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의 단팥빵 레시피 & 굽기

epician 2018. 2. 19. 00:27

어쩌다보니 요리에 자의반, 타의반 관심을 두게 되었다.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면요리를 만들어 먹으려고 시작했다. 여기까진 자의. 그러다, 갑작스런 집안 사정으로 1년 정도를 혼자 밥해먹고 살아야 했다. 이건 타의.

그렇게 한식, 중식, 양식 만들어 먹고 싶은거 만들어 먹다가 이윽고 빵까지 이르렀다. ㅎㅎ

오븐을 장만하고 한동안 닭만 열심히 구워먹다가 제빵에 도전했다. 파운드 케이크, 식빵, 카스테라에 이어 4번째로 만들어본 빵이 단팥빵이다.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는데, 베이킹 소다, 베이킹 파우더랑 이스트 정도만 겨우 구분하는 생초보다. 더 삘을 받으면 책 한권 후다닥 읽어보고도 싶으나, 요새 본업인 기술서적도 읽기 싫어서 몸서리가 쳐지는 중이라 당분간 이 상태에서 큰 발전은 없지 싶다.

재료

완전 생초보라서 내가 분간을 못하는건가 싶기도 한데, 여러 레시피를 조합해 본 결과, 이스트로 발효하는 빵의 반죽은 거의 비슷했다. 식빵이나 단팥빵이나 거기서 거기다.

단팥빵 12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을 기준으로...

  • 강력분 300g,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6g, 소금 6g, 설탕 40~50g, 버터 20~30g, 팥앙금 500g에
    1. 물 140ml 와 달걀 중란 1개를 넣거나
    2. 우유 200ml를 넣어서 반죽하면 된다.

A 조합(물 + 달걀)을 쓰면 평범한 단팥빵 반죽이 되고, 그 대신 B의 우유를 넣으면 우유식빵처럼 쫄깃한 빵이 된다. 물은 한번에 다 넣지말고, 반죽 상태를 보면서 가감해야 한다.

설탕을 적게 넣으면, 식빵도 아니고 단팥빵도 아닌 애매한 빵맛이 나니 주의해야 한다.

레시피

초기 반죽

보울에 강력분을 채쳐서 넣고, 이스트를 잘 섞는다. 그 다음에 소금, 설탕, 물, 계란 등등을 넣고 초기 반죽을 한다. 밀가루, 이스트만 먼저 잘 섞어 놓으면 나머지 것은 한꺼번에 다 넣고 섞어도 무방하다. 버터만 빼고~

초기엔 숫가락이나 딱딱한 주걱으로 반죽을 섞다가 밀가루가 거의 섞이면 손으로 반죽한다. 반죽을 접었다가 손바닥으로 누르는 순으로. 초기 반죽은 대략 5~10분 정도 걸리는데, 밀가루가 뭉쳐 있지 않은 반들반들한 상태면 다 된거다.

후기 반죽

초기 반죽이 끝나면 버터를 넣고 20분 가량의 후기 반죽을 할 차례다. 버터는 굳이 녹여 놓을 필요는 없다. 냉장고에서 꺼낸 덩어리 버터를 그냥 넣으면 된다. 어차피 반죽 치대는 온도 탓에 자연스럽게 녹는다.

버터는 반죽 안에 넣어서 치대도 되고, 보울과 반죽 사이에서 놓고 밀면서 치대도 된다. 두 가지 방법을 다 써봤으나 결과물은 당연히 별 차이 없었다.

완성된 반죽

손 반죽을 하다보면 입에서 욕이 두어번 쯤 나올 때가 되니 딱 끝났다. 보통 얇게 늘렸을 때, 안끊어지는 정도로 반죽하라고 하는데, 너무 엉망일 정도가 아니라면 20~30분쯤 하고 대충 끝내자. 나머지는 신선한 이스트에 맡기기로.

1차 발효

완성된 반죽에 랩을 씌워서 오븐에 넣어서 1차 발효를 시켰다. 스팀발효 기능으로 40℃ (이 오븐에서 설정가능한 최저온도)로 설정하고 35분간 발효시켰다.

오븐 안에서 발효 중인 반죽

발효가 생각보다 잘되는걸 봐선 반죽에 전달되는 실제 온도는 40℃ 이하이지 않을까 싶다. 보통 1차 발효는 30~35℃ 사이에서 40~50분간 진행하는 게 교과서적인거 같다.

팥앙금, 달걀물 준비

반죽이 발효되는 동안 팥앙금 500g을 12개로 나눠서 경단을 만들어 놓는다.  대략 한개당 40g 정도.

팥앙금 경단

참고로 팥앙금은 기성품을 사서 쓴거다. 밀가루를 직접 빻아쓰지 않듯이 기본적인 재료는 사서 쓰는게 정답같다.

