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노무현 대통령 묘역 참배 1/2)에서 계속되는 내용입니다.
추모의 집
묘역에서 참배를 마치고, 뒷편 봉화산까지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추모의 집엘 들렀다.
입구의 조형물은 우시장과 비슷하단 느낌을 받았다. 어릴 적, 시골 우시장에서 저런 얕은 지붕의 건물을 봤었거든.
한걸음 더 걸어서 옆을 돌아보는 순간, 무겁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포토존
시민과 사진을 찍으면서 남기셨던 저 유명한 포즈를 여기서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왠지 노무현 대통령도 카메라를 응시하시는 거 같다. 고맙습니다 ㅠ.ㅠ
영상관
추모의 집 한편은 생전의 연설장면을 상영하는 영상관이다. 추운 날씨인데도, 빈자리가 별로 없을 정도로 앉아서 보고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대편은 생애를 기록해 놓은 전시관인데, 맨 끝의 노란리본으로 만든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삼당야합에 반대의사를 표하는 노무현 대통령
개인적으로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 중 하나로 꼽는 장면이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김상현 등 몇몇 분들이 삼당야합에 반대 목소리를 내던 모습.
이라크 파병장병을 안고 기뻐하는 노무현 대통령
대통령으로써 남긴 노무현의 굵직한 장면들이 여럿 걸려 있으나, 그 중에서 이라크 파병 장병을 안고 기뻐하던 저 모습이 가장 와닿았다.
노란 리본으로 만든 조형물
어떤 이는 다시 태어나도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이고 싶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다시 태어나면 절대 정치하지 마시라고도 한다. 정리 안되던 내 감정 또한 저 조형물을 보고나니 다시 그 분의 국민이고 싶어진다.
화포천
절기상 입춘이 코 앞인데, 날씨는 정말 매섭다. 산천초목이 속살을 내보이는 겨울 풍경도 즐기기 나쁘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화포천 살리기에 관심을 갖으셨다기에 어떤 곳인지 궁금하여 산책했다.
농지가 많은 전형적인 시골 모습이다.
딱새
깃털을 크게 부풀린 딱새 한마리가 힘겹게 겨울을 나고 있다. 친하게 지내고 싶으나 곁을 주지 않네.
"아저씨 못된 사람 아니야.." 그러면 딱새가 아마 이러겠지. "언제 봤다고요??"
이미 꽁꽁 얼어버린 하천은 볼 게 별로 없고, 그나마 저런 것들이 눈요기가 되어 주었다.
사마귀 알집
열정적인 다큐 인생이 헛되진 않았나 보다. 저런 것을 한 눈에 알아봤으니 말이다.
들판의 야생 오리떼
사는 곳 근처에도 오리 무리를 가끔 보긴 하는데, 여긴 숫자가 훨씬 많다. 여기가 서식조건이 훨씬 좋나 보다.
갈대
다 떨어지고 마지막 남은 갈대인가? 세찬 바람에도 아직은 꼿꼿하다.
머리 위로 커다란 독수리가 날아가는 모습은 번번히 촬영에 실패했는데, 황조롱이가 사냥감을 주시하는 호버링(제자리 비행) 모습을 운좋게 동영상으로 남겼다. 바람이 거센 탓에 호버링이 참 힘겨워 보인다.
지켜보는 내가 거슬렸던지, 녀석은 사냥에 실패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정리
정리라는 표현이 맞나 모르겠다. 더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니 우선 정리라고 해두자.
짧은 여행으로 다시 없어야 할 비극의 현대사 가운데 하나를 개인적으로 이렇게 정리했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다음 생이 있을지 없을지.
혹시 있다면, 미안하게도 나 역시 다시 그 분의 국민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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