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를 위협하는 견공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pician 2008. 11. 8. 13:20

 

진즉에 달리는 자전거를 쫓으며 위협하는 견공을 본 적은 있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직접 당해보니 가끔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물론 개 보다는 개 주인 때문에 짜증이 나더라는... 에라이~~ C

체질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개들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경험 몇 번에 정말 식겁했을 거다.

그래서 오늘,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자전거를 향해 달려드는 견공에 대처하는 라이더의 자세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1. 비겁한 견공들의 본능

개의 세상엔 정의, 도덕, 공평... 이 딴건 절대 없다. 덩치가 심하게 차이나는 경우라면 큰 개가 작은 개를 배려하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있으나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개들은 고대부터 사냥을 해서 먹고 산 포식자 입장의 동물이었기 때문에 인간에게 길들여진 지금까지도 움직이는 사물에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더불어 요즘은 개가 사람의 생활공간으로 들어와서 함께 살다보니 알게 모르게 이러한 본능을 옳지못한 방향으로 부추기는 경우도 많다. 요약하면 무식한 주인 덕분에 예의 없는 개들이 넘쳐난다는 거다.

뭐, 잘 아는 건 아니고 개똥을 20여년간 치워온 경험과 학습에 의거해 추정을 해보면, 개들이 자전거를 향해 쫓아오는 경우는 페달링을 할 때 발동작 때문인 것 같다. 물론 타고난 경계심도 있긴 하겠으나.. 직접적으로 현혹하는 것은 페달링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스포크에 달린 반사경 같은 물건도 개를 현혹하는 일부 원인일 수 있겠다.

자전거를 타고가다가 길에서 개를 만난 경우엔 멀리서 봐도 저 놈이 날 쫓아올 것인가 아닌가 금방 알 수 있다.
대부분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자전거에 관심이 없는 놈, 조심해야지 하고 주의하는 놈, 어라? 저게 뭐야하고 경계하는 놈.
이 중에서 자전거를 쫓아와 앵앵 거리는 놈은 당연히 맨 마지막 부류다.

자전거가 시야에 들어오면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며 머뭇머뭇하다가 뒤가 보이면 그때서야 쫓아와서 위협을 가한다.
개들은 본능적으로 비겁(긍정적 표현으로는 영리)하기 때문에 상대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절대 정면승부는 안한다. 수적으로 우세하거나 이미 몇번 간을 봐서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바로 치고 들어간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여기저기 찔러보면서 빈틈을 찾는다.

라이더가 등을 보이고 지나가면 그때서야 쫓아오는 경우도 딱 이런 경우다. 뒤를 쫓아가면서 위협만 해보는데, 이 때 라이더가 겁을 먹거나 놀라게 되면 더 극악스럽게 쫓아올 것이다. 더불어 서너마리가 함께 있는 경우엔 아주 눈뜨고 못봐 줄 정도로 꼴값을 떤다. (개들은 무리를 이루는 동물이라 여럿이 함께하면 더 기고만장해 진다.)

2. 비겁한 녀석들에 대응하는 자세

보통 덩치가 큰 개들은 묶어놓기 때문에 쫓아오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발바리급 이하가 꼭 지랄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일단 개들은 상대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비겁하게 간을 본다. 일단 찔러보고 해볼만 하다 싶으면 본격적으로 입질(bite)이 들어온다. 개가 미치지 않은 이상 절대 대책 없이 입질부터 하지 않으니 위협성 짖음에 놀래거나 흥분하면 안된다.

개가 가축화된 이래로 생겨난 놀라운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사람의 감정을 읽는 것이다.
사람의 표정, 말소리 톤의 변화, 몸짓, 손동작 등을 통해서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겁을 먹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지르면 분명히 더 기고만장해져서 쫓아온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시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철저하게 무시하면, 거의 대부분 먼저 물거나 하지 않는다.
여러 번 위협을 가했음에도 상대가 반응이 없으면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인식하고 대부분 돌아가버린다.

문제는 타고난 성격이 공격적인 녀석이거나 여러 마리가 함께 있을 때인데, 무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따라오며 위협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가장 훌륭한 대처법은 호통이다.

개는 사람의 목소리 톤의 변화, 강세 등을 가지고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에 더불어 개들은 큰 소리, 시끄러운 소리에 민감한 편이다. 요걸 이용해도 "저리가!" 또는 "안돼!"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호통을 쳐주면 대부분 라이더가 이긴다. 엄청 싱겁지? 그러나 이것도 개똥을 다년 간 치운 경력자나 한방에 이런 소리가 나오지 처음엔 쉽지 않다.

