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생활 1.0의 끝
한동안 물생활이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매년 버들붕어를 손수 번식시키며 대를 이어오다가 재작년은 인구수 조정 차원에서 번식을 한 해 걸렀고, 작년은 개인사정으로 번식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버들붕어 암컷 성어 3마리를 복수병으로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사달이 났습니다. 암컷 2마리는 치료 중 죽었고, 한마리는 복수병은 이겨냈으나 몸이 굽는 기형증상을 보이고 말았네요. 결과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 암컷이 다 사라져버렸다는.
종어로 삼은 녀석들이 늙어가고 있음에도 시간이 안된다고 미루고 미루다보니 몇 년간 공들였던 브리딩 작업이 한방에 훅~ 가버리더라는... ㅠ.ㅠ
그렇게 의욕이 꺽여가고 있을 무렵, 자주 가던 민물고기 동호회에서 사람으로 인한 짜증까지 얻고나니 민물고기에 대한 애정이 많이 사그라 들었습니다. 제 성격이 꼴뵈기 싫은 건 못견디는 편이라 중이 절 떠나는 심정으로 깔끔하게 정리.
그 이후, 물생활은 긴~~ 유지보수 모드로 돌입했습니다.
그 기간 중, 남아 있던 버들붕어 숫놈 2마리는 (만 3년을 채우는) 천수를 누리고 노환으로 자연사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몸이 불편한 암놈 1마리는 아직 살아 있는데, 노환 초기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불편해서 오래 못 살줄 알았는데, 의외로 가장 마지막까지 남네요.
마지막 남은 버들붕어 암컷
물생활 2.0의 시작
원래 계획은 남아 있는 버들붕어가 명을 다하고 나면, (정이 안가는) 각시붕어는 방생해버리고 열대어로 갈아타 볼란다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우연히 어머니가 다슬기 잡으러 가자길래 이렇게 수가 맞는건가 싶어서 각시붕어 4마리를 잽싸게 챙겨다가 방생하고 왔습니다.
검역 중인 구피, 코리도라스 팬더
그 후, 신속하게 진행된 수조 리모델링 작업 ㅎㅎ
베란다 있던 치어육성·새우보관용 수조 2개는 치워버렸고, 거실 수조 2개는 대청소 겸 리셋.
팬시 구피 10마리, 코리도라스 팬더 5마리, 체리 새우 12마리를 새로 들여, 연휴기간 동안 물생활 2.0의 근간을 다졌습니다. 새우는 긴~ 물맞댐 끝에 검역 없이 본 수조로 직행. 나머지 고기들은 검역수조에서 레바미솔과 포르말린 약욕을 받으며 만 하루 대기.
사착과 검역 중 사망은... 구피 1마리, 팬더 코리 2마리, 체리새우 3마리. 팬더 코리는 5마리에서 2마리가 죽어버리니 데미지가 좀 심각하네요. 상황봐서 몇 마리 더 사다넣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안타까운건 브리딩용으로 몹시 쓸모가 있어 보이던 색깔 없고 무늬 없는 구피 암컷이 검역과정에서 쇼크로 죽어버렸습니다. 유심히 지켜보고 있어야 했는데, 수조 리셋과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뒤집어지는 걸 미쳐 발견하질 못했습니다.
코리도라스 팬더
팬시 구피
막구피라고 불리는 팬시 구피 9마리. 알록달록 보는 맛도 있고, 종어 골라서 브리딩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팬더 코리
구피들은 금방 적응하는데, 팬더 코리는 겁이 많아서 한 동안 사람만 보이면 꼼짝마네요. 어찌나 구석에 잘 숨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찾아보기도 힘들 지경.
체리 새우
체리 새우는 처음 키워봅니다. 생이새우 변종이라 생태는 비슷한 것 같은데, 의외로 겁이 없네요? 버들붕어의 혹독한 입질을 안겪어봐서 그런가 물고기들하고 잘 섞여서 놉니다. 체리새우 넣은 김에 유목에 급하게 모스를 감았습니다. 관리하기 귀찮아서 다 뜯어버렸는데, 운좋게도 베란다 수조에 조금 섞여들어갔던 게 안녹아내리고 조금 남아 있더군요.
