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졌습니다. 장거리 라이딩을 할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 아닌가 싶어서 급하게 코스 물색에 나섰습니다. 처음엔 남원-여수 코스를 2가지 만들었다가 여긴 다음에 가기로 미루고, 예전에 2번이나 실패했던 순천 상사호-선암사 코스로 결정했습니다.
초보시절 첫 시도는 여수-선암사 왕복이 목표였는데, 일행 중에 한 명이 타이어가 찢어지면서 오도가도 못하는 깝깝한 상황에서 중도포기. 두 번째 시도는 선수구성 완벽해서 실패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날을 잘못 잡아서 왕복엔 실패하고 기차로 복귀. 낮기온이 34도까지 올랐던 엄청난 날씨 ㅎㅎㅎ
경로
경로는 여수에서 863번 지방도를 타고 순천 해룡면을 거쳐서 상사호 진입, 승주읍, 서면을 거쳐서 여수로 복귀하는 125KM 코스.
출발 전, 일기예보를 보니 여수 날씨는 4~5m/s 정도의 북서풍이 정오까지 분다고 하고, 순천은 하루 종일 북서풍 1~2m/s 정도. 초반엔 기운이 남을 때니 여수쪽에서 맞바람에 고생 좀 하면 탈만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귀길 기운 빠진 상태에서 맞바람을 맞아버리면 정말 답 안나오게 힘든데, 예보상 복귀길엔 약한 뒷바람.
순천에 근접할 수록 바람이 잦아들어야 하는데, 어째 바람의 강도는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5~6m/s 급으로 꾸준히 불다가 순간적으로 8m/s 이상의 돌풍도 일어나네요. 거센 바람에 균형을 못잡고 휘청거리길 여러번. 다행히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서 맞바람도 견딜만 합니다.
위 동영상은 율촌면 상봉리 부근인데, 이 근처가 바람이 그나마 조금 덜 불었던 곳이네요. 예보대로라면 해룡면에서부턴 바람이 잦아들어야 하는데, 순천에 들어서니 오히려 더 거세지는 바람 ㅡ.ㅡ;;
중간에 보급 겸 15분 정도 쉬고 순천 상사면까지 쭈욱 진행.
순천시 상사면
약 40KM 지점인 상사면까지도 맞바람이 잦아들지 않길래, 일기예보는 이미 틀린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람 방향이나 바뀌지 말고 이 상태로만 계속 불어라고 기도 ㅎㅎ 복귀길은 반대로 내려와야 하는데, 바람 방향이 바뀌면 복귀할 때도 맞바람을 맞는 재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거든요.
상사면에서 점심 먹느라고 약 1시간 소요.
상사면에서 승주까지 가는 길은 지친 상태에선 꽤 힘든 구간입니다. 평지가 거의 없는 업/다운의 연속이라 체력소모가 꽤 커요. 힘든 코스와 맞바람에 시달리며 승주에 도착하니 완전 퍼질 지경입니다. 보급과 휴식 겸해서 20여분 휴식.
승주읍 언덕을 넘은 직후 기록
승주읍에서 순천 서면으로 향하는 작은 고갯길을 넘은 직후, 그러니까 전체 코스의 절반 정도 탔을 때 기록 입니다. 내리막길에서 페달질 안해도 60KM/h 이상 찍히는데, 맞바람 때문에 죽어라 페달질을 했음에도 55KM/h도 못찍었네요. 평균속도는 19.7 ㅎㅎㅎ
다행히 바람 방향이 안바뀌고 그 기세로 계속 불어줍니다. 순천 서면에 진입하면서부터 뒷바람이 됐습니다. 경사도 -0.6%의 살짝 내리막 구간에서 탄력받고 뒷바람까지 받으니 40KM/h 정도로 순항. 보통 평지 순항하면 32KM/h 정도 유지하면 적당한데, 뒷바람이 밀어주니 거침 없이 쭉쭉 나가네요.
편의점에서 음료수 마시면서 찍은 동영상인데, 바람은 여전히 거칠게 불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귀길이라 이젠 고마운 뒷바람 ㅎㅎ
순천 동천 자전거도로
가는 곳 마다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억새 구경하러 등산 한번 할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뒷바람 맞으며 탄력이 붙어서 복귀길은 굉장히 수월했습니다. 이 상태라면 한 200KM도 탈 수 있겠구나 싶을 정도.
최종 기록
보통은 복귀길에 속도가 떨어져야 하는데, 이번엔 오히려 복귀길에 속도가 늘었습니다. 중간까지 19.7KM/h 였으니 후반부에 22.5KM/h를 찍은 셈이네요. 최종 평속은 21KM/h. 초반 맞바람에 탈탈 털린걸 감안하면 나름 준수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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