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지리산 성삼재 → 노고단 → 반야봉 → 삼도봉 → 피아골 산행 2/2

epician 2018. 6. 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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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 시작

돌계단의 오르막길

노고단 고개에서 임걸령까지는 평지에 가까운 내리막길이 대부분이었으나, 임걸령을 지나면서부터 오르막길이 나오기 시작한다. 임걸령 - 반야봉 사이의 오르막 구간은 대략 2.5KM 정도인데, 대부분 걸을만 했으나, 반야봉을 앞두고선 경사가 제법 매섭다.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

어딜 가냐고 손짓하는 듯한 이런 나뭇가지도 보이고. (잡지마라 갈길이 바쁘다.)

노루목 삼거리 이정표노루목 삼거리 이정표

노루목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삼도봉, 좌측의 오르막 길로 오르면 반야봉 삼거리이다. 여기서부터 반야봉 삼거리까진 등산로가 혼자 지나면 꽉 찰 정도로 좁았던 기억이 난다.

반야봉 삼거리

반야봉 삼거리 이정표반야봉 삼거리 이정표

반야봉 삼거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반야봉 오르막 구간이 시작된다.

크고 작은 돌이 깔린 좁고 가파른 경사의 등산로반야봉 오르막 구간

이렇게 좁고 가파른 길이 반야봉까지 계속 이어진다.

반야봉 중턱에서 본 풍경반야봉 중턱에서 본 풍경

반야봉을 오르다가 비좁은 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마주쳤다. 힘들던 참에 숨이나 돌리자 싶어서 뒤를 돌아보니 저런 풍경이 펼쳐졌다.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삼도봉이 아닌가 싶긴 한데, 정확치는 않다.

반야봉 오르막 구간반야봉 오르막 구간

이렇게 네 발을 써야 하는 구간도 있고 제법 힘들다.

숲 너머로 보이는 반야봉 정상숲 너머로 보이는 반야봉 정상

한참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숲 너머로 멀리 반야봉 정상이 보였다. 다소 허탈 ㅎㅎ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여러 구루의 고사목고사목

반야봉 부근에도 고사목이 제법 많았다. 무슨 이유일까 무척 궁금하다.

반야봉 정상으로 가는 길목반야봉 정상으로 가는 길목

반야봉 삼거리에서 반야봉 정상까지 거리상으론 700~800m 정도 되는데, 조금 험한 오르막 구간이라 정말 오래 걸리는 느낌이다. 다 온거 같은데, 다 온거 같은데... 이런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반야봉에서 바라본 노고단반야봉에서 바라본 노고단

반야봉을 오르던 중에 반대편의 노고단을 찍은 사진이다. 정상에서 찍은 사진은 날씨가 흐려서 오히려 더 안좋게 나왔다.

반야봉 정상

반야봉 정상 부근반야봉 정상 부근

반야봉 정상 부근은 마치 정원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깨끗할 수가!

나무 꼭대기에 앉은 까마귀까마귀

노고단에서도 까마귀가 몇 마리 보이더니, 여기도 큰까마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야봉 정상의 다람쥐다람쥐

올라오는 길에 다람쥐를 몇 마리 보긴 했는데, 죄다 사진찍을 틈을 주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이 녀석만 꽤 오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거리를 줬다. 예전엔 산에 가면 흔하디 흔한게 다람쥐였는데, 요샌 이 녀석들 보기도 쉽지 않다.

해발 1732m 반야봉 표지석반야봉 표지석

해발 1732m 반야봉에 드디어 도착했다. 헌데, 감흥이 조금 덜하다. 주변 풍경이 기대했던거 보단 다소 아쉽다.

노고단에서 바라봤을 때, 반야봉에 구름이 걸려 있더니, 도착하고보니 주변이 온통 깜깜하다. 비 안오는 걸 감사하다고 해야 하건만, 사람 심리라는 게 ㅎㅎ 그 고생하면서 올라왔는데, 이 어두컴컴한 풍경은 ㅠ.ㅠ

반야봉 인증샷인증샷

인증샷 하나 남기고 한숨 돌리려던 차에...

