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곳은 차곡차곡 쌓여만 가는데, 난데없는 가을장마에 발목이 잡혔다. 여름장마보다 더 근성 있게 내리던 비가 잠깐 멈춘 하루를 틈타 To-do 리스트 가운데 하나였던 대둔산 산행을 실행에 옮겼다. 대둔산은 전라북도 완주군과 충청남도 논산시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경로
대둔산 휴게소(배티재)에서 출발하여 낙조대, 마천대, 수락계곡으로 진행했으며, 8KM가 조금 넘는 거리에 시간은 5시간 30분 정도 소요됐다. 등산로 상태가 안 좋은 탓에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출발
대둔산 코스를 계획하면서 대중교통 접근성이 편한, 서대전역 → 대둔산 휴게소 (배티재) 경로를 들머리로 잡았다. 연계되는 교통편의 시간이 빠듯하여, 아침식사는 편의점 햄버거로 해결했다. 덕분에 버스 안 놓치고 대둔산휴게소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대둔산 휴게소까지는 대전 '외곽 34'번을 타고 왔는데, 1시간 넘게 걸리는 꽤 먼 거리다. 시내버스요금은 환승 1회 하여 2,550원.
산행 초반
대둔산 휴게소에서 내리면 길 건너편에 화장실과 함께 등산로 입구가 있다. 나무 계단으로 꾸며진 길인데, 쉴 새 없는 오르막이다. 초반 1KM 정도를 꾸역꾸역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 구간 오르막이 정말 만만치 않다. 계단이라도 놓여 있는 곳은 그나마 나은데, 계단 없는 곳은 발 딛기 조차 애매한 곳이 정말 많다.
한 동안 운동을 못했던 탓인가, 길의 경사가 무지막지한 건가 고민하면서 초반 1KM를 버티면 나무 데크로 된 전망대가 나타난다.
첫 전망대에 도착하면 대둔산 정상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좌측 하단의 건물은 케이블카 승강장인 듯하다. 거리가 좀 멀어서인지, 올라온 고생이 너무 심해서인지 ㅎㅎ 여기서 보는 풍경의 감흥은 조금 약하지 싶다.
산행 중반부
전망대를 벗어나면 내리막 구간이 조금 나오다가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되는데, 등산로 상태는 갈수록 안 좋아진다.
도립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등산로 정비상태가 아쉬웠다. 이렇게 흙을 밟고 갈 수 있는 길은 그나마 다행인데, 돌밭에서 발 디딜 곳 애매한 곳이 많아서 진행속도가 더뎌진다.
낙조대 방향으로 오르다 보면 숲 너머로 간혹 대둔산의 기암괴석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은 나무에 가려 시야가 안 나와서 조금 아쉽긴 하다.
낙조대
낙조대까지 800m라는 이정표를 보고 거의 다 왔구나 싶었는데, 이 800m를 오르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ㅎㅎㅎ 정말 800m가 이렇게 멀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여러 번 든다.
등산로 정비가 잘되어 있을 거란 생각에 반바지를 입었는데, 산 자체가 돌이 워낙 많아 풀이 많지 않더라. 걸리적거리는 풀이라고 해봐야 이렇게 조릿대 정도가 전부였다. 모기기피제만 잘 챙기면, 한 여름철 반바지 산행도 가능한 구간이니 참고하시라.
낙조대를 오르는 길에 본 바위인데, 뭔가 이름 하나 붙어 있을 거 같다.
낙조대 바로 아래쪽은 계곡 같은 지형인데, 습기가 많은 탓에 원시림의 풍경이다. 녹색 카펫을 펼쳐놓은 듯 사방을 뒤덮은 이끼가 인상적이다. 낙조대를 코 앞에 두고선 경사가 어찌나 심한지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하늘이 보여서 징글징글한 급경사 오르막길이 다 끝났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저기가 낙조대를 향하는 갈림길이다. 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만 더 올라가면 낙조대다.
정말 간만에 오르막길 원 없이 올라서 해발 859m 낙조대 정상에 도착했다.
박무가 깔리 탓에 시계는 썩 좋지 못했다.
낙조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보니 햇볕 조금 드는 양지쪽에 꿀을 빠는 박각시나방이 보인다. 어릴 땐 저게 벌새처럼 보였는데 ㅎㅎ 그 옆으론 정말 잘생긴 남방제비나비도 보였다.
마천대
낙조대에서 마천대까지는 능선길인데, 워낙 바위가 많은 산이라 능선길 조차도 오르락 내리락의 연속이다.
저 아래, 까마득히 아래에 대둔산휴게소가 내려다 보인다. 이 거친 바위의 질감은 어디에서 보나 참 매력적이다.
능선길에서 고생 좀 하다 보면 마천대로 항하는 나무로 된 계단길이 나타난다. 거친 숨 몰아쉬며 올라가면 해발 878m 마천대 정상의 개척탑이 눈에 들어온다.
일반적인 정상석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라 몹시 생소하다. 옆에 있으면 왠지 벼락 맞을 거 같은 느낌 ㅎㅎ
캬, 이걸 보니 그 고생이 조금은 보상이 된 듯하다. 저 살아있는 듯한 거친 질감!
마천대에서 내려다보면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는 모습과 출렁다리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산행을 다 끝낸 뒤의 소감이긴 하지만, 대둔산은 케이블카 타고 올라왔다가 마천대만 구경하고 내려가는 게 최고 아닌가 싶다. ㅎㅎㅎㅎ
하산길
마천대에서 수락계곡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았는데, 조금 걷다 보면 이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금수강산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이겠지.
수락계곡 방향의 하산길은 상태가 정말 정말 안 좋더라. 도립공원이라는데, 어째 동네 뒷산보다 등산로 정비 상태가 안 좋아 보이나. 더딘 하산길에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멀리 걸린 넙적한 산봉우리가 월성봉이고 그 좌측이 바랑산 아닌가 싶다. 이 근처 산들은 대부분 저런 바위산인 듯하다. 멀리 보이는 산세는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수락계곡
험악하던 등산로는 수락폭포 근처에 도달하니 잘 정비된 계단길과 데크길로 바뀌었다. 가을장마 덕에 수락폭포의 수량은 정말 엄청났다.
장쾌하게 쏟아지는 물소리가 주는 청량감은 여름철 여행지로 제격 아닌가 싶다. 물론, 수락폭포까지만 구경하고 가시라. ㅎㅎ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상태가 너무 안 좋다.
복귀
수락리 버스 종점에 도착하니, 버스시간표에 논산행 버스시간이 적혀 있다.
원래 서대전역으로 나갈 생각이었는데, 논산역이 가깝기도 하고, 버스 시간도 더 빨라서 논산 304번 버스를 타고 논산역을 경유하여 복귀했다. 논산행 시내버스가 어찌나 미친 듯이 달리던지, 과속방지턱을 도약대 삼아 하늘로 날아가는 줄 알았다. 그 전까지 최악의 시내버스는 전주였는데, 논산에서 새로이 갱신했다.
소회
막상 다녀온 직후에는 대둔산을 다시 갈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또 생각이 바뀐다. 정상부의 그 풍경은 정말 좋았는데, 등산로 상태가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케이블카 타고 올라갔다가 정상부 구경하고 내려오는 게 베스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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