달걀물

반죽에 넣은 달걀 말고, 빵 위에 발라줄 달걀물이 필요하다. 달걀 노른자 1개를 물과 1:1 비율로 섞어서 만든다.

성형

1차 발효가 끝난 반죽

손가락으로 반죽을 찔렀을 때, 구멍이 그 상태를 유지하면 1차 발효가 잘된 상태다. 여기서 발효가 시원치 않으면 사용했던 이스트를 가장 먼저 의심해 보시라. 오래된 이스트는 발효가 잘 되지 않는다. '사프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를 많이 쓰는거 같던데, 요게 발효가 정말 잘된다.

1차 발효가 끝난 반죽

발효가 끝난 반죽 밑에 거미줄도 잘 나온 편이고 (한번 뒤적거린 다음에 사진을 찍은 탓에 사진엔 잘 안나왔지만 ㅎㅎ) , 반죽 상태는 만족한다.

이제 이 반죽을 50g 정도씩 나눠서 12개로 나눌 차례.

분할된 반죽과 팥앙금

나눠진 반죽을 호떡처럼 둥글게 펴서 팥앙금을 넣고 둥글게 말아줘야 하는데, 밑 크기가 적당한 보울을 찾아서 거기 넣어놓고 반죽을 펴니 모양도 좋게 잡히고 딱이다.

위 상태 그대로 들어올려 둥글게 말았다가 오븐팬에 올려놓고 납작하게 눌러준다. 당연히 반죽이 앙금을 완전히 감싸도록 접히는 부분을 손끝으로 잘 눌러줘야 한다. 안그럼 굽고나서 팥앙금이 빵 밖으로 삐져나올지도 모른다.

두께 2cm 정도로 바짝 눌러줘야 한다는데, 처음 해보는거라 정확한 감이 없으니 대충 눌렀다. 그보다 중요한건 줄맞추기다. 저 상태에서 2차 발효를 하면 부피가 더 늘어나고, 구웠을 때 거기서 조금 더 늘어난다. 옆의 것과 들러붙는 불상사가 없으려면 부풀어질 크기를 감안해서 줄을 잘 맞춰 놓아야 한다.

모양 내기

가운데를 손가락을 꾸욱 눌러서 모양을 냈는데, 이게 어째 좀 시원찮게 된거 같다. 결과는 잠시 후에..

2차 발효

아까 준비했던 달걀물을 윗면에 바르고 오븐에 넣어서 2차 발효를 시켰다. 시간은 스팀발효 기능으로 40℃에서 40분. 보통 30~35℃ 정도에서 40~50분간 2차 발효하면 적당하다고 한다.

오븐에서 2차 발효

아래가 2차 발효가 완료된 모습.

아... 뭐가 잘못됐나 보다. 가운데 눌러놓은 구멍이 형태가 영 시원찮다. 더 크고 깊게 성형했어야 했나?

굽기

오븐을 190℃로 예열해서 10분 정도 굽는다. 중간에 빵 윗면 상태를 보면서 오븐팬의 앞뒤 위치와 상하 위치를 한번 정도 바꿔 주는 것이 좋다. 생초보라서 자리를 안바꾸고 그냥 구웠더니 윗판은 조금 타고, 아래판은 딱 적당하게 구워졌다.

구워진 단팥빵

진한 색이 올라오는게 보기 좋을거 같아서 굽기 전에 달걀물을 한번 더 칠했더니 오히려 지저분하게 보인다. 담부턴 이건 안하는 걸로 ㅎㅎ

그리고, 뭔가 분명 잘못되긴 했다. 가운데 꾸욱 눌렀던 모양이 사라졌다. 발효가 너무 짧았던지 애초에 모양을 잘못 잡았던지 뭔가 문제가 있긴 했나보다.

가운데 구멍이 사라진 결과물

모양은 좀 저래도 구워서 바로 먹는 빵맛은 정말 제대로다. 제과점 빵보다 덜 달고 오히려 더 맛있다.

외형이 좀 비극이라서 그렇지 빵 속은 정말 흠 잡을 데 없다. ㅎㅎ

Updated

처음 구웠던 것의 성형이 너무 엉망으로 나왔던터라, 세번째 구웠던 것의 사진을 다시 추가한다.
첫 번째 것과의 차이라면 우리밀 통밀(조경밀)과 강력분을 7:3으로 섞어써서 볼륨이 약간 작게 나왔다는 것과 윗면을 달걀물 대신 우유로 마무리 했다는 것 정도다. 시각적 완성도는 달걀물이 훨씬 낫다.

모양을 잘 잡으려면 손가락보다는 바닥에 좁은 소주잔이나 양주잔으로 꾹 눌러주는 게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