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생활

생녹조 배양 노하우

epician 2013. 8. 18. 08:23

가카의 손길이 닿은 4대강은 녹조를 넘어 녹조라떼로 곤죽을 이루고 있으나, 물벼룩 먹이로 생녹조를 다시 배양해 보려하니 참 쉽지 않네요 ㅎㅎ

일단 종자용으로 소량 만들어내긴 했는데, 확대배양하려고 큰 통에 희석시키면 며칠 간당간당하다가 사멸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ㅠ.ㅠ 녹조 만들어서 유지시키는 거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PET병 하나에 배양했다가 두 개로 다시 희석(확대배양)한 것인데, 정말 같은 조건에서 딱 반으로 나눈 것임에도 양쪽의 배양상태가 다릅니다. 한마디로 녹조배양엔 어느 정도 운도 따라야 합니다.

실패를 반복하며 체득한 노하우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배양장소

직사광선을 오래 받는 곳은 좋지 않습니다. 창가에 놓아야 좋긴 한데, 하루 종일 직사광선이 쪼이는 곳이라면 피하는 게 좋습니다. 직사광선은 하루 1~2시간 이내로 짧게 받거나 아예 안받거나. 직사광선을 너무 오래 받으면 녹조가 조금 생기는 듯 싶다가 어느 순간 하얗게 떠버립니다. 이게 녹조 사체인지, 박테리아가 번성한 것인지 확실치 않으나 그 상태가 되면 더 이상 녹조는 안생깁니다.

초기 배양용기

투명한 탄산음료 PET병이 제일 좋습니다. 일단 용기 표면에 이끼가 안생깁니다. 하루 1~2회 흔들어주면서 침전만 막아주면 이끼 없이 녹조만 배양됩니다. 다른 용기는 녹조 생기기 전에 표면에 이끼가 먼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러면 거의 실패라고 봐야죠.

배양수

물고기가 살고 있는 어항에서 청소하며 빼낸 물이 가장 좋은데, 이런 물엔 슬러지가 많을 겁니다. 녹조 배양수로 쓰려면 거름망 등을 이용해 슬러지는 걸러내는 것이 좋습니다. 부유물이 많으면 녹조가 흡착되어 침전됩니다.

수조관리용으로 EM, PSB 등의 박테리아를 쓰는 분들이라면 그 물에선 녹조가 쉽게 안 생깁니다.
보통 배양 시작하고 1~2주 정도면 녹조가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EM이나 PSB를 넣었던 수조물은 최소 2배는 더 오래 걸립니다. 유효미생물의 힘을 직접 느껴보세요 ㅋㅋ

첨가제

첨가제라 쓰고 비료라고 읽습니다. ㅋㅋ
수조물로만 배양을 시도하면 1~2주 정도 기다리면 상태가 판가름 납니다.

조금 생기다 말거나, 조금 생겼는데 침전이 심각하게 일어나서 하루 4~5번씩 흔들어줘도 침전을 막지 못한다면 녹조의 발생원이 되는 질산염, 인 등의 영양염류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어라? 내 수조에서 퍼낸 물은 한방에 생기더라! 이러면 수조 물상태 몹시 안좋은 겁니다. 물관리에 신경 좀 쓰시길 ㅎㅎ

물고기 사료, 원예비료, 수초비료, 농업비료 등등 녹조배양의 핵심 염류인 '인'을 공급하기 위해 별걸 다 써봤습니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건 농업용 복합비료!

요건 한 포대씩 유통되는거라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인맥을 동원해서 한 주먹 정도 얻어내는 게 가장 훌륭한 방법 ㅋㅋ

농업용 복합비료는 1.5L 페트병 기준으로 페트병 뚜껑으로 절반에서 1개 정도 아주 소량을 첨가합니다.
처음엔 뚜껑 반개 정도 넣어보고 3~4일 지나도 차도가 없으면 다시 반개 정도 더 넣습니다. 워낙 고농축이라 많이 넣으면 녹조가 쉽게 생기긴 하는데, 과도한 영양염 탓에 물이 아니라 쥐약이나 다름 없는 상태가 됩니다.

확대배양

처음부터 큰 통에서 한 방에 배양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큰 통에선 한방에 나오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대게 녹조보다 이끼가 먼저 생겨서 이끼가 영양염을 먼저 소비해버리기 때문에 녹조가 발생하질 않습니다.

페트병 1~2개로 시작해서 짙은 녹색으로 배양되면 다시 그걸 2~3배로 불려나가다 원하는 최종 배양통의 절반을 채울 정도가 되면 배양통에 채우고 나머지는 새 물을 넣습니다.

최종 배양통은 침전이 되지 않도록 기포기를 반드시 돌려야 합니다. 녹조는 침전되면 거의 망한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배양이 잘 이뤄지면 따로 비료 따위는 넣을 필요 없고, 수조 물갈이 하면서 나온 물을 거름망으로 걸러서 슬러지만 제거하고 넣어주시면 됩니다. 귀찮으면 그냥 수도물을 넣어줘도 배양 잘 됩니다. 초기에 배양통을 세팅하는 게 힘들지 일단 만들어지면 한 바가지 퍼내고 수도물 한 바가지 채워주면 계속 그 상태로 유지됩니다.

혹시 사멸조짐이 보인다거나 잘 배양되던 게 갑자기 옅어진다 싶으면 복합비료 소량 첨가하시면 됩니다. 복합비료는 과다하게 넣으면 쥐약이나 다름 없으니 최대한 적게 넣고 상태관찰이 정답입니다.

사멸

일단 배양통 세팅에 성공만 하면 한 바가지 퍼내고 퍼낸 만큼 수도물 다시 채워주고. 정말 아무 것도 안해도 유지가 되는데, 조금 비실비실한가 싶다가 대책을 세울 틈도 안주고 순식간에 사멸해버리기도 합니다. 언제 녹조가 있었냐는 듯이 물이 맑아집니다. ㅡ.ㅡ;; 제 예상으론 겨울엔 낮은 수온 탓에 사멸하겠지 싶었는데, 겨울도 잘 넘기고 따뜻한 봄날 대략 10개월을 푸르르게 유지되던 녹조가 단 3~4일만에 깨끗하게 사라지더군요.

이런 경우엔 답이 없으니 초기 배양부터 다시 ㅋㅋ

사멸 후, 재세팅할 때는 최종배양통의 벽면 이끼청소 깨끗하게 하시길. 이끼가 많은 배양통은 초기세팅에서 실패할 확율이 매우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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