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고흥 거금도 적대봉 산행 재도전 "서촌 → 동촌"

epician 2024. 2. 19. 18:57

지난 거금도 적대봉 산행에서 예상치 못한 악천후를 만나 중간하산을 했었는데, 그 아쉬움을 풀고자 적대봉 두 번째 산행을 다녀왔다. 다행히 이번엔 맑은 날이 도와주어, 경치구경 실컷 하고 왔다.

지난 산행기는 이전 포스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고흥 거금도 적대봉 산행

작년 11월 마지막 산행을 끝으로 긴 휴식기를 가졌다. 겨울이라 야외활동이 줄어들 시기이기도 한데, 요 근래는 일하느라 바빠서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긴 작업도 마무리가 되어가니 마음의 여

epician.tistory.com

코스

산행경로

지난번엔 동촌마을을 기점으로 삼았는데, 이번에 반대로 동촌마을을 종점으로 삼았다. 같은 길, 두 번 올라가면 재미없으니 이번엔 반대로.

약 14km 거리에 서촌마을 입구 주차장을 기준으로는 약 7시간, 등산로 기·종점을 기준으로는 6시간 30분 정도 소요됐다. 경치가 좋아 사진을 너무 많이 찍은 탓에 300장이나 되는 사진을 정리하느라 혼났다.

이왕이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게, 넉넉하게 계획 잡고 가는 걸 추천한다.

출발

한번 왔던 터라 가는 길이 익숙하다. 익숙한 풍경을 즐기며, 여유롭게 운전하여 출발지로 삼은 서촌마을 부근(전남 고흥군 금산면 오천리 849-1)에 도착했다. 펜션 단지 앞으로 무료 주차장이 있고 마을 입구에 화장실(고흥군 금산면 오천물만내길 2)까지 갖춰져 있다.

서촌마을 입구

마을 입구에 처음이자 마지막 화장실이 있으니, 볼 일은 여기서 해결하고 가야 한다. 마을 입구에 서면 뒷 배경으로 적대봉이 펼쳐진다. 산불조심 깃발 뒤로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적대봉 정상이고, 가운데 봉우리가 적대봉으로 가기 위해 올라야 하는 첫 봉우리다.

서촌마을 풍경

빈 집도 제법 보이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깨끗한 게, 이 마을에 성격 깔끔하신 분들 많이 사시는 것 같다. 밭에 자라고 있는 것들은 주로 대파와 마늘이다.

건너편 동촌마을 풍경

섬 치고는 평지가 제법 넓은데, 민가는 주로 동촌마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마을 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묘지 옆으로 등산로 입구가 나오는데, 지금은 이정표가 쓰러져 있으니 묘지를 보고 입구를 찾는 편이 낫다.

등산로 들머리

묘지를 지나 등산로에 접어드니 익숙한 안내판이 보인다. 적대봉까지 5.3km 란다. 동촌마을에서 올라가면 6km였는데, 체감적으로는 서촌마을에서 올라가는 오늘 이 코스가 오르기 더 쉬웠다.

남은 거리 안내판

등산로 초입

동네 뒷산 같은 탐방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탐방로 상태는 그냥 동네 뒷산 수준으로 내추럴하다. 초반 1km 정도 경사가 가파른데, 계단 같은 게 없다 보니 발목이 많이 꺾인다. 지난겨울 동안 부족했던 운동량 탓인지, 이 구간에서 아킬레스건 주변 근육들이 난리다.

상록수

동촌마을에서 올라갈 때는 상록수가 별로 안 보여 이상했는데, 여긴 남해안 숲답게 상록수가 꽤 많다. 그래, 이래야 남녘 겨울숲에 오는 맛이 나지.

윤기나는 상록수 이파리
등산로 초반 풍경

바위 암릉의 능선길에 올라서기 전까지는 숲 안쪽으로 걷는 길이다.

첫 번째 로프 구간

올라가는 길에 밧줄이 놓인 곳이 몇 군데 있다. 이게 그 첫 번째 구간인데, 짧아서 감흥(?)은 없으나, 어딜 가나 밧줄이 등장하면 반갑지 않다. ㅎㅎ

거금도 풍경

능선길 부근에 올라서면 조망이 열리기 시작한다. 바다와 맞닿은 산은 어딜 가나 풍경이 좋지만, 거금도는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거금도 풍경

능선길에 올라서면 지나가야 할 능선과 봉우리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숲 너머의 반대편 능선도 보이기 시작한다.

숲 너머로 보이는 반대편 능선
바위 능선과 멀리 보이는 올라야 할 봉우리

능선길에 암릉이 있다는 건 알았는데, 바위 구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었다. 이 능선길을 걸으며, 지난번에 이 길로 하산하지 않고 중도포기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비 오는 날의 그 미끄러움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거금도 풍경
바위 능선길
올라가야 할 암릉

좋지도 않은 눈에 저 암릉에 걸린 밧줄이 눈에 들어왔다. 대충 보니 그냥 절벽 같은데, 저길 밧줄 잡고 올라가는 것인가? 계획에 없던 풍경에 살짝 당황했다. 고소공포가 있는 편이라.

