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영암 월출산 산행 "천상계 혹은 마계" (도갑사 → 천황봉 → 산성대)

epician 2021. 9. 29. 16:57

월출산을 오래전에 한번 다녀왔었는데, 기록을 찾아보니 벌써 9년 전이다. (+9살 ㅠ.ㅠ)
그땐 천황사 원점회귀 코스로 바람계곡을 거쳐 천황봉을 찍고, 사자봉, 구름다리를 거쳐 하산했었다. 산세가 험하다는 말을 듣고 조금 긴장하며 갔는데, 방문객이 워낙 많은 날에 딱 걸려서 원치 않게 멈춰 강제휴식을 자주 취했다. 그 덕에 힘들게 올라갔다는 기억은 전혀 없다. 지금도 기억나는 '가다 서다'의 무한반복 ㅎㅎ

경로

경로 (도갑사 → 천황봉 → 산성대, 약 11KM)

지난 번에 갔었던 천황사지구는 제외하고 코스를 구상했다. 도갑사 출발과 경포대 출발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대중교통 연계가 힘든 경포대를 제외하게 됐다. 그리하여, 최종 확정한 코스는 '도갑사 → 구정봉 → 천황봉 → 산성대'의 11KM 거리이며, 약 6시간 소요됐다.

다녀온 소감이라면 멋진 경치에 목마른 분들께 강력추천한다.

도갑사

도착지인 산성대 주차장에 주차해두고, 영암터미널로 이동했다.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며, 영암터미널에서 도갑사행 군내버스가 오전 9시 30분에 있다. 요금은 1,000원. 시외버스로 영암까지 이동한다면 9시 30분 군내버스와 연계하여 일정을 짜야한다. 이 버스를 놓치면 대중교통은 택시밖에 없다.

영암터미널에서 도갑사까지는 군내버스로 15분 정도 걸린다. 출발 전에 로드뷰를 보니 도갑사 입구에 매표소가 있었는데, 지금은 철거되고 없었다.

도갑사 해탈문 너머 풍경

다른 절과는 다르게 일주문을 지나니 해탈문이 나온다. 그 해탈문 너머로 보이는 도갑사의 첫 풍경이다. 첫인상은 말끔함 그 자체였다. 기록을 찾아보니 서기 880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이다. 천년이 훌쩍 넘은 고찰인데, 여러 난리를 겪으면서 소실과 재건을 반복했다고 한다. 특히, 1977년엔 탐방객의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해 대웅보전이 전소되었다가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도갑사 대웅보전

단정한 지붕선의 건물과 금빛 찬란한 단청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느낌이다. 그 화려함에 잠시 눈을 떼지 못했다.

도갑사 대웅보전

산행시작

도갑사 대웅보전 뒤편의 명부전과 산신각 건물 사이를 지나면 등산로와 연결된다. 도갑사 뒤편 그러니까 산행 초반의 등산로는 정비 상태도 좋고 경사도 완만하여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기 좋았다.

도갑사 뒷편 등산로

키 높은 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어서 그늘이 만들어지는 구간이 많다. 날씨마저 선선하여 상쾌한 숲 공기를 만끽하며 즐겁게 걸었다.

초반 등산로 상태
초반 등산로 상태

비교적 완만하던 등산로는 억새밭을 앞두고 조금 가팔라지는데, 전반적으로 크게 어렵진 않았다.

억새밭

월출산 억새밭

올라오는 길 이정표에 억새밭이라고 적혀 있길래, 그냥 "억새밭을 지나는구나" 라고만 생각했지, 여기서 이렇게 억새를 볼 거라고는 계획도, 기대도 없었다. 그렇게 마주한 억새밭은 기대에 없던 선물을 받은 느낌이랄까. 아직 활짝 피기 전이지만, 그래도 쉴 새 없이 바람에 날리는 그 모습이 아주 볼만했다.

월출산 억새밭
억새밭 부근 풍경

억새밭에서 올려다보면 월출산의 봉우리가 몇 개 보이는데, 가장 높은 곳이 향로봉 아닌가 싶은데 정확하진 않다.

월출산 암릉

억새밭을 조금 지나면 본격적으로 거친 월출산의 암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풍경도 멋지지만 아직까지는 흔한 인간계의 풍경이다. ㅎㅎ

월출산 풍경 (노적봉 추정)

지도를 보니 위 봉우리는 노적봉이 아닌가 싶다. 아직 저곳엔 탐방로는 없고, 저 봉우리 아래 골짜기를 따라 대동제(저수지) → 용암사지 → 구정봉 경로의 새 탐방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 허나, 아직 완공되진 않은 듯하다.

월출산의 기암괴석

마그마가 천천히 식으면서 저런 주름을 만들어 냈을까 싶은 기이한 형상의 바위가 참 많다.

월출산 풍경

구정봉을 향해 가는 길엔 저렇게 산 아래를 조망할 수 있는 곳도 많아 심심할 틈이 없다. 여기가 정말 경치 맛집!

