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구례 화엄사 → 지리산 노고단 정상 2/2

epician 2018. 5. 15. 17:08

이전 포스트에서 이어집니다.

국수등 이후 구간

국수등에서 첫 휴식을 취했다. 쉬는 동안 간식을 먹으며 허기진 배도 조금 채우고.

가파른 돌계단
가파른 돌계단

국수등을 지나면서부터 길이 조금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이 구간이 제법 험악하다는 걸 알고는 왔지만, 경험해본 적이 없는 길이라 걱정은 조금 된다.

중재 이정표
중재 이정표

중재를 거쳐서 계속 오르다보면...

조금 험한 등산로
조금 험한 등산로

이렇게 정리 안되는 등산로가 가끔씩 나타나기도 한다. 돌들이 워낙 크고, 단단히 박혀 있어서 걷는데 어려움은 없다.

가파른 경사에 숨이 거칠어지고 다리가 피곤해질 무렵이면, 이 코스의 즐길거리 중 하나인 계곡이, 또 이렇게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작은 폭포를 이루는 산속 계곡
작은 폭포를 이루는 산속 계곡

오버페이스하지 않고 꾸준히 걷다보니 집선대 이정표가 보인데, 대략 지도상에서 봤던 지명이 하나도 빠짐 없이 다 나오는 걸 보니 제대로 가고 있긴 하구나 ㅎㅎ

집선대 이정표
집선대 이정표

노고단 고개까지 아직 2.5KM가 남았단다. 에구야...

가파른 경사의 돌길
가파른 경사의 돌길

여긴 그나마 돌길이 대체적으로 정돈이 잘되어 있다. 경사는 가파르더라도 오르기 불편한 길은 아니다. 조계산 돌길은 돌 계단 하나가 너무 큼지막해서 오르기도 내려가기도 참 고됐는데, 지리산의 이 길은 그런 피곤함은 없다.

이런 길을 지날 때면 한걸음 한걸음이 제법 힘겹다. 어째 날씨는 정상에 가까워질 수록 더워진다.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떨어져야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코재

코가 땅에 닿을 듯이 가파르다는 코재 구간에 들어섰다.

눈썹바위
눈썹바위

오르는 길에 바위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있길래 사진으로 남겼는데, 저게 눈썹바위란다.

코재 이정표
코재 이정표

해발 1,194m 코재 이정표다. 헌데, 기대했던거 보단 조금 약하지 않나 싶다. 알고 와서 그런가?

지난 번에 낙안불재를 오르면서 네 발로 기다싶이 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등산로에 살짝 멘붕이 왔었는데, 오히려 코재가 거기보다 경사가 덜하다. 누가 날 거기서 전지훈련을 시키는 큰 그림을 그렸을까 ㅋㅋ

코재 눈썹바위 너머로 보이는 풍경
코재 눈썹바위 너머로 보이는 풍경

산도 높고, 박무도 조금 끼고 해서 아쉽게도 산 아래까지 시야가 뻗질 못한다.

코재만 오르면 바로 무넹기이고 가파른 구간은 끝난다. 제법 길었던 가파른 오르막 구간이 거의 끝나간다.

하늘이 살짝 보이는 오르막길 끝
하늘이 살짝 보이는 오르막길 끝

굽은 오르막길 너머로 하늘이 조금 보이는 걸 보니, 가파른 오르막 길이 드디어 끝나는가 보다.

오르막 계단길 너머로 보이는 파란 하늘
코재 오르막 구간 끝

아니나 다를까, 조금 더 올라가니 하늘이 보인다. 무넹기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코재, 무넹기 합류점
코재, 무넹기 합류점

성삼재 방향에서 이어지는 임도와 만나는 지점, 무넹기이다.

무넹기

무넹기 이정표
무넹기 이정표

벌써 해발 1,300m. 경사가 가파른 길을 올라왔더니 고도가 쭉쭉 올라간다. ㅎㅎ

마지막 오르막 구간이 꽤 힘들었던 터라, 여기까지 올라섰을 때의 성취감도 제법 크더라.

무넹기에서 바라본 종석대
종석대

무넹기에서 성삼재 방향으로 보이는 저 봉우리가 종석대인가 보다. 예전엔 성삼재에서 종석대를 지나는 길이 있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폐쇄된거 같다. 혹여라도 훗날 개방되면 꼭 한번 가봐야지 싶다.

노고단 능선으로 보이는 KBS 송신소
KBS 송신소

반대편으로 눈을 돌려보면 노고단 능선과 KBS 송신소가 눈에 들어온다. 저기가 가야할 방향.

