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길이 아름다운 광주 무등산 산행 (증심사 → 원효사) 1/2

epician 2019. 3. 31. 19:17

무등산은 차로 넉넉히 2시간이면 닿는 가까운 곳이지만, 여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못했었다. 가까운 곳이라 오히려 관심에 두지 않았나 보다.

우연히 서석대 사진 한 장을 보게 됐는데, 그 때부터 무등산엘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등산 정상개방 행사에 맞춰 5월쯤 갈까 하다, 사람 많은 건 딱 질색이라 입석대, 서석대만 보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며칠 전 무등산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산행 경로

산행 경로는 증심사를 출발하여 당산나무, 중머리재, 장불재, 입석대, 서석대를 거쳐 원효사로 내려오는 약 12KM 정도의 코스다.

들머리

국립공원 무등산 표지석

평일임에도 등산객이 제법 많았는데, 대부분 중머리재까지만 가는 사람들이라 중머리재 이후는 한적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물까치
장끼

영은재를 지나는 길에 만난 물까치와 장끼. 장끼는 사람을 많이 봐서 그런지, 잘 도망가지도 않는다. 보통은 사람 그림자만 비추어도 날아가버리는데.

들머리서부터 느꼈지만, 무등산은 길이 참 예뻤다. 오래전부터 여러 사람이 걷던 길을 등산로로 다듬었을텐데, 마치 요새 누군가가 세심하게 설계한 듯이 길이 참 아름답게 생겼다. 끝이 보이지 않게 단정하게 때론 수줍게 돌아나가는 길의 모양새가 참 좋았다.

증심사

유명한 산 아래에는 입장료로 삥 뜯는 사찰이 하나씩은 꼭 있다. 무등산도 그러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증심사는 아니었다.

증심사 일주문

증심사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을 지나면 본당이 나온다.

증심사

가운데가 대웅전, 우측이 지장전이고, 그 뒷편으로 오백전과 비로전이 있다.

오백전, 비로전

사찰 규모는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궁금해서 역사를 찾아보니, 이 절도 참 애달픈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다시 짓고, 한국전쟁 때 또 소실되어 다시 지었다고 한다.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증심사

아름다운 무등산 길

증심사를 지나면 등산로라 부를 만한 길이 시작되는데, 시작부터 길이 주는 감흥이 상당하다.

길에서 이미 큰 감흥을 얻은 바, 무등산 정상을 못보더라도 솔직히 서운할 건 하나도 없을 듯 하다. 이 길을 걷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당산나무

당산나무
당산나무 안내문

길 아래에서 올려다 보이는 당산나무의 모습에서 위엄이 잔뜩 느껴진다. 잎이 달린 계절엔 또 어떤 모습일까.

당산나무

수종은 느티나무이고, 수령은 현재 대략 500년 정도라고 한다.

운소봉

당산나무 아래에서 올려다 보이는 봉우리인데, 지도를 찾아보니 운소봉으로 추정된다. 나무가 마치 용이 오르는 것처럼 보이네.

운소봉

봄날

미세먼지 탓에 조금 답답하긴 했으나, 그래도 봄은 봄이었다. 새싹 돋고, 성격 급한 녀석들은 꽃 먼저 피워 올리는 봄.

식물만 봄을 맞는 건 아니었다. 샘처럼 솟는 실개천을 들여다보니 도룡뇽이 낳아둔 알집이 눈에 들어온다.

도룡뇽 알집

옆새우가 사는지 떨어진 낙엽의 반 이상은 잎맥만 남기고 깔끔하게 분해된 상태였다.

중머리재로 향하는 길

아무래도 이 무등산의 길은 쉽게 잊기 힘들겠다.

등산로 바닥에 깔린 돌에서 이곳이 억겁의 세월 전엔 용암이 흐르던 화산이었음을 알아챈다.

용암이 식은 질감의 화산석

여기까지 올라 오는 내내 길은 더 없이 아름다웠고, 대부분 완만한 길이라 즐겁게 걸을 수 있었다.
그러다, 중머리재 바로 아래에서 경사가 조금 치솟는다. 그래봐야 얼마 되지 않은 짧은 구간이라 힘들진 않았다.

중머리재 바로 아래

중머리재

중머리재 전경

너른 언덕과 쉼터가 있는 중머리재 전경이다. 미세먼지 탓에 산 아래로의 시야는 좋지 못했다.

중머리재 표지석

많은 등산객들이 여기까지만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듯 싶었다. 여길 지나서부터는 등산객이 별로 없어서 한적하게 걷기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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