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멀어서 접근성도 조금 떨어지고, 강변 자전거길 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금강 자전거길'을 가볼 일은 평생 없을 줄 알았습니다. ㅎㅎ
올 봄인가요. GPS 로그 파일을 모아놓은 폴더를 정리하다가 예전에 지인이 보낸 준 것으로 추정되는 금강종주 자전거길 GPS 로그 파일을 발견했습니다. 호기심에 열어서 확인해보니 시즌초 코스로 좋아보이더군요. 그렇게 우연히 열어봤던 파일 하나로 시작해서 라이딩 계획까지 순식간에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경로
GPS 라이딩 경로
강경역(논산시 강경읍)에서 출발해서 금강종주자전거길을 타고 부여군, 공주시, 세종시를 거쳐서 대전 신탄진역까지 107KM 거리입니다. 오르막이 없어서 맞바람에 털리지만 않으면 난이도는 下下下.
출발
일요일에 가려고 했는데, 컨디션도 별로고, 기차를 제법 오래 타야하니 혼잡한 주말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마침 요즘 조금 한가롭기도 하고, 평일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여천역 플랫폼
아침 7시 기차를 탔는데, 예상보다는 평일 탑승객이 제법 많네요.
강경역
2시간을 달려서 강경역 도착. 처음 와보는 곳이라 강경군인가 싶었는데, '논산시 강경읍'이었네요. 강경포구로 유명한 그 '강경'이 맞습니다.
도착해서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요기하고 행동식 챙겨서 라이딩 시작~
젓갈상점 거리
지역특산물로 젓갈이 유명한 지역답게 길가로 젓갈가게가 즐비합니다.
이정표
대청댐까지 107KM라는 이정표네요. 저는 대청댐은 안갈거니까 그 거리를 빼면 100KM가 되어야 하는데, 라이딩 끝내고 나니 107KM 정도 찍혔더군요. 경로에서 잠깐 이탈해서 돌아다닌 걸 감안해도 오차가 조금 있네요.
인증샷
출발 전 상태 말끔할 때, 인증샷 한장 남기고 출발~
착오
나름 경력자인데 초보적인 실수를 했습니다. 1시간 여유를 두고 나름 넉넉하게 일정을 잡았는데, 강경역에서 간식하는 시간 30분을 빼놓고 잡았네요 ㅎㅎ 이로써 여유시간은 30분으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시작부터 약간 빠듯할 듯한 느낌이...
금강 하류
금강 하류
금강 하류
풍경은 고즈넉하니 좋은데, 하구둑과 보로 막힌 탓에 강인지 호수인지 쉽게 분간이 안되네요. 정조시간대의 잔잔한 바다 같기도 하고.
강경에서 진입한 자전거길은 대부분 콘크리트 포장된 길인데, 노면상태가 농로와 흡사합니다. 오늘 몸살 나겠구나 싶을 정도로 노면상태가 안좋네요.
녹조
녹조
강경에서 출발해서 10KM를 달린 후의 금강 풍경입니다. 그러니까, 강경과 부여의 중간지점 쯤 되겠네요.
녹조
유막 장난 아니고요. 괴이하게 생긴 수초 덩어리도 둥둥 떠다닙니다. 오폐수가 유입되어 쓸모 없어진 저수지에서나 보던 물색깔이네요.
느리게 헤엄치는 잉어
표층에서 느리게 헤엄치는 잉어가 보입니다. 올해는 녹조라떼로 곤죽이 되기 전에 보 수문을 열어버린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죠.
농로길
자전거길이 기존 농로를 활용한 곳도 있습니다. 마침 모내기철이라 인근 논에서 물이 흘러나와서 침수된 구간이 조금 있더군요. 물이 튀지 않을 정도로 아주 느리게 느리게 지납니다.
변수
노란 꽃밭
예상치 못했던 꽃길이 등장하네요. 정말 광활하게 펼쳐진 노오오오오란 큰금계국 꽃밭.