임신 중인 구피 암컷
9마리 중에 배가 불러 있는 암컷이 있길래, 치어를 받으려고 따로 분리시켜 놨습니다. 올 때부터 배가 불러 있던 개체라 계획에 없던 치어를 보게 생겼네요.
어머님이 누구니?
본 수조에서 밥주다가 휙~ 날아가는 치어를 발견;;하고 분리시켰습니다. 배부른 암컷은 따로 빼놨는데, 누가 낳은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의심가는 녀석이 하나 있긴 한데, 배 크기로 봐선 아닌거도 같고 ㅎㅎ
본 수조
본 수조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나는, 포트채로 그대로 수조에 넣어뒀던 나나도 꺼내서 유목에 활착시키고 ㅎㅎ 수조 반을 차지할 정도로 무성하게 자랐던 미크로소리움은 가지치기 열심히 해서 구석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급활발해진 팬더 코리
수조에 넣은지 3~4일만에 조금 활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료를 많이 못 먹는거 빼곤 다 괜찮습니다. 플레이크 사료와 침강 사료 2가지를 쓰고 있는데도, 구피들이 바닥까지 진출해서 떨어진 사료에 개떼처럼 달려들고 있습니다;;;
체리 새우
알비노 구피
흰색에 눈까지 빨간 알비노 개체가 한마리 섞여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알비노 개체는 꺼려하는데, 관상어는 이상하게도 알비노 형질이 용인되는 분위기입니다. 수명이 짧은 탓일까요?
근친교배로 만들어지는 빨간눈을 가진 알비노 개체는 대부분 시력에 문제가 생깁니다. 조류나 포유류에선 절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지 않는 형질이자 일종의 기형으로 인식합니다.
예정에 없던 치어 받던 날
분리 시켜놨던, 배가 제법 불러 있던 암컷이 아침부터 치어를 낳기 시작했습니다. 많아야 20마리 정도로 추정되는데, 딱 적당합니다. 아직 인구수가 적어서 이번 치어는 따로 받았습니다만, 인구수가 늘어나면 계획 없이 태어난 녀석들은 본 수조에서 살아남는 녀석만 크라고 따로 받아내지 않을 계획입니다.
똥멍청이 구피 답게 지가 낳은 새끼 쫓아다니느라고 바쁘네요. 열심히 쫓아다니더니 몇 마리 잡아먹고 ㅎㅎ
정오 무렵 산란 아니 출산이 다 끝난 듯 하여 어미는 본 수조로 돌려보냈습니다.
구피가 자기가 낳은 새끼를 잡아먹는 행동의 원인에 대한 몇 가지 설이 있는데...
- 야생에선 태어나자 마자 치어가 멀리 도망가기 때문에 어미에게 잡아먹힐 수가 없다. 따라서, 어미의 동종포식은 수조 환경에서만 일어나는 것.
- 구피 역시 모성애가 있으나, 출산에 적합한 주변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그 스트레스 탓에 동종포식이 나타난다.
구피 치어 육성 시작
구피는 어미 뱃속에서 어느 정도 자라서 태어나는 난태생 어종이라 치어 육성이 굉장히 쉽습니다. 버들붕어의 경우, 굉장히 작게 태어나는 편이라 15일에서 20일 정도 열과 성을 다해 키워내야 갓 태어난 구피 치어 크기 정도가 됩니다.
일단 치어가 있는 수조에 초기 먹이로 PSB와 물벼룩을 둠뿍 넣어줬습니다. 조금 달려 있는 난황을 소비하고나면 물벼룩 사냥에 나서겠지 싶었는데, 웬걸.. 씩씩하게도 벌써부터 물벼룩을 향해 입질을 시작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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