 튼튼하게 잘 만들어놓은 거 같습니다. 대략 비슷한 사양의 HP 제품보다 만듬새는 나은 느낌입니다. 허접하게 삐걱거리는 느낌도 없고, 조잡한 자재가 들어간 느낌도 없습니다. 그래서 가격도 2배인듯 ㅡ.ㅡ;;

▲ 디스플레이

복합기에 장착된 LCD는 STN 방식이라 시야각이 별로 인데, 뭐 저거 얼마나 쳐다본다고 그런 것까지 따지겠습니다. 고장 없이 오래가면 장땡.

급지대

급지함은 하단 적재 방식으로 100매, 포토용지는 20매, 스캔/FAX용 ADF 급지대는 최대 15매 들어갑니다.
요즘은 프린터 크기를 줄이려고 상단 적재 방식을 많이 쓰고 있긴 하죠. 공간면에선 하단 적재 방식이 불리하긴 해도, 깔끔하고 휘어짐 없이 용지가 보관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단 적재 방식이 진리라고 생각함.

스캐너

스캐너는 CIS (LED 광원) 방식으로 최근 저가형 스캐너나 복합기에서 쓰는 대표적인 매커니즘입니다.

복합기라는 물건이 나오던 초기에 써봤던 복합기 스캐너에 대한 안좋은 기억 (무아레; Moire 노이즈가 정말 심각) 탓에 복합기에 딸린 스캐너에 큰 기대를 안했습니다. 허나. 기대 이상의 품질이긴 합니다. 대략 10만원 대의 저가형 CIS 스캐너 정도의 품질은 나오네요.

아래는 해당 프린터의 표준품질로 인쇄한 것을 300DPI로 다시 스캔한 문서입니다. 리사이징 없이 원본 문서 그대로 올리는 것이니 품질 확인 정도는 가능하실 겁니다.

표준품질로 인쇄 후, 300DPI로 스캔한 문서

눈치 빠르신 분들은 바로 아셨으리라 봅니다. 출고시 기본값으로 설정된 '표준품질'에서의 인쇄는 타사 인쇄물보다 색농도가 옅은 편입니다. HP와 비교한다면 Brother의 표준품질의 잉크 농도는 HP의 표준과 절약모드 중간 정도.

인쇄 시, '고품질' 모드로 바꿔줘야 타사의 '표준' 정도의 색농도가 나옵니다. 사진 인쇄는 반드시는 고품질 또는 최고품질로 하시길. 표준모드에서는 약간 물빠진 느낌이 납니다.

책 표지 스캔

600DPI로 스캔한 책 표지의 원본 이미지입니다. 클릭해서 크게보시면 스캔 퀄리티를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색 재현력은 정확한 편이고, 따로 보정을 안해도 노이즈는 보이지 않습니다. 전문적인 용도만 아니라면 불만 없이 쓸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

스캔 속도는 300DPI에서 A4 크기 한장 스캔할 때, 대략 15~16초 사이입니다. 이미지 자동 자르기를 설정하면 스캔 센서가 2번 왕복해야 하므로 대략 30여초 정도로 늘어납니다. 예전에 쓰던 스캐너는 자동 자르기를 설정하면 첫 번째 스캔은 아주 빠르게 지나갔었는데, 이 복합기에 딸린 스캐너는 그런 기능은 없는 듯 합니다. 첫 번째 Pass던, 두 번째 Pass던 동일한 속도로 센서가 움직입니다.

스캐너의 덮개 힌지는 두께조절이 되는 방식인데, 조절폭이 아주 넓진 않습니다. 대략 2.5 ~ 3cm 정도 뽑히는 느낌.

끝으로 잉크 카트리지 구성은 헤드와 분리된 BK, C, M, Y 4색이며, 정품, 비품 가릴 것 없이 카트리지 뽑아다가 다시 끼우면 잉크 잔량을 100%로 리셋 시킬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카트리지에 ID칩이 없습니다!

따로 팔리는 리필용 (비품) 카트리지를 구입하면 리필 잉크 채워서 맘껏 사용할 수 있으며, 거추장스럽게 무한잉크니 뭐니 하는거 주렁주렁 달 필요도 없습니다. 잉크 떨어지면 카트리지 뽑아서 다시 채워넣으면 끝.

고장 없이 오래 갔으면 좋겠으나, 내구성에 대해선 아직 겪어본 바가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다만, 유지비용 측면이나 골치 아픈 카트리지 인식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