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지리산 성삼재 → 노고단 → 반야봉 → 삼도봉 → 피아골 산행 1/2

epician 2018. 6. 11. 00:29

여행기는 그 때의 감흥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남겨야 하는데. 이번은 사정상 일주일이나 지난 뒤에야 글을 쓰게 됐다.
프로젝트 막바지에 황당한 사고가 터져서 멘붕상태로 며칠을 보냈다. 이제 겨우 정신을 조금 수습한 상황. 그러고 보니, 뭔가 꼬이기 시작한 게 이 산행부터 였던거 같다. ㅡ.ㅡ;;;

지리산병 발병

지난 달 중순에 지리산을 다녀온 후로 지리산병에 걸리고 말았다. 이건 무슨 상사병도 아니고, 걸핏하면 지리산의 그 풍경이 떠올라 미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대강 마무리가 되어간다 싶어서, 하루 시간을 내서 지리산을 다시 다녀오기로 했다. 그 황홀했던 화엄사에서 노고단을 다시 오를까 하다가, 결국엔 성삼재에서 반야봉을 찍고 오기로 생각을 바꿔먹었다.

최초 계획은 성삼재 ↔ 반야봉 왕복이었는데, 뭐에 홀렸는지 근처에 있는 삼도봉을 넣었다가, 또 뭐에 홀렸는지 피아골로 하산하는 걸로 계획을 바꿨다. 진짜 뭔 생각이었는지 다시 돌이켜봐도 이해되질 않는다. 정말 뭐에 홀렸던거 같다는..

코스

성삼재에서 출발해서 노고단 고개, 노고단을 거쳐서 반야봉, 삼도봉, 피아골로 하산하는 20KM의 거리이고, 총 9시간 30분 소요됐다.

출발

성삼재에 도착하니 지난 번보다 시야가 꽤 좋다.

해발 1,000미터 정도 높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탁 트인 풍경성삼재 휴게소에서 바라본 풍경

지난 번은 미세먼지인지, 안개인지 하여간 바로 아래의 마을도 잘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번엔 그 뒷편 산줄기까지 보인다. 요즘 미세먼지 수준을 감안하면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고 봐야겠지.

돌이 깔린 노고단 임도길노고단으로 향하는 임도길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임도길인데, 여기도 정말 오랜만에 올라와 본다. 사람 제일 없을거 같은 월요일로 날을 잡았는데, 단체 관광객들이 제법 보인다.

빨간 꽃봉우리

거리가 거리인지라 여유부릴 틈이 없어서 후다닥 후다닥 노고단을 향해 올랐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출발.

이정표노고단 대피소 부근 이정표

반야봉까지 대략 6KM, 그러니까 노고단 대피소를 기준으로 왕복하면 대략 12KM 정도의 거리다. 돌이켜보면 반야봉 왕복 12KM로 깔끔하게 끝냈어야 했는데 ㅎㅎ

노고단

원래 계획엔 노고단은 얼마전에 봤으니 그냥 지나칠 생각이었다. 헌데, 날씨가 너무 좋다 ㅠ.ㅠ 노고단 뒷편으로 새파란 하늘이 ㅠ.ㅠ 그래서 결국엔 노고단을 다시 올라갔다 오기로 급수정. 미처 몰랐는데, 6월부터 노고단 탐방예약제가 시행된단다. 예약 안했는데 어쩌지? 일단 찾아가서 한번 봐달라고 사정할까 싶다가, 혹시나 싶은 맘에 예약사이트에 들어가봤더니, 당일 예약이 가능하다. 아직 예약자가 다 차지 않은 덕분이지 싶다.

노고단 탐방 출입증노고단 탐방 출입증

출입구에 가서 이렇게 출입증을 받아든 다음 노고단 정상을 향해 출발~

노고단 부근의 너른 평원노고단 중턱에서 본 풍경

지난 번은 날이 흐려서 사진들이 죄다 똥망이었는데, 이번엔 화창한 날씨 덕에 제법 볼만한 사진들을 건졌다.

