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길이 아름다운 광주 무등산 산행 (증심사 → 원효사) 2/2

epician 2019. 3. 31. 23:02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장불재로 향하는 길

중머리재에서 입석대, 서석대를 보러가는 길이 중봉을 거쳐 가는 방법과 장불재를 거쳐가는 방법이 있는 듯 하다. 이번엔 장불재를 거쳐서 올라가는 것으로 경로를 잡았다.

무등산의 길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다만, 중머리재까진 어렵지 않던 길이 조금씩 가팔라지는 구간이 있다.

너덜지대

커다란 바위가 강처럼 흐르는 너덜지대도 지나고.

또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에 무게가 느껴지는 비탈진 길도 지난다.

광주천 발원지(데미샘) 안내판

광주천 발원지(데미샘)

데미샘 옆엔 물 떠마시라고 바가지까지 걸어두었던데, 낙엽이 썩어가는 우러나는 저 광경에, 차마 마셔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ㅎㅎ

장불재 언덕 바로 아래

오르막 길 끝에 하늘이 반쯤 걸리고, 장불재에 도착했다.

장불재

장불재

장불재 표지석

올라오는 내내 더워서 자켓은 베낭 안에 말아 넣어뒀는데, 해발 919m 장불재부터는 바람에 제법 매섭다. 자켓을 꺼내입고, 주변을 둘러보니 장불재의 이 풍경도 나쁘진 않다.

KBS 송신소와 통신탑

중머리재에서 멀리 보이던 통신탑과 송신소가 바로 옆에 있고.

무등산 서석대와 입석대

반대편으로 무등산 서석대(좌)와 입석대(우)가 올려다 보인다.

장불재 안내판

등산로 곳곳에 노무현 대통령이 다녀갔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장불재가 그 끝인가 보다.

국립공원 무등산 핵심 탐방로

무등산 등산지도를 보고 놀랐던 게, 등산로가 수 없이 많은 갈래로 흩어져 있었다. 헌데, 장불재 안내도에는 나머지길은 다 가려버리고 핵심적인 길 2개만 그려놓았다. 아무래도 이 길이 국립공원 무등산의 중심 탐방로가 아닌가 싶다.

이 날은 미세먼지 탓에 산 아래로의 조망은 좋지 못했다.

미세먼지 가득한 풍경

미세먼지 '나쁨' 수준의 위엄. 정말 저런 공기 마시고 어떻게 살았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등산지도 안맞기 시작

장불재부터 등산지도가 안맞기 시작했다. 아마, 등산지도가 제작된 이후에 무등산 등산로를 재정비한 듯 싶다. 장불재부터는 지도 상에 있던 샛길이 아예 사라진 곳도 있었고, GPS를 보면 대략 가는 방향만 맞을 뿐 길의 위치나 형태가 아예 맞지 않는 구간이 태반이었다.

이 날 산행하면 기록한 GPS 트랙으로 오픈스트릿맵에 등산로를 올려놨으니 산행하실 분들은 오픈스트릿맵을 참고하시면 될 듯 하다.

입석대

등산지도가 안맞는 탓에 몇 번을 같은 자리를 왕복한 끝에 입석대를 향해 방향을 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무등산의 길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주변 풍광도 훌륭했다.

백마능선

사진을 남길 땐 몰랐는데, 이제와서 다시 보니 저 능선길도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입석대를 향해 오르는 길

쓰러진 주상절리가 길을 이루고 있는 광경에 입석대 근처에 다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입석대 전망대

이정표 뒷편으로 입석대가 눈에 들어왔다.

입석대 안내판

입석대

파노라마 사진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조금 짧아지긴 했는데, 실제로는 위아래로 훨씬 더 길고 웅장한 모습이다.

입석대 표지석 (해발 1,017m)

입석대 옆모습 일부

입석대를 지나면서부터는 길이 쓰러진 주상절리 위로 만들어져 있다. 인위적인 정비도 조금 있었겠으나, 아마 대부분은 자연상태 그대로가 아닌가 싶다. 길 자체가 주는 신비한 느낌이 이채롭다.

서석대로 향하는 길

전설이 깃든 이런 바위도 지나고.

승천암

승천암 안내판

서석대로 향하는 길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런 길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만들어놓은 듯한 바윗길

아름답다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의 길이 서석대까지 이어진다.

