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구례 화엄사 → 지리산 노고단 정상 1/2

epician 2018. 5. 15. 15:18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보름간 쉬는 날도 없이 미친 듯이 일만 했다. 꽉꽉 억눌러 놓았던 활동력이 한계에 다다를 무렵, 지리산 노고단이나 올랐다 오기로 했다. 예전에 성삼재휴게소까지 차 타고 올라서 산보 삼아 노고단을 보고 왔던 적은 있는데, 이번엔 꽤 악명이 높다는 화엄사부터 출발하는 풀코스(?) 도전이다.

경로

산행 경로산행 경로

화엄사 아래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화엄사, 노고단 정상을 거쳐 성삼재로 내려오는 13KM 정도의 코스다. 소요된 시간은 국립공원 주차장부터 화엄사까지 20분, 화엄사부터 노고단 정상까지 4시간, 노고단 정상에서 성삼재휴게소까지 50분 소요됐다. 화엄사 구경한 시간까지 다 합치면 대략 6시간.

구례 도착

기차를 타고 구례구역에서 내리니 아침 안개가 가득하다. 안개 탓에 제법 쌀쌀한 기운이 돈다.

구례구역 앞의 안개낀 아침 풍경구례구역 앞

구례구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구례터미널로 이동했는데, 여긴 군내버스 요금 시스템이 적응이 쉽지 않다. 여기서 터미널 갈 때는 카드를 찍고 탔는데, 터미널에서 화엄사로 이동할 때는 내릴 때 요금을 내거나 카드를 찍네??

탈 때 카드 찍고, 내릴 때 다시 찍으면 요금이 계산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닌 듯 싶다. 외지인은 참 적응이 쉽지 않다.

구례공영터미널에서 화엄사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그 시간이 한 30분 정도 남았다. 그 사이 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아침 해결. 생각보다 밥이 늦게 나와서 빛의 속도로 흡입을 하고 나왔다. 다행히 맛은 있었음 ㅎㅎ

화엄사

화엄사 초입의 거대한 비석화엄사 초입

한자병기를 포기하기 시작하던 세대이자, 최근 들어선 아예 한자 쓸 일이 없으니 가끔 이렇게 한자를 보면 당황스럽다. 어떨 땐 내 이름 세 글자도 한자로 기억이 안나더라. 한참 들여다보다 겨우겨우 대화O성지까지 읽어냈다. ㅎㅎ 찍어보면 '대화엄성지'인가 보다. 뜻은 모르겠고.

길 옆으로 연등이 가득 메달린 도로연등이 가득한 도로

곧 부처님오신날이라고 화엄사 진입로부터 연등이 쭈욱 메달려 있다. 하나 같이 누군가 이름을 쓰고 소원을 달아놓은 것들이다.

화엄사 계곡화엄사 입구의 계곡

며칠 전, 비가 조금 내렸던 덕에 계곡 물소리가 제법 세차다. 이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는데, 이건 정말 예고편에 불과하다. 지리산으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계곡이 정말 좋더라.

일주문화엄사 일주문

절 규모에 비해선 일주문이 조금 작은 느낌이어서 여기가 일주문이 맞나 싶은 생각을 잠깐 했다.

화엄사 금강문화엄사 금강문

절로 들어가는 몇 개의 문 가운데 하나인데, 내부엔 (만든이의 의도로는) 무시무시한 금강역사를 봉안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어릴 땐, 큰 절에 가면 이런 걸 보고 꽤 무서워 했었는데, 아~ 그 시절이 너무 아득하게 느껴진다.

금강역사금강역사

금강문을 지나고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천왕문이 하나 더 있다.

천왕문천왕문

금강문처럼 양쪽으로 사천왕상을 세워두고 있는데, 보통 절에 가면 일주문 다음에 천왕문 하나만 봤던거 같다. 그런데, 화엄사는 두 개네.

천왕상천왕상

천왕문을 지나면서 나쁜 기운을 싹 물리치고 보게 되는 화엄사의 첫 모습은 아래와 같다.

화엄사 첫 모습화엄사 첫 모습

앞쪽의 저 매점건물이 화엄사의 웅장한 뷰를 한방에 망하게 한다. 하필이면 전경을 가리는 저 위치에 매점을 세웠을까.

각황전각황전을 비스듬하게 올려다본 모습

단청단청

궁궐과 절에만 칠할 수 있다는 단청은 언제봐도 참 오묘하다.

종각종각

큰 절 답게 건물 하나 하나가 모두 멋지다.

보제루 옆 모습보제루 옆 모습

세월이 만들어낸 깊은 나무색의 보제루 옆모습 조차도 멋지다. '단정' 이라는 단어로는 다 담지 못하는 깊은 색이다.