깍아지른 절벽처럼 보이는 능선

저 능선으로 올라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아까 밑에서 언뜻 봤던 밧줄을 잡고 거대한 바위(슬랩)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리본을 보고 찾은 등산로

어디가 길인가 싶은 혼돈이 들 무렵, 노란 리본이 눈에 들어왔다. 저 리본이 없었다면 험악한 생김새 탓에, 여긴 길이 아닐 거야 하고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저 바위에 올라서면 살짝 당황했던 로프구간이 시작된다.

로프 구간

밧줄이 없었으면 올라갈 엄두조차  못 냈을 경사다. 이걸 보자마자 드는 생각이..

  1. 지난 산행에, 비 맞으며 여길 내려왔으면 지옥을 봤겠구나.
  2. 무섭다.

고소공포 탓에 위험한 구간이 있는 산은 잘 안 가는데, 여긴 사전조사가 부실해서 이런 구간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왔다. 밧줄 잡고 조심조심 올라가니 크게 위험하진 않았는데, 춥거나 비올 때는 절대 통행하지 말아야 할 구간이지 싶다.

로프 구간을 지나 큰 바위 위에 올라서면 시원하게 펼쳐진 조망이 그 수고를 보상한다.

로프 구간에서 내려다 본 풍경

능선길 시작

기차바위 능선

아마 저기가 기차바위이지 싶었다. 저 능선길 역시 바위로 가득한 구간이다.

기차바위의 안전난간

기차바위와 안전난간은 오래전 찾아본 후기에서 보았던 터라 알고 있었다. 허나, 초행길이라 살짝 긴장되는 기분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가파른 오르막
오르막 끝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가 길 끝에 하늘이 걸리면 기차바위 능선길이 시작된다. 기차바위 능선에 올라서면 반대편 용두산 방향의 경치를 볼 수 있다.

용두산 방향 풍경

남북으로 놓인 두 봉우리 사이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 있다. 왜 산을 깎아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건물 지붕에, 주차장 지붕에, 공장 지붕에 그런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 게 정상이지 싶은데.

기차바위 구간
기차바위 구간

안전난간 없었을 땐, 어떻게 지나다녔을까 싶을 정도로 아찔하다. 물론, 지금은 안전난간 덕에 악천후만 아니라면 어렵지 않게 지날 수 있다.

기차바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 (동촌마을 방향)
기차바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 (금장마을 방향)
기차바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 (오천제 방향)

능선길도 아름답고, 능선길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또한 일품이다. 시간에 쫓기지 않게 여유롭게 계획 세우고 오는 걸 추천한다.

거금도 풍경
지나온 기차바위 구간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기차바위 능선 뒤로 걸린 바다 풍경이 놀랍도록 아름답다. 미세먼지조차도 없는 완벽했던 날씨!

지나온 기차바위 구간

정말 오랜만에 모험심 쏟아내게 해 준 저 바위 능선길이 참 재밌었다. 이러다 정들겠는데...

능선길에서의 적대봉 조망

여기서 보는 적대봉의 풍경은 거대한 장막 같다. 지나가야 할 크고 작은 봉우리도 아름답고 그 가운데 우뚝 솟은 적대봉 정상도 인상적이다.

예쁜 소나무

예쁘게 자란 소나무가 인상적이라 눈길을 뺏겼는데, 가만 보니 그 뒤로 넘어야 할 작은 봉우리도 눈에 들어온다.

넘어가야 할 봉우리와 돌탑

저긴 또 언제 올라가나 싶은 감정을 뒤로하고 짧고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밑에서 봤던 돌탑을 만난다.

돌탑
돌탑 부근에서 돌아본 풍경 (지나온 능선길)

저길 어떻게 지나왔나 싶을 정도로 멀어 보인다.

시루떡 모양의 바위

지나는 길에 시루떡처럼 포개진 바위가 눈에 들어와 한참을 쳐다봤다. 어쩜 이렇게 신기하게 생겼을까.

비단보로 감싼 듯한 적대봉

지나던 구름 사이로 스며든 빛에 적대봉 산결이 비단보로 감싼 듯 아름답다. 이렇게 크게 다가오는 풍경도 흔치 않은데, 정말 운수 좋은 하루다.

마당목재를 앞둔 마지막 봉우리

저 봉우리만 넘으면 마당목재다. 그리고, 우측으로 그늘이 드리운 봉우리가 적대봉 정상이다.

마당목재를 앞둔 마지막 봉우리

가파른 오르막을 꾸역꾸역 오르고 보니, 섬 건너편 녹동항 풍경이 펼쳐진다.

섬 건너편 소록도와 녹동항 주변 풍경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

정말 이렇게 능선길을 길게 타는 산도 흔치 않을 듯싶다. 내가 가봤던 산 중에선 아직까진 거의 유일하지 않나 싶다.

