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후기 글목록
- 금연 21일차, http://epician.tistory.com/178
- 금연 40일차, http://epician.tistory.com/181
- 금연 60일차 그리고 몸의 변화, http://epician.tistory.com/186
- 금연 90일차 그리고 조언, http://epician.tistory.com/190
- 금연 6개월: 다이어트가 필요해 http://epician.tistory.com/200
- 금연 3년차: 금연 후기, 만 3년 달성! http://epician.tistory.com/293
애연가로 살아온지 20년을 훌쩍 넘겼고 25년은 아직 안된는거 같고. 하여튼 애연가 중에 애연가였습니다. 격한 운동 후에 한 모금, 식사 후에 한 모금, 일에 몰두했다가 잠깐 일어나서 한 모금. 정말 죽을 때까지 잊을 수가 없을, 아니 죽고 나서도 못 잊을 ㅋㅋㅋ
제 마지막 금연시도는 2005년 즈음이었으니까 약 10년전이군요. 그때 니코틴 패치의 도움을 얻어 한 6개월 금연했던 적이 있습니다. 뭐 다들 그렇듯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이거라도 안하면 무슨 재미로 사나 싶어서 다시 피우게 됐었습니다.
문제는 금연 실패 후, 다시 피우게 됐을 때 흡연량이 대략 2배로 뛰어버리더군요. 참았던거 몰아피우자는 보상 심리인지, 이판사판 막가자는 심리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제 경우 잠깐의 금연 이후 다시 담배에 손 댔을 때는 그 전 흡연량의 2배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저 금연실패 사건을 한번 겪고나니 쉽사리 금연선언이랄지 금연시도를 하는 게 솔직히 두려워졌습니다.
한 동안 담배는 훌륭한 내 기호식품이라는 즐거움으로 잘 지내다가 작년 봄에 1년 반 정도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금연을 해볼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래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니 몸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호흡도 거칠고 운동하는 게 고문인가 싶을 정도로 힘들어서 금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그러나! 제 바램과는 상관없이 여자문제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다보니 작심삼일을 너댓번 반복하다 결국 흐지부지. 그 사이에 체력이 좀 회복되어 운동할 때의 스트레스가 조금 덜해졌다는 것도 금연이 흐지부지된 이유 중에 하나일 수 있겠습니다.
제 금연의지는 이렇게 흐지부지되나 싶었습니다. 헌데, 말도 안되는 개소리인 담배세 2,000원 인상에 분노하면서 다시 끊어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니코틴 중독자들을 볼모로 간접세 중에 상간접세인 담배세나 올려서 구멍난 세원을 메꾸려는 저 수작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라가 국민건강 생각해준다는 개소리는 뒷집 병아리나 잡고 하세요.
나라 꼬라지가 개판이 되니 서민 삥 뜯는거 조차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삥 뜯기면서도 분노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수두룩 합니다.
그래서, 금연을 하기로 합니다. 마침 환경적으로 스트레스가 되는 요인도 별로 없고, 부당한 조세에 저항한다는 의미도 있고 해서 이참에 끊어보자라고 결심했습니다.
금연준비
먼저, 금연 한 달 전부터 조금 순한 담배로 바꿨습니다. 평소 피우던 5mg 대신 1mg 제품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흡연량을 줄이고자 했으나, 습관이라는게 남아있는 탓에 12~15개피 이하로는 떨어트리기 힘들더군요. 대신, 담배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사다가 쟁여두던 습관을 버리고 떨어져도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다가 담배 생각에 돌아버릴 때 쯤 담배를 사러 나갔습니다. 그것도 한꺼번에 많이 사놓으면 의미 없으니 2~4갑 정도 소량만 사오기.
해가 바뀌면 금연에 돌입하려고 계획을 했었는데, 담배세 인상 소식에 연말이 되기도 전부터 담배 사기가 점점 힘들어지더군요. 그 많던 담배는 다 어디로 갔는지 평소 피우던 5, 1mg 담배는 구경도 못하겠고, 판매대에는 평생 피워본 적 없는 보* 블루 1mg만 많이 남아 있습니다. 대신 그걸 두어갑 사왔는데, 아.... 맛이 맛이 논두렁 풀을 말아피우는 듯한 ㅋㅋㅋㅋ 그 담배가 금연돌입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봅니다. ㅋㅋㅋ
여튼 새 해부터 하려던 금연계획은 담배 구입하기가 힘들고 짜증나서 며칠 앞당겨 크리스마스 뒷날 아침부터 돌입했습니다. 크리스마스날 밤에 이게 마지막 담배구나 싶은 마음에 숙연히 태웠습니다. ㅠ.ㅠ
금연 시작일부터 니코틴 패치를 사용했습니다. 하루 반갑 정도로 줄인 덕에 중간 단계인 20mg짜리 니코틴* 패치를 사용했습니다. 민감성 피부라서 그런지 니코틴 패치의 부작용을 제대로 경험하는 체질이지만, 금단현상을 줄이려면 어쩔 수 없더군요. 니코틴 껌보다는 니코틴 패치가 초반에 금단현상 극복하기 훨씬 쉽습니다.