오르막길 중간 중간 펼쳐진 뒷모습 또한 영화의 한 장면보다 더 아름다웠다.

서석대를 향해 오르던 중에 돌아본 입석대

서석대를 향해 오르던 중에 돌아본 입석대, 장불재, KBS 송신소

서석대를 향해 오르던 중에 돌아본 장불재와 KBS 송신소

무등산 정상에서 완만하게 흘러 내리는 산줄기

서석대

서석대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건너편의 갈 수 없는 무등산 정상(인왕봉, 지왕봉, 천왕봉)이었다.

무등산 정상부

무등산 정상부에는 군시설이 자리잡고 있는 탓에 민간인은 들어갈 수 없다. 대신, 가끔 진행하는 정상개방행사때만 출입할 수 있다.

서석대 표지석 (해발 1,100m)

서석대 안내판

서석대 표지석이 세워진 정상부를 지나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서석대 전망대가 나온다.

서석대 파노라마 사진

가까이서 찍은 사진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다보니 사진이 실물보다 위 아래가 짧게 나왔다. 실제 모습은 사진보다 더 크고 웅장하다.

서석대 전망대 안내판

하산길

서석대 구경을 마치고 원효사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서석대까진 삼삼오오 보이던 등산객들이 하산길엔 한 명도 보이질 않았다. 아마, 원효사 방향은 원래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보다.

비탈진 서석대 하산길

비탈진 구간은 나무 계단으로 정비해놓아 내려가는 길이 어렵진 않았으나, 등산지도가 안맞는 탓에 대충 방향만 맞춰잡고 내려갔다.

무등산 MBC, KBC 송신소

아까 장불재 옆에서 보았던 송신소는 KBS 송신소이고, 이건 MBC와 KBC 송신소다.
미세먼지만 없었어도 꽤 좋았을 풍경인데, 그 놈의 미세먼지 탓에...

잠깐 헤맸던 길

GPS 상의 등산지도는 안맞기 시작한지 한참 됐고, 앞의 길은 유실된 듯 보이고. 빠지는 길을 놓쳤나 싶어서 GPS를 보며 등산로를 찾아 되돌아 갔다가 다시 왔다.

결론은 이 길이 맞다. 사진 끝의 다리를 건너면 계속해서 길이 이어진다.

동물 친구들

봄은 봄인가 보다. 곳곳에서 동물친구들이 출현하여 하산길의 동무가 되어 주었다. 새 한마리 보기 어려운 산도 많은데, 무등산에선 의외로 많은 동물들을 보고 내려왔다.

들쥐

햄스터보다 귀엽게 생긴 들쥐가 나 때문에 놀랐는지 부산스럽게 돌아다닌다. 귀엽다고 잡아오진 말자. 치명적인 귀여움과는 달리 여러 전염병의 숙주이기도 하니깐.

멧비둘기 (보호색 킹왕짱)

내 앞에서 한참이나 깝죽대던 곤줄박이가 시야에서 사라지니, 얼마 지나지 않아 멧비둘기 여러 마리가 나타났다. 먹이행동에 열심인지라 내가 있던 말던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들고양이

넌 어쩌다 이 깊은 산중에 살게 됐냐는 물음에 대답이 없었던 들고양이. 물음이라기 보다는 그냥 내 독백이었겠지만, 녀석의 고단한 삶도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배설물만 보긴 했지만, 담비나 족제비도 살고 있는 듯 하고.

무등산 옛길 2구간

원효사로 내려가는 길 곳곳에 "무등산 옛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지날 때는 별 관심 없었는데, 글을 쓰는 중에 찾아보니 여기가 무등산 옛길 2구간(원효사 - 서석대)인가 보다.

오후의 하산길

볕이 살짝 기운 오후의 하산길. 풍광은 정말 최고였다.

인기척은 전혀 없고, 가끔 숲 너머로 들짐승들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밖에 없었다.

오후의 볕이 스며든 무등산 숲속

소회

안맞는 등산지도와 미세먼지 빼곤 다 좋았다. 서석대 사진 한 장에 꽂혀서 시작된 산행이었는데, 오히려 무등산 정상보다는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이 너무 좋았다.

모를 때야 어쩔 수 없었겠지만, 알고 난 이상 무등산을 자주 가지 않을까 싶긴 하다. 틈틈히 다른 코스들도 찾아다녀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