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8월의 지리산 (화엄사 → 노고단) feat. 숲모기 100마리

epician 2018. 8. 19. 05:47

지리산에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사촌동생이 한번 데리고 가달라고 하는 통에 다시 한번 지리산을 갔다 오게 됐다. 이제 지리산이 동네 뒷산처럼 친근하게 느껴질 기세다. ㅎㅎ

사실, 이번 산행기는 별로 쓸 내용도 없으니 지리산 화엄사 → 노고단 코스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이전 포스트를 읽어보시는 게 나을 듯 싶다.

경로

산행 경로

이전과 동일하게 화엄사 아래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화엄사를 거쳐서 노고단을 찍고 성삼재로 내려오는 코스로 산행을 했다. 갈림길이 있는 코스가 아니다보니 길 잃을 염려는 1도 없다. 쭈욱~ 직진! ㅎㅎ

화엄사

나무가 울창한 화엄사 입구의 큰 도로화엄사 입구

여름가뭄 탓에 그 웅장하던 계곡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느 정도 줄었겠거니 짐작은 했으나, 이렇게 말랐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가뭄으로 물이 말라버린 큰 계곡지리산 계곡

지난 번에 왔을 땐, 세차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일품이었다. 사방을 메우는 그 물소리에 반해서 이 코스를 정말 좋아하게 됐는데, 이번엔 안타깝게도 날을 잘못 잡은 듯 싶다.

사실, 시간 날 때, 설악산을 갈까, 모악산을 갈까 궁리 중이었는데, 사촌동생 덕에 계획에 없던 지리산 다시 오게 됐다.

구름이 걸린 높은 산봉우리멀리 보이는 노고단 KBS 송신탑

KBS 송신탑이 없었다면 어딘지 몰라 봤을텐데, 송신탑 덕에 저기가 노고단이란 걸 알아챈다. 몇 번 와봤다고 부담감은 전혀 없다. 그냥 포근한 게 너무 좋다. ㅎㅎ

화엄사 일주문화엄사 일주문

화엄사는 언제 꼭 한번 다시 와서 제대로 구경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등산 중에 보는 것이라 시간에 쫓겨 대충 둘러보고 말았다. 천천히 하나 하나 뜯어보고 싶었던 각황전이....

가림팍을 치고 보수공사 중인 건물보수공사 중인 각황전

가림막까지 쳐놓고 보수공사 중이다. 이런 낭패가 있나 ㅠ.ㅠ 그나마 다행인건 등산 중에 들렀다는 거다. 이걸 볼 목적으로 왔었다면 더 황망했겠지.

화엄사화엄사

지리산

물이 완전히 말라버린 계곡지리산 계곡

겨울에도 이렇게 마르진 않겠다 싶을 정도로 계곡이 바짝 말라버렸다. 지난 번엔 쏟아지는 물소리로 사방을 채웠는데.

여름가뭄의 위력을 여기서 이렇게 느낀다.

울창한 숲 속의 등산로지리산 등산로

계곡 물소리가 없다는 걸 빼면, 8월 지리산 등산도 나름 나쁘지 않다. 그 길 그대로, 그 풍광 그대로, 나 역시 그대로.

계곡 물소리 말고도 계산에 없던 것이 하나 더 등장했는데, 숲모기.
산이 높으니 서늘해서 모기가 별로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측 실패다 ㅎㅎ 해발 1,000 미터 이상 올라가기 전까진 달라드는 숲모기 탓에 편히 쉬기 어려웠다. 6월에 왔을 땐, 간혹 한두 마리 보이더니, 8월은 정말 상상초월이다.

노고단

휴가철이라 그런지 평일임에도 노고단에 사람들이 꽤 많다.

이번 노고단의 풍경은 또 색달랐다. 지난 몇 번의 풍경보다 더 쾌청했고, 가까운 곳에서 피어오르는 적란운을 넋 놓고 바라봤다.

가까운 곳에서 피어로는 적란운노고단 적란운

구름이 피어나는 걸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보다니, 이것 또한 꽤 진귀한 볼거리다. 한 여름 노고단의 풍경은 또 이런 묘미가 있구나.

산 정상에서 적란운이 넓게 피어나는 광경지리산 노고단

그 장관이라는 운해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난생 처음보는 광경에 꽤 즐겁긴 했다.

지리산 정상 부근에서 피어나는 적란운적란운

노고단은 몇 달전과는 또 다른 야생화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지리산 야생화

꽃알못이라 왼쪽에 있는 원추리 말곤 무슨 꽃인지 식별불가다. 그래도 그저 예쁘기만 하다.

노고단에서 내려다 본 구례 풍경노고단 풍경

몇 번의 노고단 등반 가운데, 시야가 가장 좋았던 날이 아닌가 싶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각한지 노고단에서 제대로 느끼고 있다. 이번엔 멀리 섬진강까지 또렷히 보였다. 8월 노고단의 이 잊을 수 없는 풍광을 기억에 담고 또 담아 가려고 정말 열심히 둘러봤다.

잠깐 사이에 꽤 높이 솟아오른 적란운잠깐 사이에 꽤 높이 솟아오른 적란운

매 순간 순간 구름의 모양이 바뀐다. 잠깐 다른 곳을 둘러보고 났더니, 더 높게 솟은 적란운 아래로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다. 눈높이와 거의 비슷한 시점에서 저런 장관을 보는 기회도 흔치 않겠지.

8월 지리산도 괜찮네!

기대했던 지리산 계곡의 그 웅장한 물소리를 듣지 못해 아쉽긴 했으나, 8월 지리산도 나름 괜찮았다. (모기만 빼면...)
여름 등산은 안하는데, 어쩌다보니 올해는 등산을 꾸준히 하는 중이다.

이 여세를 몰아서 조만간 설악산 대청봉 도전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