다행히 니코틴* 패치는 니코*탑 패치보다 피부자극이 훨씬 덜합니다. 운동이나 샤워에도 안떨어지고 잘붙어있는 것도 좋고, 니코스* 패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네요. 니코*엘 패치 추천 ㅋㅋ
추천하는 금연보조제
니코레*껌은 '과일향', 이 '과일향'을 선택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유는 저 밑에서 다시 설명~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있거나 니코틴 껌을 씹고 있는 중에는 담배 피우면 절대 안됩니다!
이미 금연보조제를 통해 약한 농도의 니코틴이 체내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다 담배까지 피우면 평상시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니코틴이 체내로 공급되게 됩니다. 정말 재수 없으면 급성니코틴중독으로 훅~ 갈 수 있으니, 정 담배가 피우고 싶어 미치겠다 싶으면 패치를 떼어내고 최소 30분에서 1시간은 지난 후에 피우시길.
금연 1~5일
물론, 패치를 쓴다고해도 초반 3~5일 정도는 흡연욕구 훅훅~ 올라옵니다. 10년 전에 금연시도했을 땐, 패치쓰고 초반 3일 정도 버티면 살만했었는데, 이번엔 5일째까지 흡연욕구가 올라오더군요. 그만큼 더 중독됐다는 의미겠죠.
잠 잘 때는 패치 붙이면 안됩니다.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스펙타클 개꿈을 시즌제로 꾸게 되실 겁니다. 자기 전에 꼭 떼세요!
그리고, 평소 흡연량에 따라 패치 용량이 달라지는데, 과한 용량을 쓰게 될 경우, 현기증, 두통, 구토 같은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이럴 땐, 아래 단계의 것으로 바꾸거나 급한대로 있는 것을 반으로 잘라서 쓰시면 됩니다.
3일차 무렵엔 금단현상 중에 하나인 현기증과 함께 잠이 쏟아져서 힘들었고요. 남들은 이 시기부터 호흡도 편해진다는데 저는 못느낌.
금연 6~10일
6일째부턴 흡연욕구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니코틴 패치붙이고, 자기 전에 떼어내면 큰 불편 없이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물론, 담배 생각은 계속 납니다. 과격한 금단현상만 사라졌을 뿐~~
7일째부턴 몸의 변화가 조금 느껴집니다. 눈이 좀 밝아진 느낌과 함께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카락이 덜 빠져 있네요. 저는 머리숱 겁나~ 많아서 좀 빠져도 상관 없는데, 그냥 그렇다구요. ㅋㅋ 운동할 때 호흡이 편해진다고 하던데, 전 그런거 아직 못느낌. 평상시 호흡은 좀 가벼워진 느낌인데, 운동할 때 헉헉 대는건 여전히 똑같음.
금연 10~12일
10일째부터는 드디어 두려워하던 니코틴 패치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패치붙였던 자리가 부어오르고 가렵고, 한번 발적이 올라오면 그 부위는 약을 발라도 3~4일 이상 가는군요. 니코틴 패치가 이런 부작용만 없으면 정말 최고인데 ㅠ.ㅠ
부작용이 나타나면, 패치 용량을 줄이면 극복되는 수도 있습니다. 더 낮은 등급의 패치로 갈아타거나 쓰고 있던 패치를 반으로 잘라서 붙여보세요. 그리고, 한번 패치를 붙였던 자리는 최소 1주일은 다시 붙이지 마세요.
12일 무렵엔 가래도 더 많이 나오고, 입안에 혓바늘도 일어나고 육체적으로 조금 힘든 시간이 지나갑니다.
금연 13일
13일째 아침, 일어나서 깊은 고민에 휩쌓였습니다. 니코틴 패치를 붙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휩쌓였다가 일단 안붙이고 그냥 참아보기로 합니다. 부작용으로 피부자극이 심각해지니 금단현상보다 패치 부작용이 더 무서워집니다.
