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갔다가 풍경에 매료되어 '힐링코스 #2'로 자체선정한 해룡 선월을 오랜만에 다시 다녀왔습니다.
2016/05/09 - [라이딩 후기] - 해룡 선월 71KM (부록: 돌산 일주 72KM)
토요일에 갈까 일요일에 갈까 고민하다가 일기예보를 훑어보고 바람이 덜하다고 예보가 나온 토요일로 잡았습니다.
일기예보상 토요일은 오전부터 오후3시까진 1m/s 그리고 3시부터 6시 사이가 3m/s 정도의 바람이 분다고 분명히 보았고,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 망할...
라이딩 경로
덕양을 거쳐서 여수공항까지는 농로를 한적하게 타다가 공항부터 율촌면 조화리까지 17번 국도를 잠깐 탔습니다. 이 도로는 좀 무섭기 때문에 간만에 미친듯이 스프린트.
17번 국도 스프린트 구간
초반 2km 정도를 평속 40km/h로 스프린트를 치던 중, 옆에서 차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속도를 줄였네요. 한참 힘들어서 헐떡거리고 있을 무렵이라 멈춘 김에 쉬어간다고 앞에 보이는 언덕을 쉬엄쉬엄 넘었더니 최종 구간평속은 37km/h로 줄었네요.
속도를 보면 감이 오시겠지만, 이때까진 바람이 거의 없는 1m/s 정도.
유채꽃
이젠 익숙한 풍경이라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잘 안드네요. 그 탓에 초반 사진은 거의 없습니다.
조화리 농로길에서 잠깐 만난 길동무 할머니 라이더
17번 국도에서 오버페이스를 했더니 힘들고 덥고, 자켓을 벗을까 말까 고민하는 중이었는데 바람이 제법 불기 시작합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 "이게 절대 3m/s 급의 바람일 순 없어.."
이후 율촌산단, 순천왜성을 거쳐서 선월리 진입.
해룡면 선월리 정채봉길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한적하고 깨끗한, 정말 맘에 쏙드는 해룡면 신성리 - 선월리 - 용전리 - 도롱리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정채봉길, 호두구상길, 용전길로 이어지는 구간인데,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는 곳이라 풍경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습니다.
작년보다 조금 이르게 온 탓에 아카시아 꽃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등나무 꽃만 드문드문 피어 있네요. 작년에 맡았던 그 잊을 수 없는 아카시아 향이 못내 아쉽습니다.
적란운
용전리에서 본 풍경인데, 마치 한여름처럼 적란운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이게 비극의 전조였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어요. ㅋㅋ
순천시 해룡면 도롱리 인근 풍경
선월리 구간을 지나오면서도 바람이 제법 분다고 느끼긴 했는데, 사방이 뚫린 863 지방도로 내려오니, 하... 7~8m/s 급의 맞바람이 반겨줍니다. 휘청거려서 바로 가지 못할 정도의 거센 돌풍도 자주 일어납니다. ㅠ.ㅠ
남풍이 3m/s로 분다던 기상청의 그 약속은 어디에? ㅠ.ㅠ
맞바람을 버티고 버티면서 타다보니 엉덩이까지 너무 아프네요. 최근에 이 정도 거리를 타면서 엉덩이 통증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엄청난 맞바람 탓에 저도 모르게 꾹꾹 누르면서 탔었나 봅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라 잠깐 쉬는 중에 기상청 실시간 관측자료를 살펴봤습니다.
기상청 실시간 관측자료
예상대로 7~8m/s 급의 바람이었네요 ㅠ.ㅠ 내 엉덩이를 살려내라!!
공사현장
소라면 사곡리 해안가에 도착하니 무슨 공사를 하고 있네요. 규모로 봐선 산책로 아니면 자전거도로처럼 보이긴 합니다.
용처럼 솟구치는 적란운
궁항마을을 지나면서 본 풍경인데, 한여름처럼 적란운이 피어오릅니다. 용 두마리처럼 보이네요. 이게 비극의 전조였다는 걸 이때까지도 모름 ㅋㅋ
먹구름 등장
멀리 먹구름이 보입니다. "비오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네요. ㅠ.ㅠ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걱정할 틈도 주지 않고 천둥번개까지 소환 ㅠ.ㅠ
번개까지 치는데 도저히 그냥 갈 수 없다는 판단에 열라 달려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으로 대피.
기상청 레이더 영상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15분 정도 지켜보았으나 쉽게 그칠 기세가 아니네요. 조금 더 지나니 기온마저 살벌하게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18~20도 사이던 기온이 12~13도 수준으로 급추락. 비 맞고 그냥 갔으면 아마 3일은 요양했을 ㅎㅎㅎ
결국, 가족에게 구조요청하여 차량으로 복귀하는 걸로 마무리 했습니다.
한동안에 잊고 지내던 기상청에 대한 불신을 다시 각인시키는 즐거운 라이딩이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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