구정봉

구정봉

위 사진처럼 물이 고이는 구멍이 아홉 개가 있다고 해서 구정봉이란다. 물론 아홉 개를 다 찾아보진 않았다. ㅎㅎ
처음 보이는 넓은 바위 곁으로 우뚝 솟은 바위가 하나 더 얹혀 있는데, 바위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가 보면 구멍처럼 비좁은 통로를 지나 구정봉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구정봉 정상
구정봉에서 바라본 천황봉

구정봉 정상에 오르면 동북쪽으로 우뚝 솟은 천황봉이 보인다. 여기서부터의 풍경은 인간계를 벗어난 천상계나 마계가 아닐까 싶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월출산 천황봉

줌으로 당겨보니 월출산 정상에 서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람재

구정봉에서 월출산 최고봉인 천황봉으로 가는 능선길에 바람재를 지나는데, 정말 예상 못했던 풍경에 압도당했다. 여기가 어떻게 사람 사는 세상일까 싶을 정도로 감탄했던 풍경이다.

천황봉 아래의 바람재

신선이 도포자락 휘날리며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거나, 도술을 부리는 도사들이 장풍을 쏘며 우열을 다툴 그런 풍경 아닌가 싶다.

구정봉 큰바위 얼굴

바람재로 내려가던 중에 찍은 구정봉의 모습이다. 날이 흐려서 윤곽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쉬운데, 햇볕을 받아 그늘이 지면 사람 얼굴과 비슷한 형상을 한단다.

사실 이 날, 비가 좀 흩뿌렸는데, 다행히 흠뻑 젖을 정도는 아니었다. 구정봉에서 천황봉을 찍고 산성대 부근으로 하산하기 전까지 굵은 빗방울이 드문드문 떨어졌다.

바람재

바람재에도 억새가 가득했고, 이름처럼 산 골짜기를 타고 올라온 바람이 넘어가는 길목이다. 바람이 세지 않은 날이었는데도 여기서 체감하는 바람은 제법 세차다.

바람재에서 올려다 본 구정봉
개코원숭이를 닮은 바위
돼지바위

월출산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도처에 널려있다. 위의 것은 돼지바위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천황봉

천황봉 부근에서 바라본 구정봉 방향

구정봉에서 바람재를 지나고 암릉 하나를 넘어야 천황봉에 오를 수 있는데, 경사는 가파르나 대부분 계단길이라 오르는데 어려움은 없다. 천황봉으로 오르던 중 뒤돌아 구정봉 방향을 바라보면 이런 풍경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우리나라에서 찍었더라면 아마 여기 월출산이 로케이션 0순위 중 하나 아니었을까 싶다.

해발 809m 천황봉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 드디어 천황봉 정상에 도착했다. 9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상석 모습은 그대로인데, 주변은 조금 더 정리가 된 듯 보였다.

사람이 제법 많은 천왕봉 정상에서 인증샷도 남기고, 경치구경도 실컷 하다가 산성대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천황사와 산성대 방향이 처음엔 같다가 통천문을 지나서 한번 갈라지고, 두 번째 삼거리에서 산성대와 바람폭포(바람골) 방향으로 한번 더 갈라진다.

산성대

천황봉에서 산성대로 내려오는 길은 암릉을 여러 개 넘어야 해서 계단길을 올랐다가 내려가길 몇 번 반복해야 한다. 가파른 구간도 조금 있긴 한데, 등산로 정비가 잘되어 있는 편이라 내려오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다리와 발바닥에 쌓인 피로 탓에 조금 힘들긴 하다.

월출산 절경

절벽에 얹혀 자란 작은 소나무들은 인위적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그 뒤편으로 배경이 되어주는 월출산의 암릉 또한 절경이다.

월출산 천황봉

산성대 방향으로 하산하던 중에 올려다본 월출산의 풍경이다. 이런 풍경은 신선이 노닐던 천상계의 것이 분명하지 싶다. 저 암릉 사이로 계단길이 만들어져 있어서 저 암릉 거쳐서 내려왔다.

월출산 줄기
월출산

선성대 부근에서 보니 월출산의 천황봉과 그 뒤편으로 구정봉, 노적봉이 다 보이는 듯하다. 날이 흐려 풍경이 선명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천왕봉에서 산성대 방향으로 하산하면 그 길이가 4.5Km 정도로 제법 긴 편이다. 한참을 내려오다 보면 드디어 인간계에 도달한 듯한 친근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암릉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영암읍

다리에, 발바닥에 피로가 쌓이고 쌓여 언제쯤 끝나나 싶은 생각이 들 무렵, 반가운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산성대주차장까지 500m!

이렇게 대략 6시간 정도의 즐거웠던 산행이 끝났다.

소회

많은 산을 다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 풍경으로 압도당할 만한 산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월출산이 으뜸이다. 특히나, 구정봉에서 천황봉으로 가는 그 길목, 바람재 부근이 압권이었다.

대중교통 연계가 불편하여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게 훌륭했다. 역시나 국립공원은 어딜 가나 실망하는 법이 없다.

경포대에서 오르는 구간만 제외하면 월출산 코스는 다 가본 듯한데, 안타깝게도 경포대는 대중교통 연계가 쉽지 않아 일단 보류 중이다. 여긴 다음에~

군내버스 시간표

영암군의 군내버스는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이하 '영암터미널')을 중심으로 운행되는데, 월출산에 접근할 수 있는 시간표는 아래와 같다. 아래 운행시간표는 바뀔 수 있으니 정확한 정보는 영암군 홈페이지에서 한번 더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영암터미널 ↔ 도갑사

영암터미널 출발 도갑사 출발
09:30 09:45
16:10 16:30

영암터미널 ↔ 천황사

영암터미널 출발 천황사 출발
07:10 07:20
09:00 09:10
10:00 10:10
16:50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