오색연등오색연등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은 덕에 대웅전 앞마당은 오색연등으로 빼곡하다. 저 많은 소원들 다 챙겨주려면 부처님도 참 바쁘시겠다.

각황전에서 내려다본 화엄사 전경각황전 앞에서 본 화엄사 전경

각황전각황전

여러 건물 중에 단연 눈길이 가장 많이 갔던 곳.

규모는 대웅전보다 크고, 특이하게도 단청이 없다. 처음보곤 만들다 만건가 싶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오래된 나무가 만들어내는 금빛이 정말 아름다웠다. 정말 여태껏 봐왔던 (사실 몇 안되는) 사찰 건물 중에선 최고가 아닌가 싶다.

등산 시간이 빠듯하니 절 구경은 여기까지만.

등산시작

화엄사 구경을 대강 마치고, 등산로로 향했다.

울창한 숲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

서늘한 등산로는 계곡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신선한 산공기로 가득했다. 아! 감동적인 구성이다.

화엄사 주변 등산로 겸 산책로화엄사 주변 등산로 겸 산책로

화엄사 주변 산책로이자 등산로인데, 꼭 등산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화엄사 윗쪽 연기암까진 쉽게 올라갈만 하다.

계곡 위로 놓여진 나무다리

지리산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계곡이 어찌나 좋은지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지리산 계곡지리산 계곡

보통 계곡을 끼고 있는 등산로는 습하고 벌레 많고 별로 좋았던 기억이 없는데, 여긴 그런거는 1도 없다. 계곡이 넓다보니 시원하고, 의외로 벌레가 별로 없다. 희안하게도 들러붙어서 귀찮게 하는 파리떼도 별로 없네.

등산하는 내내 저 계곡 물소리가 계속 따라온다. 조금 멀어지는가 싶다가 어느새 다시 붙어가고, 뒷통수를 향하는 물소리에 이젠 진짜 멀어지는구나 싶으면 다른 계곡이 또 나타난다.

연기암 입구

연기암으로 들어가는 너른길이 나타나면 그 뒤로 바로 '노고단 우화등선길'이라는 입구가 나타난다.

노고단 등산로 입구노고단 등산로 입구

어차피 길은 한 갈래 뿐이라 길을 찾아야 하거나, 잃을 염려는 없다. 무리하지 않고 쭈욱 정상까지 올라가면 된다.

심장마비에 주의하라는 안내판심장마비 주의 안내판

여기가 지리산 등산로 중에서도 꽤 어렵다는 코스라고 한다. 그래서, 간혹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그 전에 미리 주의할 필요가 있다.

훌륭한 등산로에 감탄하며 조금 올라가니, 약수터가 나타난다.

바가지가 걸린 바위 구석의 약수터약수터

흔히 보는 약수터는 벽틈에서 물이 새어 나오는데, 여긴 계곡 물이 옆으로 빠졌다가 바닥으로 올라 나오는 모습이다. 수량이 엄청나다. 이 정도로 콸콸 쏟아지는 물이면 제대로 정수가 됐다고 보기 어려운데 ㅎㅎ

샘물샘물

용기를 내어 맛을 봤다. 의외로 물맛은 정말 좋다. 괜한 걱정이었나 보다, 반쯤 마신 물병을 이 물로 다시 채웠다.

참샘터 이정표참샘터 이정표

물을 마시고 발걸음을 돌리니, 바로 '참샘터'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가 지도에서 봤던 참샘터인가 보다.

돌이 가지런히 깔린 등산로

올라가는 내내 등산로는 돌길이다. 대부분 정돈이 잘 되어 있는터라, 오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둥글게 휘어진 얇은 나뭇가지덫?

등산로 바로 옆으로 얇은 나뭇가지를 둥글게 말아놓은 게 보인다. 밀렵용 덫인가??

새로 난 초록잎 사이로 살짝 보이는 하늘

등산하는 내내 만족도는 100%. 보통 이렇게 울창한 숲을 낀 등산로는 답답한 느낌이 조금 있는데, 여긴 그런거 1도 없다. 옆으로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 덕분이지 싶다. 가끔 머리 위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저렇게 푸르고 울창하다.

숲 너머로 보이는 검은 물체곰??

룰루랄라 신나서 걷다보니 숲 너머 멀리, 시커먼 뭔가가 보인다.
날 계속 쳐다보고 있는데?? 저게 TV로만 보던 반달곰??? 카메라로 줌을 당겨 찍어보니 쓰러진 나무 밑둥인거 같다. ㅎㅎ

국수등 이정표국수등 이정표

신나서 오르다보니 해발 720m 국수등 이정표가 나타난다. 여기까진 어려운 길도 없고, "여기 완전 대박, 다음에 또 올란다" 이런 생각만 가득했다. ㅎㅎ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