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슨 기준으로 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지리산 10경 중 하나라는 불일폭포를 구경하고 왔다. 가볍게 산행할 수 있는 코스를 찾다가 불일폭포 코스가 가보고 싶어졌다. 고민 없이 계획하고 지인과 함께 다녀왔다.
지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도 나와있는 코스인데, 남원의 구룡계곡 코스와 더불어 가장 낮은 난이도의 코스이다. 안내도 상, 하동 쌍계사를 기준으로 왕복 3시간 소요된다고 한다. 나는 조금 다른 코스로 수정해서 약 8KM, 2시간 40분 정도 소요됐다. 전반적인 코스는 아주 훌륭했다. 길도 넓고 정비가 잘되어 있어서 걷기 편했다. 그렇다고, 운동화 신고 달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니 등산화 정도는 꼭 챙겨야 한다.
쌍계사 정류소와 맞닿아 있는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출발했다. 주차요금표가 적혀 있긴 했으나, 현재는 비수기라 무료개방 상태인 듯하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실 분들은 구례공영터미널이나 하동터미널을 통해 군내버스로도 접근 가능하니 참고하시라.
목압마을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하여 큰길을 따라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목압교를 지나 목압마을이 나온다.
섬진강의 지류인 화개천의 모습인데, 높은 산과 연결된 하천이라 그 너비가 상당하다.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만 간혹 보일 뿐, 한산한 풍경이다.
하천을 따라 걷다가 목압교를 건너 목압마을로 들어간다. 한적하고 조용한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마을 길을 따라 걷다가 이 풍경이 보이면 직진하지 말고 우측으로 턴, 국사암 이정표를 따라 진행하면 된다.
국사암을 향해 오르던 중에 돌아본 목압마을의 풍경인데, 얕은 산기슭에 자리 잡은 작고 예쁜 마을이다.
국사암으로 오르다 보면 너른 연밭이 보이는데, 대충 둘러보니 연, 마름, 검정말 등의 수초가 보인다.
좀 특이했던 게, 이 길 중간중간에 쌍계사의 사유지라고 통행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다행히 길은 막혀 있지 않았는데, 뭔가 좀 찜찜하다. 아마 쌍계사 입장료 징수로 인한 문제 아닌가 싶긴 하다.
국사암
들어가 보진 않았으나, 국사암 근처의 풍경 또한 훌륭했다. 저 조그만 돌다리 건너 건물은 해우소인 듯하다. 개천 옆 해우소라 그 느낌이 어떨지 굉장히 궁금하긴 하다. ㅎㅎ
불일폭포로 가는 길은 국사암을 들어가기 전에 우측으로 빠지는 돌계단이 있는데, 거기로 올라가도 되고, 그전에 있는 너른 공터에서 샛길로 빠져서 올라가도 된다. 샛길 옆에 간이화장실이 있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간이화장실을 이정표 삼아 길을 찾으면 수월할 듯하다.
등산로 시작
국립공원답게 등산로 상태는 훌륭하다. 길도 넓고, 보행하기 편하게 정비가 아주 잘 되어 있다. 운동화는 좀 무리겠으나, 등산화만 챙기면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걷기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아름다운 등산로를 따라 흥겹게 걷다 보면 불일폭포가는 길, 중간 즈음에 환학대가 나타난다.
환학대
등산로 중간에 있는 작은 공터쯤 되는데, 전설이 설여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잠깐 쉬면서 목을 축였다.
쌍계사를 기준으로 이곳이 불일폭포까지 딱 중간지점 정도 된다. 여기까지는 어려운 길은 전혀 없으나, 불일폭포를 앞두고선 계단길에서 경사가 조금 쌔지긴 한다. 그렇더라도 워낙 짧아서 크게 힘들진 않다.
등산로 상태는 계속해서 100점. 아마 여기보다 등산로 상태가 더 좋았던 곳은 한라산 밖에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길 상태는 최고다.
불일폭포까지 오르는 길은 대부분 계곡과 마주하며 나란히 간다. 비 온 뒤라면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즐겁게 걸을 수 있으니, 가능하면 비 온 뒤에 이 코스를 찾는 걸 추천한다.
불일탐방지원센터
환학대를 지나면 불일탐방지원센터가 나오는데, 국립공원 직원이 상주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지도상에는 불일폭포 야영장이라고 표시되던데, "국립공원 내에서 야영이 가능하다고??" 라고 갸우뚱 했다.
이 건물 외에도 화장실과 쉘터로 보이는 건물 등이 있었다.
불일폭포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절벽길과 계단길부터 웅장한 폭포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비탈진 낭떠러지 길인데, 너른 잔도와 계단으로 정비가 잘되어 있다.
불일폭포 전망대로 내려가기 전에 살짝 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미 장쾌하게 쏟아지는 물소리에 압도당한 상태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실감을 못했는데, 그 길이가 60미터 정도 된다고 한다. 60 미터면 대략 18층 아파트 높이쯤 되지 않나 싶은데, 꽤 높은 높이이다. 폭포 아래까진 내려갈 수 없고 전망대까지만 갈 수 있다.
최근 가을장마로 비가 많이 내린 덕에 폭포의 수량이 상당했다. 산속에 있는 폭포라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물이 마를 듯 하니, 불일폭포를 제대로 구경하고자 한다면 꼭 비 온 뒤에 와야 한다.
하산길
폭포 구경 잘하고 하산을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내려오는 길에는 꽃구경도 하며 여유를 좀 부렸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비 가운데서는 제비나비류가 가장 화려하지 않나 싶다. 쌍계사 근처에 군데군데 피어 있는 상사화 꽃송이마다 제비나비가 꿀을 빠느라 여념이 없었다.
쌍계사 구경은 일행이 있는 탓에 오래 둘러보지 못하고 대웅전만 들어갔다 나왔다. 다음에 다시 올 일 있으면 쌍계사 구경도 찬찬히 다시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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