여기서부터는 성삼재휴게소에서 올라온 마실나온 사람들과 섞이게 되는데, 이때 조금 묘한 기분이 든다.
나의 이 짜릿한 고통엔 아랑곳 없이 유유자적 풍경을 즐기는 저 사람들. ㅎㅎ 하긴 원래 세상이 그런거지.

노고단 대피소에서 잠깐 쉬었다 다시 출발.

노고단 고개

노고단 대피소부터는 지형이 너른 평원에 가깝다. 여기서 데워진 공기 탓에 마지막 오르막 구간이 그렇게 더웠나 보다.

너른 언덕 위의 노고단 정상
노고단 정상

행여 날씨 안좋을까봐 두꺼운 티셔츠까지 챙겨왔건만, 왠걸 한여름 날씨 같다. 변화무쌍한 노고단 날씨에 걱정도 조금 했는데, 바람 조차 별로 없다.

노고단 정상에서의 파노라마 뷰
파노라마 뷰

며칠 전에 비가 와서 어쩌면 꽤 멀리까지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에휴~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조금 답답하다. 산 아래까지 안보인다. ㅠ.ㅠ

노고단 KBS 송신소
KBS 송신소

저 송신소 뒷편으로 산 아래 풍경까지 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긴 비 안오는게 어디냐 싶기도 하다.

노고단 정상에서 바라본 산 아래 풍경
산 아래 풍경
노고단 표지석
노고단 표지석

해발 1,507m 노고단 정상의 표지석이다. 예전에 한번 왔던터라 큰 감흥은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힘든 길을 올라와서 그런가, 정상에 섰을 때 나름 상쾌한 기분이 가득하다.

노고단 정상 돌탑
노고단 정상 돌탑

사진 열심히 찍고, 하산 결정~

하산

하산길은 성삼재휴게소로 잡았다. 등산에서 제일 피곤한 게 하산길인데, 그걸 안해도 되는 여긴, 정말 꿈의 코스가 아닌가 싶다. 성삼재휴게소에서 구례공영터미널까지 다니는 버스가 있다니, 그걸 타고 내려갈 계획이다.

새싹이 돋기 시작하는 침염수
구상나무?

윤기가 좔좔 흐르는 고급져보이는 저 나뭇잎을 보는 순간, 이게 그 구상나무라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돌아와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비슷하게 생긴 나무가 몇 종 있다. 따라서, 결론은 저게 구상나무인지 아닌지 정확히 모르겠다. 어쨌든 그 녀석 참 멋지게 생기긴 했다.

노고단 정상에서 성삼재휴게소까지 내려오는 길은 50분 정도 걸렸다. 버스 시간에 맞추려고 후다닥 내려왔는데, 막상 도착하니 시간이 많이 남는다.

덕분에 여유롭게 아이스 커피도 한잔하고, 화장실가서 땀에 절은 옷도 갈아입고 나왔다.

구례여객 버스
구례여객 버스

서둘러 내려온 덕에 옷까지 갈아입고도 시간이 남는다. 주변이나 둘러볼까 싶어서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니, 구례여객 버스가 정차해 있다. 어디서 버스를 타나 궁금했는데, 라푸마 매장 바로 앞이라 찾기는 참 쉽다.

성삼재휴게소에서 내려다 본 풍경
성삼재휴게소에서 내려다 본 풍경

여길 예전에 자전거 타고 올라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땐 여기도 엄청 높은거 같았는데, 걸어서 1,500미터를 찍고 내려오니 별로 높다는 느낌이 안드네 ㅎㅎㅎㅎ

이 자만심은 자연스레 천왕봉으로 연결되는 과정인가 싶기도 하다. ㅡ.ㅡ;;

간만에 성삼재휴게소 풍경까지 알차게 둘러보고 하산~

구례여객 버스 안
구례여객 버스 안

평일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다. 역시 이런 곳은 평일에 오는 게 진리다.

이 버스 역시 내릴 때, 요금을 낸다. 쉽게 적응이 안되는 시스템이다. 카드로 찍었고, 요금은 4,500원.
후불교통카드 중에 현대카드인가 안되는 카드가 몇 가지 있다고 하니 가실 분들은 꼭 미리 알아보고 가셔야 한다.

소감

전체적인 만족도는 아주 최상급. 단, 무넹기부터 관광객들과 섞이는 그 희안한 기분만 극복해 낸다면 ㅎㅎ

계곡을 끼고 올라가는 등산로가 너무 좋아서 앞으로 틈나는대로 자주 가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의 그 고된 구간도 나름 매력있었다. 가을쯤에나 다시 한번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