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생활

토종수초 '올미' 채집

epician 2015. 12. 11. 18:32

산책하다가 논 옆 작은 농수로에서 올미를 발견했습니다. 한번도 실물을 본적이 없음에도 한 눈에 올미라고 알아챘습니다. 왜냐면 전경수초로 많이 키우는 사지타리아하고 똑같이 생겼거든요. 올미의 학명은 'Sagittaria Pygmaea Miq.'로 수족관에서 수초로 팔리고 있는 사지타리아와 근연종입니다.

'피그미 체인 사지타리아'보다는 크고, '사지타리아 스프라타' 보다는 작은 크기로 전경수초로 쓰기 딱 적당한 크기입니다.

사실 올미를 수초라고 표현하기 좀 애매한 구석도 있습니다. 통상적으로는 억울하게도 논잡초로 분류되거든요. ㅎㅎ
덕분에 제초제의 직격탄을 맞아서 의외로 흔히 볼 수 없는 수초이기도 합니다.

채집

올미 채집지올미 채집지

처음 발견하곤 점 찍어뒀다가 다음 산책 때, 채집해왔습니다. 벌써 두 달 전인 10월 15일이었네요.

아... 사진만 다시 봐도 짜증이 올라오네요. ㅠ.ㅠ
손 넣기 전에는 몰랐는데,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시궁창스런 농수로였습니다. 바닥이 진흙이 아니고, 하수구 냄새를 폴폴 풍기는 시커먼 오니.

난초처럼 올라와 있는 길쭉한 풀이 모두 올미입니다. 보시는 바처럼 습지성 식물이지만, 완전 침수상태로 자라기도 합니다. 근처에 있는 풀들도 뽑아다가 뭔지 알아볼까 싶은 생각이 1초간 스쳤으나 하수구 스멜에 기겁하고 얼른 올미만 채집하고 나왔습니다.

채집 후,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얕으막한 야산에 산책 겸 올랐다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하산길에 해가 지고 말았습니다. ㅠ.ㅠ
깜깜한 산 속을 한참 헤매다가 내려와서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며 남긴 풍경이 윗 사진.

검역

채집할 때부터 존재 알아챘던 끈벌레를 비롯한 외계 생명체를 잡아내기 위해 긴 검역 과정을 거쳤습니다.

포르말린을 적정농도로 풀어서 3~4시간 정도 방치했다가 세척 후, 녹아내리지 않게 따로 조명을 비춰가며 보름 간 보관. 보름 후에 다시 포르말린 2차 처리. 2차 처리는 알에서 부화하는 것들을 잡아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데, 2차 처리 때도 쏟아지는 끈벌레의 사체를 보니 3차 처리까지 거쳐야 하나 싶은 고민이 드네요.

결국, 3차 처리를 놓고 고민하다가 채집해 온 수초는 다 버리고 괴경만 쓰기로 합니다.

발아된 괴경

결국 채집해온 수초는 다 버리고, 괴경(덩이줄기)만 떼어내 발아시켜 수조에 옮겨 심을 수 있는 크기까지 따로 키웠습니다.

굉경에서 발아한 올미굉경에서 발아한 올미

작은 개체는 영락 없이 '피그미 체인 사지타리아'처럼 생겼습니다. 검역과정에서 뿌리에 달려 있던 대부분의 괴경이 자연발아해준 덕분에 조명만 잘 비춰주니 쉽게 육성이 되긴 하네요.

사지타리아 종류는 번식용 줄기가 옆으로 뻗치는 런너 방식으로 번식하기도 하지만, 뿌리에 괴경을 만들어서 이듬해 괴경에서 다시 발아하거나, 물을 둥둥 떠서 멀리 퍼지기도 합니다.

이식

수조에 이식한 올미수조에 이식한 올미

이식 후 대략 한달 쯤 지난 상태입니다. 저면여과로 부착성 음성수초만 키우는 수조라서 바닥비료는 깔지 않았습니다. 앞쪽의 작은 개체들도 함께 이식했던 것들인데, 성장이 더딘 것들이 반 정도네요. 대략 바닥비료를 깔지 않은 탓이지 싶습니다.

대략 키작은 '사지타리아 스프라타' 같은 느낌입니다.

수조에 이식한 올미수조에 이식한 올미

옆에 찍힌 전장 3.5cm 정도 되는 팬더 코리와 비교하면 대략적인 크기가 짐작되실거 같네요.

'물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리새우님들이 일으키신 기적 "이끼제거"  (0) 2015.12.30
위기의 체리새우  (0) 2015.12.27
한 달된 구피 치어  (0) 2015.09.21
10일된 구피 치어  (0) 2015.08.30
물생활 2.0  (0) 201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