거래처에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연락 올 일이 없는 날을 잡긴 했는데, 생각을 잘못했나 보다. 너무 높아서 통화가 계속 끊어진다. 덕분에 카톡으로 주고 받다보니 하산길이 계속 지체된다. 이게 무슨 일인지 반년 넘도록 연락 없던 거래처에서도 전화가 오네. 여기서부터 느낌이 좀 쌔해졌다 ㅎㅎ

주말, 휴일 반납하고 20일 넘게 쳐박혀서 일만하다가 하루 고른 날이 하필;;;

삼도봉

지도상으로 대략 위치만 보고 코스를 만들었던 터라, 삼도봉이 반야봉 바로 코 앞인줄 알았다. 정말 뭐에 홀렸었나 보다. 꼼꼼한 성격상, 이렇게 코스를 대충 잡을리 없는데 ㅠ.ㅠ

삼도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계속 내리막이긴 한데, 제법 험해서 내려가는 속도가 더디다.

삼도봉 표지삼도봉 표지

어찌 어찌 내려와서 삼도봉에 도착했다. 저 표지를 기준으로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이렇게 3도의 경계가 나뉜다고 해서 삼도봉이란다. 저 표지를 기준으로 한바퀴만 돌면 도 경계가 바뀌는 희안한 경험이긴 하다. ㅎㅎ

삼도봉 표지삼도봉 표지

전라남도에서 올라왔는데, 전라북도를 밟고 이렇게 사진을 찍고 있다. 인증샷은 경상남도 땅을 밟고 남겼다.

삼도봉에서 바라본 산 아래 풍경삼도봉에서 바라본 산 아래 풍경

지리산이 워낙 넓다보니 높은 봉우리에 올라와서도 보이는 풍경이라곤 겹겹히 둘러 쌓인 산 밖에 없다. 삼도봉도 예외는 아닌지라 눈길 닿는 곳 마다 산이다. 지리산 참 넓다.

위기의 하산길

돌이 깔린 좁은 오솔길 같은 등산로삼도봉 → 노루목 방향의 하산길

예상보다 험한 길과 이런 저런 연락을 받느라고 하산길이 지체되었다. 노고단 정상까지 갔다오는 바람에 예정보다 두 시간 가까이 지체되버린 상황.

피아골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았는데, 내려가는 길이 너무 고되다.
이 와중에서 해외로 소포 보냈던 게, 리튬이온 배터리가 내장된 탓에 반송된다는 문자도 날아오고. 하....

몸도 힘든데, 기분까지 쳐지니 하산길이 정말 고되더라.
그래도, 별 수 없다. 내려가다가 해 떨어지면 정말 답이 안나오니, 힘들어도 쉴 새 없이 내려가는 수 밖에.

피아골 계곡

피아골 계곡을 건너는 좁은 다리피아골 계곡을 건너는 좁은 다리

피아골 방향의 등산로가 계곡을 끼고 있다길래, 당연히 화엄사의 그 등산로를 떠올렸었다. 하지만 꽝이다. 거기랑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내려오던 길에 너무 힘들어서 주저 앉고 싶을 정도였는데 ㅠ.ㅠ 곧 해 떨어질 시간이라, 반달곰하고 하룻밤을 보내는 불상사는 없어야 겠기에 정말 부지런히 내려왔다.

피아골 대피소피아골 대피소

피아골 대피소를 지나면서, 내려가야 할 길이 아직 5KM나 남았다는 사실에 너무 슬펐다. ㅠ.ㅠ
뭐에 홀린 듯, 막 저지르고 난 이가 감당해야 할 큰 시련이다 ㅎㅎ

바위에 새겨진 타원형 문양문양? 화석??

피아골을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바위에 저런 문양이 보인다. 누가 뭘 새기다 실패한건가, 아니면 화석인가?

산행이 끝나갈 무렵엔 물도 떨어지고, 정신력도 탈탈 털리고.
한마디로 요약하면, "난 누군가, 또 여기 어딘가" 이런 상태였다. ㅎㅎ

다행히 일몰시간을 30분쯤 남겨두고 하산에 성공했다. 간만에 멘탈이 제대로 털렸던 고된 산행이었는데, 아직도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했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 ㅠ.ㅠ 분명 최초 계획은 성삼재 ↔ 반야봉 왕복이었는데,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