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하드웨어

큐비랩 S1 스위치, 배터리 교체

epician 2016. 9. 11. 18:14

6년된 큐비랩 S1의 버튼이 드디어 맛이 갔습니다. 안타깝게도 제조사는 이미 문닫고 없어졌습니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OK 버튼 상태가 안좋았는데, 꾹꾹 누르면 먹혀서 그냥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엊그제 라이딩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OK 버튼이 맛이 가서 꺼지질 않는 겁니다. ㅎㅎ 한참 씨름한 끝에 겨우 전원을 껐네요.

이 사태를 어째야 하나 고민고민하다가 문득, 오래 사용해서 스위치 납땜이 떴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인두로 납땜을 새로 입혀보기로 합니다. 워낙 작은 SMD 타입 마이크로 스위치라서 납땜 새로 입히는 것 조차도 쉽지 않네요. 이른 나이에 노안이 와서 눈도 침침합니다. 우어 ㅠ.ㅠ

큐비랩 S1 메인보드
납땜 새로 입히기 직전

스위치가 깨알 2~3개 정도의 크기라서 일반인두로는 납땜 새로 입히는 것 조차도 쉽지 않네요. 칼팁이나 바늘팁 인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있을리가 없죠. 장비라곤 예전에 뭐 고치느라고 급하게 구입한 싸구려 일반인두 밖에 없어요.

1. 실패

가운데 OK 스위치의 납땜을 새로 입히고 테스트해보니 증상은 여전합니다. 스위치 자체가 불량이네요.

이를 어쩌나 고민하다가 우측 LAP 버튼은 잘 사용하질 않으니, 그 스위치를 떼어내서 서로 바꾸기로 합니다. 나름 산뜻한 해결책 ㅋㅋ

But.... 망. 했. 어. 요.

장비가 석기시대 수준이라고 장비 탓을 해봅니다. ㅠ.ㅠ

납이 녹는 순간 인두팁을 슬쩍 밀어서 스위치 다리를 접점에서 떼어냈는데, 불량인 OK 스위치는 깔끔하게 떼어지고 멀쩡했던 LAP 스위치는 인두열에 데미지를 입어서 버튼이 먹통이 되버렸습니다. 스위치 하우징이 인두열에 손상을 받았나 봅니다. 망연자실...

책상 위
수리 실패 후 멘붕

멘탈이 가루가 되는 순간이었네요. 그러길래 이 똥손으로 뭘 고친다고 ㅠ.ㅠ

2. 혹시나 싶어 부품 수배

혹시나 싶어 전자부품 파는 쇼핑몰을 뒤적거려 봅니다.

어라? 비슷한 모양의 마이크로 스위치를 찾았습니다. 근데, 버니어 캘리퍼가 없으니 스위치 치수 재는 것도 쉽지 않네요. 모양은 아주 흡사하고 줄자로 대강 재보니 크기도 거의 비슷해 보입니다.

스위치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몇 백원짜리 스위치만 달랑 주문할 용기가 나질 않네요 ㅋㅋ 그래서, 배터리까지 갈아보기로 합니다. 운좋게 비슷한 규격이 걸려듭니다.

햐~~ 정말 좋은 세상입니다. 예전 같으면 찾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을 이렇게 편히 앉아서 찾아낼 수 있으니.

3. 2차 수리

디바이스 마트에서 구입한

마이크로 택트 스위치 NW3-A03-05 입니다. 10개에 400원이고, 원래 스위치랑 크기는 100% 일치. 다리 길이는 약간 더 길어보입니다만 납땜을 해보니 정확하게 땜질 가능하네요.

703448 배터리
703448 배터리

원래 기계에 들어있는 배터리는 603448 (6T * 34mm * 48mm) 인데, 이 규격 배터리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흡사한 703448 (7.1T * 34mm * 48mm)을 샀습니다. 703448배터리가 두께만 1.1mm 더 두껍습니다. 이 정도면 제품설계할 때, 오차 감안해서 유격을 뒀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위치 교체
스위치 교체 후 테스트

다행히 스위치 교체 후, 정상작동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오른쪽 LAP 스위치는 다리 근처에 SMD 저항인지 뭔지 잔뜩 깔려 있어서 땜질하기 꽤 어렵더군요. 혹시 해보시려거든 뭉툭한 일반 인두팁 말고 칼팁이나 바늘팁 꼭 갖추고 하세요. ㅠ.ㅠ

4. 배터리 교체

케이스에서 떼어낸 배터리
케이스에서 떼어낸 원래 배터리

오래 사용해서 배터리 상태가 꽤 안좋긴 했습니다. 예전엔 화면 자동꺼짐 설정해놓으면, 10시간을 달리고도 배터리가 반 정도 남았습니다만, 최근엔 화면 자동꺼짐을 설정해도 10시간 정도가 한계더라고요. 마지막 장거리 라이딩 땐, 배터리가 떨어져서 하마터면 종반부 GPS 로그기록을 못할뻔 했습니다. 그래서 겸사겸사 배터리 교체도 단행~

새로 구입한 배터리에 달려 있는 전원선이 원래 것과 맞질 않습니다.
원래 전원선을 끊어서 새 배터리 기판쪽에 직접 납땜할까 했는데, 납땜 잘못했다가 배터리 터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리튬 배터리는 워낙 잘 터져서 저 같은 비전공자들은 손대기 정말 겁납니다.

배터리 전원선 교체
배터리 전원선 교체

그래서, 안전하게 양쪽 선 중간을 끊어서 납땜했습니다. 근데, 해놓고보니 이게 완전 뻘짓이었네요. 전원선이 두꺼워서 조립할 때, 선정리가 까다롭습니다. 돌돌 말아서 겨우 넣긴 했는데, 혹시 배터리교체 해보실 생각이라면 전원선을 새 배터리 기판에 바로 납땜하는 걸 추천합니다;;

5. 결과

조립 후 테스트를 해보니, 새 배터리가 1.1mm 더 두꺼워서 문제가 발생하네요. 예상과 다르게 1mm 정도의 유격을 허용하질 않는군요. 배터리가 약간 두꺼워지다보니 메인보드와 맞닿아서 메인보드가 약간 휘어집니다. 휘어진 메인보드 탓에 스위치 부분과 케이스 부분이 너무 밀착되어, 좌측의 MODE 스위치가 계속 눌려진 상태가 되버립니다.

조립이 안될 정도는 아니라서 임시방편으로 종이를 말아넣어 스위치 부분의 동작가능한 유격을 확보하긴 했습니다. 서너번 정도 분해, 유격조정, 조립을 반복하면서 겨우 사용가능한 수준으로 맞췄네요.

이렇게 얻은 결론은 703448 배터리는 안맞습니다. 배터리를 설치하고 나면 좌우간격은 거의 남질 않고, 상하간격은 약간 남더군요. 제 짐작으론 603450 배터리까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실제 설치해보질 않아서 확언은 못합니다. ㅎㅎ

배터리 교체를 해보실 생각이라면 원래 규격인 603448이나 그 보다 작은 크기로 교체하시는 것을 추천.

충전중
수리작업 완료

배터리 충전까지 정상적으로 되는 것을 확인하고, 곱게 모셔뒀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덕분에 저가형 GPS 장비는 궤멸상태인데, 애써 수리까지 해드렸으니 고장 안나고 조금 더 버텨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딴건 다 필요 없고 GPS 로깅, GPS 트랙백 이거 딱 2가지만 잘 되면 되거든요.

우리 이렇게 몇 년 더 같이 달리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