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설명에 낚인 "진미 춘장 - 불맛"

epician 2022. 8. 30. 17:37

포장지 전면

가끔 집에서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다. 물론, 밖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믿거나 말거나... ㅋ
짜장을 만들 때는 의외로 재료 손질보다 귀찮은 게 춘장을 튀기는 (볶는) 것이다.

공장에서 볶아서 나오는 춘장은 업소용이라 가정에서 쓰긴 거의 불가능하다. 사자표 춘장은 작은 포장이 2kg 단위. 그래서, 진미나 신송 춘장 200~300g 짜리 2팩 정도를 한꺼번에 볶아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이게 그나마 생각날 때, 바로바로 요리하기 편한 방법 같다.

개인마다 호불호는 갈리겠으나, 신송이나 진미 두 제품 모두 나름의 특색이 있어서 어느 쪽을 크게 선호하진 않는다. 단, 볶을 때 잘 타버리는 청정원 춘장은 싫어하는 편이다. 맛이라도 있으면 볶는 시간을 조정해서 잘 써보겠는데, 맛도 별로다.

편리함을 바랬건만

우연히 쇼핑몰에서 진미 춘장 '불맛' 버전을 발견했다. 따로 볶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에 당연히 미리 볶아서 (튀겨서) 나온 제품일 거라 생각했다. 흔히, 중국집 불맛이라고 하면 강한 화력에 기름이 타면서 떨어지는 일종의 재의 맛이라고 한다. 이렇게 나오는 풍미를 대게 중국집의 '불맛'이라고 이해하고 있을 테고.

나 역시 저 제품 설명에 '불맛향미유' 라길래 중국집의 그 불맛을 재현한 제품일 거라고 이해했다. 그런데, 이 제품을 써보고 나니 내 이해력이 문제인 건가 싶은 의문이 든다. 저 불맛은 그냥 매운맛이었고, 심지어 볶아서 나온 춘장도 아니다.

볶은 춘장 아님

종이 포장을 뜯으면 비닐팩에 포장된 춘장이 보이는데, 짜 보면 보통의 춘장처럼 쉽게 짜진다. 이걸 보자, 볶은 춘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심지어 향미유가 섞인 탓에 다른 춘장보다 약간 더 무르다.

맛은 볶은 춘장의 그 깔끔하고 고소한 맛이 없다. 볶지 않은 춘장의 텁텁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향미유로는 가릴 수 없는 텁텁함.

불맛은 그냥 매운맛

큰 화력에서 웍질을 할 때, 기름이 밖으로 튀면서 불이 붙어 그 재가 다시 웍 안쪽으로 떨어지면서 만들어지는 그 불맛이 아니다. 그냥 매콤한 맛이다. 당황스럽다.

양파를 볶아낸 조미유를 넣었다고 하는데, 애초 짜장을 만들 때 대파도 볶고 양파도 볶아서 쓰기 때문에 조미유가 들어간 건지 아닌 건지 전혀 감흥이 없었다. 다만, 불맛향미유가 전달하는 빡~ 하고 찌르는 매운맛이 살짝 도는데, 간결하게 표현하면 '싫다'. 아마 캡사이신 부류의 매운맛이지 싶다.

청양고추를 넣어서 매운맛을 살짝 내면 깔끔한 매운맛이 은근히 올라오는데, 그런 익숙한 매운맛이 아니다.

성분표

성분표

불맛향미유의 성분이 궁금한데, 자세히 나와있진 않다. 캡사이신 넣었을까 안 넣었을까 궁금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