이 장관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사진 찍느라고 가다서다를 반복했더니 안그래도 빠듯한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쓸만한 셀카 다량 확보 ㅎㅎ
꽃밭길
봄엔 큰금계국이 피게 조성한 것 같은데, 가을엔 무슨 꽃이 피려나요.
강경 부근의 뭣 같던 자전거길 노면상태가 부여에 가까워 지면서부터 굉장히 좋아집니다. 물론, 아스팔트 포장만은 못하지만 콘크리트 포장치곤 굉장히 평탄합니다.
부여군 진입
꽃길에서 사진 찍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해서 여유시간으로 잡아뒀던 1시간은 이미 날렸습니다. 바삐 가야 도착시간을 맞추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백제교
오래된 다리를 보행자 육교로 바꿔놓았습니다. 바로 옆은 왕복 4차선의 새 다리.
여기서 사진찍고 출발하려는데 앞바퀴가 쑥 들어가는 게 뭔가 좀 이상합니다. 확인해보니 바람이 많이 빠져 있네요. ㅠ.ㅠ
조금 더 지나서 다시 확인해보니 아까 확인했을 때랑 별 차이 없습니다. 실펑크인가 봅니다.
일단 더 가보기로..
진변사거리에서 잠깐 방향을 헤메다가 작은 이정표를 발견하고 제 방향을 찾았습니다.
사실, GPS에 경로 파일을 담아오긴 했는데, 이정표와 노면표시가 훌륭해서 굳이 GPS 보면서 갈 필요가 없겠더군요. 그래서, 이정표와 노면표시만 보고 쭈욱 따라 올라갔습니다.
백제보
이제 없어질지도 모를 백제보. 저게 백제보의 마지막 모습이길 바래봅니다.
대로변의 협소한 자전거길
중간 중간 연결로 성격의 이런 협소한 자전거길도 있습니다. 노면 상태도 조금 안좋고요. 백제보 지나서 짧은 오르막이 하나 있던데, 워낙 거리가 짧아서 별 감흥은 없습니다.
공주시 진입
부여군과 공주시의 경계
예정된 시간에서 대략 50분 정도 오버. 마음은 바쁜데, 앞바퀴 바람 마저 빠지고 있고 난감합니다;;
폐타이어가 섞인 쓰레기길
중간 중간, 쓰레기길이라고 부르는 폐타이어를 섞어서 포장한 길이 있습니다. 이런 길은 탄성 때문에 속도가 안붙어서 힘들어요.
한참을 가야 하는 쓰레기길
안그래도 앞바퀴가 펑크난 상태인데, 길까지 이 모양이니 땀이 뻘뻘 납니다.
공주보 부근
웅진대교 부근
바로 앞의 교각은 고속도로 교각 '웅진대교'이고, 그 뒷편으로 멀리 공주보가 보이네요. 자전거길 상태는 공주보 부근의 자전거길로 들어서면서부터 다시 좋아집니다. But, 펑크난 앞바퀴 때문에 마음은 계속 무겁습니다. ㅎㅎ
공주보
공주보에 도착하니 분수처럼 물을 쏘아대고 있네요. 그냥 경관용이겠죠?? 설마 물을 순환시키려고 저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닐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곰나루교차로
공주보의 한적한 자전거길을 지나면 곰나루교차로가 나오고, 여기서부터는 공주 도심을 지나야 합니다.
보행로 석재 벽면
보행로 난간을 돌을 쌓아서 성벽처럼 꾸몄네요. 다른 도시같으면 철재 난간이나 기껏해야 방부목 정도 썼을거 같은데, 나름 신선한 모습이라 좋네요. 자전거길은 이처럼 한동안 인도를 지나갑니다. 반대편 찻길로 내려갈까 싶었는데, 초행길에서 어리버리할까봐 바닥에 그려진 파란선을 차분히 따라가기로 합니다.
