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대전 계룡산 관음봉

epician 2018. 12. 20. 10:57

12월 5일, 대전 계룡산 관음봉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글로 정리하는 지금이 20일이니, 벌써 보름 전. (감사하게도) 사는 게 너무 바쁘다보니 날짜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지나간다.

산행경로

산행경로산행경로

요즈음이 프로젝트 막바지라 너무 바쁘다보니 최대한 간단한 경로로 다녀왔다. 시간이 조금 넉넉했다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여러 경로로 돌아다녔을텐데, 무리하면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있는 터라, 최대한 짧고 간략하게 동학사 아래에 있는 주차장부터 시작하여 왕복 10KM 코스를 잡았다. 총 5시간이 소요되었다.

초입

12월이라 풍경은 제대로 겨울이다. 어지간한 나무는 시든 잎사귀를 모두 떨구었고, 산야의 푸른 기운이라곤 겨울을 버티는 우중충한 녹색의 침엽수 정도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의 이 정돈된 풍경 또한 나쁘지 않다.

어느 것 하나 겸손하지 않은 것이 없는 계절.

큰 강돌로 쌓은 돌담돌담

주차장부터 동학사를 지나기 전까진 이렇게 잘 포장된 길이 계속되는데, 처음 와보는 곳이라 들뜬 기분에 모든 게 새롭게 다가온다.

자그마한 크기의 동학사 대웅전동학사 대웅전

큰 산 아래에 있는 절 치곤 규모가 작아서 조금 의외였다. 평일이라 그런지 관광객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동학사 동학사

동학사 경내에서 바라본 황적봉황적봉

동학사 마당에서 이름 하나쯤은 있음직한 멋진 봉우리가 올려다 보인다. 과연 국립공원답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와서 지도를 찾아보니 아마 저 봉우리가 "황적봉" 인듯 하다.

산행시작

동학사를 지나면 등산로 초입이 나오는데, 대략적인 상태는 이렇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등산로인데, 산행 며칠 전에 비가 내렸던 덕에 겨울임에도 계곡물 소리가 제법 서운치 않게 들린다.
등산로 정비는 아주 잘 되어 있는 상태였다. 초반은 완만한 경사였으나, 은선폭포 부근부터 경사도가 제법 높아진다.

계단으로 만들어진 등산로데크와 계단으로 만들어진 등산로

예전엔 이런 길에 거부감이 조금 있었으나, 요새는 이런 길이 나오면 그냥 고맙다. 이런 길 덕에 고생이 조금 줄어드니 ㅎㅎ

두 계곡이 하나로 모아지는 모습계곡 합류점

겨울산치곤 계곡 물이 제법 많다. 여름 등산코스로 꽤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계곡코스의 난적 '쉬파리'의 극성만 없다면..

중반

햇볕이 쏟아지는 기암괴석의 절벽

산세가 제법 멋지다. 국립공원 이름값은 제대로 하는구나.

산맥이 중간이 움푹 패인 듯이 보이는 쌀개봉쌀개봉

디딜방아의 받침대를 '쌀개'라고 하는데, 그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쌀개봉이라고 부른단다. 계룡산 봉우리 가운데 천황봉 845m와 더불어 가장 높은 봉우리 828m 중 하나인데, 근처에 군사시설물이 들어서면서 민간인은 출입이 금지되었다.

따라서, 계룡산에서 민간인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는 삼불봉 775m이고, 그와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는 관음봉 766m, 문필봉 756m, 연천봉 739m 등이 있다. 앞서 언급한 높은 봉우리들이 하나의 산맥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종주 산행을 하는 경우 삼불봉 - 관음봉 - 문필봉 - 연천봉 순으로 한꺼번에 묶어서 갈 수 있다.

겨울의 은선폭포은선폭포

갈수기인 겨울엔 볼 수 없는 폭포라는데, 운 좋게도 며칠 전 비가 내린 덕에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 봐도 멋진데, 수량이 풍부할 때면 정말 장관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 죽은 고목의 밑둥오래된 고목의 밑둥

걷다보니 절터인지, 집터인지 꽤 너른 마당 옆으로 오래된 고목 밑둥이 눈에 들어왔다. 묻어나는 세월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바위

돌이 많은 산이다 보니 등산로 곳곳이 돌을 다듬어 만든 길이다. 적당한 보폭으로 오르내릴 수 있게 만들었던데, 이걸 만든 이들의 공덕에 경외감이 잠시 들었다.

돌을 쌓아 만든 계단길

이 길을 만들었던 이의 이야기가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이가 이 돌을, 어떤 심정으로 쌓아 올렸을까.

정상부

골짜기를 벗어나 정상에 가까워지면 장엄한 계룡산의 산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떻게 저렇게 다듬어 놨을까 싶을 정도로 바위에 올려진 주름 하나 하나에 눈길이 간다.

암석의 주름이 멋진 계룡산

구름낀 흐른 하늘을 배경으로 보이는 삼불봉삼불봉

출발할 때만 해도 하늘이 제법 맑았는데, 정상에 도착할 즈음엔 구름이 가득 꼈다. 눈으로 즐기기엔 이런 날씨도 나쁘지 않았는데, 사진으로 남기고 나니 우중충해서 안타깝다.

관음봉 고개

올려다보니 하늘이 보이길래 여기가 관음봉 정상인줄 알았다. 허나, 여긴 관음봉으로 올라가는 고갯마루이고, 조금 더 올라가야 관음봉 정상이다.

관음봉

관음봉에서 대전 방향을 바라본 모습관음봉 정상에서 본 동학사/대전 방향

날이 흐려서 조금 아쉬운 감이 없진 않았으나, 그럼에도 이 장엄한 절경에 충분히 즐거웠다.

각종 봉우리들 위치를 설명한 안내판안내판

알아보기 쉽게 정리된 안내판 덕에 눈길 닿는 곳이 어딘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계룡산 관음봉 766m 표지석표지석

표지석 부근에서 공주 방향도 조망할 수 있었는데, 너른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꽤 좋았다.

관음봉에서 본 공주 방향의 풍경

멀리까지 깔린 구름 끝을 뚫고 햇볕이 미황색으로 힘겹게 들어온다. 석양 질 무렵이었으면 더욱 장관이었겠으나, 아쉽게도 이번엔 그런 풍경을 즐길 행운이 없나 보다.

하산

관음봉에서 삼불봉을 지나서 내려갈까, 왔던 길로 바로 내려갈까 잠깐 고민했다. 요즘 일이 너무 많은 터라, 체력 비축 차원에서 올라왔던 길로 바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번에 아쉽게 못 본 삼불봉은 다음에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