노고단 풍경노고단 KBS 송신소

지난 번엔 잘 보이지도 않었던 화엄사가 또렷하게 내려다 보인다.

노고단에서 내려다 본 화엄사화엄사

인상 깊었던 화엄사 각황전 지붕이 보인다. 지난 번엔 산행시간에 쫓겨서 제대로 못봤는데, 다음에 꼭 다시 한번 가봐야지 싶다.

노고단 파노라마 뷰노고단 파노라마 뷰

다녀간지 한 달도 안됐는데, 다시 봐도 나쁘지 않다. 이 풍경은 매일 봐야 지겨워 지려나?

노고단 정상노고단 정상

저 뒷편의 파란 하늘이 날 다시 노고단으로 이끌었다. 노고단 정상에서 인증샷 몇 개 남기고 뒷편을 돌아보니 반야봉이 보인다.

노고단에서 바라본 반야봉노고단에서 바라본 반야봉

구름이 걸려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반야봉이다. 지금 다시 보니 정말 멀어보이는데, 막상 저 때는 아무 생각 없었다. ㅎㅎ

노고단 → 반야봉 산행 시작

노고단을 내려와 노고단 고개에서 동쪽으로 전개되는 등산로를 따라 들어갔다.

지리산 등산로지리산 등산로

노고단에서 피아골 삼거리까지는 평지에 가까운 길이다. 산 허리를 따라 사람 한두명이 거닐 수 있을 만한 등산로가 아기자기 하게 이어진다. 헌데, 기대했던 그 풍경은 아니었다. 화엄사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던 그 길이 머리 속에 너무 깊히 각인된 탓이지 싶다.

지리산 등산로지리산 등산로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서 굽이굽이 걷다보니...

하얀꽃

단아한 모습의 이름 모를 하얀 꽃이 보인다. 어쩜 저렇게 정갈하게 생겼나 싶을 정도로 예뻤다.
울창한 숲을 지나는 길이라 햇볕은 거의 들지 않았다. 머리 위로 보이는 풍경은 대략 이런 모습이다.

떡갈나무 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떡갈나무 잎

등산로 옆으로 어느 녀석이 굴을 제법 터프하게 파 놓았다. 구멍크기로 보아하니 토끼굴이려나?

토끼굴토끼굴

좁은 등산로를 터널처럼 뒤덮고 있는 나무

터널같은 이런 등산로도 보인다. 이런 길을 지날 때 드는 생각은 매번 같았다.

"저 끝엔 뭐가 있을까..."

산 아래로 멀리 구례가 내려다 보이는 풍경구례

한참을 숲속을 걷다가 시야가 조금 트이는 장소에 도착했다. 사진을 찍을 때까지 저기가 어딘지 정확히 몰랐는데, 돌아와서 찬찬히 둘러보니 구례군의 풍경이다.

걷다보니 이런 고사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고사목고사목

오래 전에 도벌꾼들이 불을 질렀을 때 타버린 나무라는 얘기도 있고, 기후변화 탓에 고사한 구상나무라는 얘기도 있다. 어떤 게 정확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고사목도 풍경의 일부가 되어 색다른 뷰를 선사해주고 있다.

지도상에 없던 갈림길이 나와서 잠깐 당황했으나, 알고보니 우측은 길이 아니고 조망점이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임걸령 샘이 나온다.

임걸령

임걸령 샘 표지판표지판

여기서 물을 보충할 생각으로 500ml 생수병 두 병만 챙겼다.

임걸령 샘임걸령 샘

물맛 참 기가 막히다. 편의점에서 샀던 생수는 비워버리고 이 물로 다시 채웠다 ㅎㅎ 다음에 여길 다시 오면 빈 물병만 하나 더 챙겨와야지.

여기 도착했을 때가 딱 정오 무렵이라, 김밥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다음 포스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