개그맨 박명수가 호통을 치는 톤에서 발음시간만 조금 짧게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평상 시에 집에서 연습 좀 해두자. 물론 아무도 없을 때 혼자하시라. 가족을 상대로 연습하면 집안의 평화가 깨진다. ㅋㅋ

주의할 점은 어설프게 할 거면 아예 하지마라. 호통을 쳐야 되는데, 목소리가 떨려버린다던지 겁을 먹고 필요 없는 잡소리, 예를 들어 "어어어어~"하는 효과음(!)을 넣어버리면 이미 비겁한 견공과의 싸움에서 진거다. 라이더가 겁 먹었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 개들은 아주 신이 나서 달라든다. 너무 싱겁게 기싸움에서 이겼다고 생각할테니 말이다.

명심하자 배꼽 아래에서 쭈욱~ 끌어올린 호통 한마디로 제압해야 된다.

3. 비겁한 녀석들 보다 더 골치 아픈 학습된 녀석들.

개들은 짐승 중에서도 학습능력이 꽤 좋은 부류다. 사람과 오래 살다보면 일정한 생활패턴을 기억하기도 하고, 특정 제스추어를 이해하기도 한다. 물론 옳바른 방향(훈련)으로 이러한 능력이 극대화되면 참 쓸모 있는데, 사람을 위협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방향에서 이런 능력이 나오기도 한다.

자주 지나다니는 곳에서 꼭 같은 놈이 따라오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왜 그러냐면, 몇 번 위협을 해봤더니 특별히 손해본 것도 없고, 그렇다고 자기가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라서 계속 찔러보는 거다. 급이 비슷한 개 두 마리가 서로 위 아래를 정하지 못하면 만날 때마다 싸운다. 이런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이해하면 될 듯 싶다.

몇 번의 경험으로 자전거를 위협하는 것이 학습이 되버리면 아주 골치가 아프다. 초반에 호통을 쳐서 제압을 해버리지 못하면 뭔가 결과가 있기 전까지는 그 녀석이 매번 따라올 것이다.

이럴 땐, 생일파티할 때 쓰는 작은 팡파레 폭죽을 몇 개 사서 가지고 다니자.
그 놈이 나올 지점이 되면 미리 폭죽을 꺼내서 쏘기 쉽게 쥐고 다녀라.

보통은 뒤를 보이면 그 때부터 쫒아오는데, 학습된 놈들은 자기가 우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이자 마자 쫓아오기도 한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 근접하면 개를 향해서 폭죽을 쏘면 된다. 큰 폭발음과 화약냄새에 놀래서 바로 도망칠 거다. 개들은 청각, 후각이 매우 민감한 편이라 폭발음과 화약냄새 두 가지가 콤보로 터지면 백에 아흔아홉은 기겁을 한다.

한번 제대로 놀라고 나면 두 번 다시는 자전거를 안따라온다. 학습능력이 좋기 때문에 크게 놀라고 나면 한방에 각인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불필요하게 남의 집 개를 놀래킬 필요는 없다. 정말 어떻게 해결이 안되는 아주 위협적인 녀석들에게만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해 볼만하다.

4. 비겁한 녀석들을 키우는 견주들께 고함.

나는 개를 키우는 입장, 개를 좋아하는 입장이라 비겁한 녀석들을 키우는 견주들을 반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라이더의 입장이 되면 반 정도는 이해할 수 없다.

주인 따라 산책 나온 개가 날 따라오며 앵앵거리는 경험을 몇 번 했다. 여기서 견주들의 성향이 나뉜다.
남자의 경우 황급히 제지를 하고 꾸짖으면서, 미안하다고 말을 건내온다. 별로 놀래지도 않았는데, 그러려니 하고 기분 좋게 넘긴다.

문제는 아줌마들인데 두 번씩이나 아주 불쾌한 경험을 했다.
비겁한 견공이 자전거를 따라가면서 위협하는 행동을 하면, 그게 대견하다는 건지 재밌다는 건지, 말릴 생각은 안하고 왜 웃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제발 개념 좀 탑재하시라. 아줌마를 자전거에 태워놓고 진돗개 열댓마리 풀어봐야 그 기분 이해 하실라나?

요즘 반려견이니 뭐니해서 개를 개가 아닌 사람과 동급으로 생각하고 대우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다 좋다 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개는 결코 사람이 기대하는 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남에게 민폐가 될 만한 것은 미리미리 예방하는 게 좋다. 제발 목줄 좀 채워서 데리고 다니시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거 정비, 브레이크 유관 좌우 교환  (0) 2015.01.22
자전거 정비, 샥 더스트실 교환  (2) 2015.01.17
금연 후기, 21일차  (2) 2015.01.15
Axiom Rider DLX M 안장가방  (0) 2014.05.02
PUMPKING CMP-135SG5 자전거 펌프  (1) 2014.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