백제무령왕릉연문
외관은 문화재급인데, 만든지 얼마 안된 문이었네요. 그 뜻은 '무령왕릉으로 가는 길에 있는 문' 정도. 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로 대체~
공주 시내에서 점심먹고 커피 한잔 하면서 펑크난 앞 타이어를 수습할까 말까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미 여유시간은 다 날렸는데, 이 빠듯한 시간에 뻘짓이라도 했다간 기차를 놓치고 말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노면 안좋은 자전거길을 타야 하는데, 바람 조금 빠져 있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노면 충격이 덜 올라올테니까요.
이미 바람은 반 이상 빠진거 같은데, 일단 주저 앉을 때까지 그냥 가보기로 합니다. 어떻게든 기차타기 전까지만 버티길 바래봅니다. ㅎㅎ 일단 기차만 타고나면 집까진 걸어가도 상관 없거든요.
곧게 뻗은 자전거길
제가 사는 곳에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던 길을 보게 되네요. 곧게 뻗은 길, 거기다 평지!
마음 같아선 확 쏘아보고 싶지만, 반쯤 바람이 빠진 앞바퀴 탓에 이런 길에서도 25~26Km/h 유지하기가 힘드네요. 펑크 덕에 다리에 힘이 바짝 들어갑니다.
세종시 진입
금강교 아래
고속도로 교각 아래로 건너편 세종시가 보입니다. 요즘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30층짜리 고층아파트가 만들어내는거 같아요. 빼곡한 고층아파트만 봐도 신도시구나라는 느낌이.
학나래교 아래 보행자 통행로
다리 아래로 보행자 통로가 있습니다. 원래는 여길 지날 계획이 없었는데, 노면표시보고 따라오다보니 여기로;;;
학나래교 보행자 통로에서 바라본 풍경
원래 계획했던 경로는 한두리대교 아래에 있는 임시로 가설한 듯한 잠수교였는데, 아무 생각 없이 노면표시만 따라오고 보니 여기. 여기서 어느 분이 길을 묻던데, 저도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당황 ㅎㅎㅎ
이 다리를 지나서 잠깐 엉뚱한 방향으로 내려 갔다가 노면에 파란선이 없다는 사실을 깨닿고 바로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그만큼 길찾기는 쉽습니다.
한두리대교
잠수교 위에서 저 다리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려고 했으나 잠수교 위로 덤프트럭이 연신 드나들어서 포기하고 돌아섰습니다.
세종시를 지나는 자전거길
세종시를 지나서부터는 여유시간이 별로 없어서 좋은 풍경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 앞바퀴 펑크난 상태로 어떻게든 기차시간을 맞춰야 합니다.
대전시 진입
부지런히 달리고 달리다보니 멀리 대전 도심이 눈에 들어옵니다.
멀리 보이는 대전 도심의 스카이라인
종일 흐려서 자전기 타기 참 좋았는데, 세종시 벗어나고 부터는 하늘이 맑게 개기 시작합니다. 구름이 걷히니 한여름 불볕더위 못지 않게 뜨겁습니다.
현도교
현도교 위에서 바라본 풍경
정말 다행히도 기차역 부근까지 버텨준 앞 타이어. 손으로 눌러보니 쑥~ 들어갑니다 ㅎㅎ
도착
신탄진역
바짝 긴장해서 열심히 달린 덕분에 기차시간 40여분 남겨두고 여유롭게 도착했습니다.
오르막 없는 평탄한 코스라 조금 싱겁지 않을까 싶었는데, 펑크난 채로 달렸더니 예상보다 운동은 더 됐습니다. 긴장감도 나름 훌륭하고 ㅎㅎ
기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 여천역에 도착하니 앞바퀴 바람은 거의 다 빠져서 주저앉기 시작합니다.
1KM 정도 자전거 타고 가다가 이젠 도저히 안될거 같은 순간에 자전거에서 내렸습니다. 종일 페달질 하느라고 고생한 다리 근육도 풀어줄 겸, 산책하는 셈치고 집까지 한적한 농로길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이것도 나름 낭만 있군요.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름 소소한 재미는 많았네요.
다시 가라면? 글쎄요. 고민을 좀 해봐야겠지만, 한번쯤은 다녀와 볼만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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