마당목재

내리막길 끝에 보이는 마당목재
마당목재

마당목재에서 간식 겸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금요일 산행이었던 터라, 마주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전세 내고 걷는 이 기분이 얼마나 좋던지.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
정상부근 능선길에서 본 조망

지나온 봉우리가 대충 세어봐도 5~6개쯤 되지 싶다. 저 먼 길을 걸어왔다니 새삼 놀라웠다.

적대봉 정상

적대봉 정상 아래 이정표

지난번에 동촌마을에서 출발했을 때는 이정표의 우측 방향에서 올라왔었다. 오늘은 적대봉 정상을 찍고, 동촌마을 방향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적대봉 봉수대의 까마귀

고요한 적대봉 봉수대를 까마귀 한 마리가 지키고 있다.

적대봉 정상석

인증사진 실컷 찍고, 주변 풍경도 실컷 눈에 담아본다.

적대봉 봉수대
적대봉 정상에서 본 풍경 (오천제 방향)

하산길

동촌마을 방향 하산길

지난번에 올라왔던 길을 이번엔 반대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거리는 대략 6km.

인상적인 오르막 하산길

하산길 역시 봉우리 몇 개를 넘어야 하는 터라, 여느 산에서 느꼈던 하산길과는 그 감흥이 상당히 다르다. 내려가는 듯, 다시 올라가야 하는 살짝 당황스러운 느낌.

홍연마을 하산 이정표

내려가는 길에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는데, 홍연마을 방향은 2km 남짓이란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지도를 확인하니, 홍연마을로 내려가면 출발지까지 도로를 한참 걸어야 한다. 도로를 걷느니 그냥 예정대로 하산하는 게 최선이지 싶다.

오천제

아침보다 바다 쪽 안개가 더 옅어진 느낌이 든다. 지난번에 고생시켰던 게 미안했던지, 오늘은 날씨가 제대로 도와주네.

숲 너머로 보이는 봉우리 실루엣

동촌마을로 하산할 때는 길 앞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거의 다 넘어가야 한다고 보면 된다. 돌아가는 길 따위는 없고 오직 직진! ㅋ

또 봉우리!

다 내려왔나 싶을 무렵에 봉우리가 또 보여서 멘붕이 살짝 올 순간이었다. 저길 또 올라가야 하는구나 싶었는데, 다행히 저 봉우리는 하산길 옆에 위치한 봉우리였다. 그렇다. 하산길이 하산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자꾸 줘서 위험하다. ㅋㅋ

숲너머로 보이는 마을

숲 너머로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동시에 이제 다 내려왔다는 기쁨도 찾아든다. 여기서 등산로 종점까지 약 30분 소요됐다.

비탈진 내리막

이 난해한 등산로를 보니 지난번에 어떻게 올라왔었지 싶다. 앞으로 차근차근 좋아지긴 하겠지만, 등산로 정비상태는 못내 아쉽다.

거금도 풍경

날씨가 너무 좋아서 내려가는 길도 경치구경하고 사진 찍느라 진행이 더디다. 이 풍경 언제 다시 보겠냐 싶어서 여유롭게 즐겼다.

거금도 풍경
거금도 풍경
거금도 풍경

사진 잘 찍으라고 날아가던 까마귀마저도 프레임 안에 들어와 모델이 되어준다.

거금도 오천리 전경

지는 해에, 그림자가 지기 시작하니 풍경사진이 한결 인상적이다. 정말 이런 풍경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다.

낙엽 쌓인 등산로

어째 낙엽이 지난번보다 더 많은 느낌이다. 길이 비탈지다 보니 마른 낙엽만 밟아도 미끄러워 조심히 내려왔다.

하산 완료

등산로 입구

이정표에 적힌 대로 6km 구간을 무사히 하산했다. 차를 세워둔 출발지까지는 마을 구경도 할 겸, 마을 안길을 따라 걸었다.

마을 안쪽 폐교

마을 안쪽에 위치한 꽤 오래된 듯한 폐교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 없는 마을은 언젠가 사라지겠지 싶은 안타까움이 크게 든다.

폐교에 남아있는 동상
대파밭

그렇게 마을 안길을 걸어 출발지로 돌아가는 길에 작은 하천을 하나 건너는데, 즐거웠던 하루와는 어울리지 않는 하수구 냄새가 훅 풍겨온다. 하천을 내려다보니 인근 공장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수가 하천으로 바로 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이 물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 것이고.

공장 오수

오천제에서 내려오는 물줄기 같은데, 인근 농가에서 버린 쓰레기도 많고, 즐거웠던 하루를 다소 착잡한 기분으로 마무리하게 한다.

하천변 쓰레기

거금도 마을버스 시간표

거금도 마을버스 시간표

산행 후엔 피곤하여 운전하기 위험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그런데, 이런 시골은 교통편이 너무 불편하다. 혹시,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분들은 위 버스시간표를 참고하시라. 아래 2칸 시간이 없는 곳은 각각 15:00, 16:50분 같다. 자세한 버스 시간은 아래 웹사이트에서 '대흥여객' 방면별 시간표를 확인하시라.

http://tour.goheung.go.kr/tour/guide/access/bus/city.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