몇 시간 그럭저럭 버티다가 도저히 안될거 같아서 급하게 니코틴 껌 2mg 짜리를 사용합니다. 이건 작년에 샀다가 적성에 안맞는거 같아서 쳐박아뒀던;;;
개인적으로 니코레* 껌 과일향을 추천합니다. 쿨민트향은 달달하고 부드러워서 씹기는 편한데, 단맛이 강해서 침이 많이 나옵니다. 침 삼키다보면 속이 좀 불편해져요. 오히려 약간 딱딱하게 단맛 없는 과일향이 침이 덜 나와서 훨씬 좋습니다.
걱정과는 다르게 니코틴 껌 하나 씹고 하루를 무사히 넘겼습니다. 기적같은 일 ㅠ.ㅠ
금연 14~16일
하루에 니코틴 껌 2mg 짜리 하나 씹으면 견딜만한 수준이 됐습니다. 흡연욕구 그러니까 니코틴 고갈 증상이 확 올라올 때 니코틴 껌 하나 씹어주면 진정이 되는데, 이게 보통 일어나서 4~17시간 사이에 대중 없이 한번씩 왔습니다.
그래도 애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훨씬 드라마틱하게 금단현상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무렵부터 2주 정도 끊임없이 나오던 가래가 사라졌습니다.
금연 17일
17일차는 유독 아침부터 니코틴을 갈망하는 흡연욕구가 강하게 올라옵니다. 니코틴 껌 하나 씹어주고 잠재웠음에도 종일 잊어버릴만 하면 한번씩 흡연욕구가 강하게 올라옵니다. 니코틴 껌을 아낌 없이 씹어줄까 하다가 좀 더 버티자는 생각에 유난히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니코틴 껌에 중독된다는 웃지 못할 썰 때문에 니코틴 껌이나 다른 보조제 사용을 꺼리는 분들이 있던데, 담배 피우는 것보단 훨씬 나으니 참기 힘들 땐 아낌 없이 쓰세요.
담배로 공급되는 니코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 중독성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담배는 한 모금 빨자마자 훅~ 쾌감이 오는데, 패치나 껌은 한참 지나서야 쾌감이 아니라 금단현상을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의 안도감이 와요.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것이라 금연보조제에 중독될 위험성은 아주 낮다고 봅니다.
금연 18일
전날 강력한 흡연욕구를 잘 받아낸 덕분인지 이상하게 하루 종일 강한 금단현상이 오질 않습니다. 이게 왠일인가 싶어서 그냥 참아보았더니 니코틴 껌을 하나도 안쓰고 하루를 넘겼습니다.
금연 19일
전날 니코틴 공급이 아예 없었던 탓인지 일어나서 3시간쯤 되니 슬슬 니코틴 공급요구가 발생합니다. ㅋㅋ 니코틴 껌 하나를 평상시보다 아주 느리게 씹으면서 진정시켰습니다.
니코틴 껌은 빠르게 씹으면 그 만큼 흡수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금연 후기로 갈 수록 신경써서 느리고 천천히 씹는 요령이 필요할거 같습니다.
이날 운동 중에 금연 이후 처음으로 호흡이 가벼워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폐활량이 늘어났다는 느낌은 절대 아니고, 심하게 헐떡 거리던 과호흡 상태에서 회복되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금연 전에는 과호흡 상태로 들어가면 쉽게 진정이 안됐는데, 금연 이후엔 과호흡 상태에서도 심호흡을 의식적으로 하면서 운동강도를 조금 낮춰주면 훨씬 빠르게 진정됩니다.
금연 20일
큰 금단현상이 없어서 니코틴 껌을 안씹고 하루를 무사히 넘겼습니다. 자잘하게 흡연욕구가 오긴 하는데, 못견딜 정도는 아니고. 아무래도 하루 걸러 한번씩 니코틴 껌을 씹어주면 될 정도로 금단현상의 강도가 낮아졌나 봅니다.
금연 21일
바로 오늘! 무사히 금연 3주째를 마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비장한 각오보다는 "실패해도 상관없다 다시 하면 그만이니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덜 힘들게 (금연보조제의 도움이 큼) 지금까지 왔습니다.
몇 번의 금연실패로 의기소침하셨던 분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셨으면 합니다. 금연에 실패했다고 죄 짓는 것도 아닌데 괜히 죄책감이나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습니다. 일단 해보고 안되면 다시 하면 되는거 아닐까 싶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시작해 봅시다!
주변분들 제발 눈치없이 금연 실패했다고 잔소리하거나 면박주지 맙시다. 그딴건 금연하고자하는 사람에겐 아무 도움이 안되니까요!
제 경우, 금연보조제는 모두 약국에서 사서 썼습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매주 방문하기도 귀찮고, 제 입맛에 맞는거 고를 수도 없고. 결정적으로 제 돈이 들어가야 돈 아까운 마음에라도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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