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하드웨어

Laccess LH-991F 헤드셋 필드테스트

epician 2008. 2. 20. 21:08

0. 총평

일단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성급하게 결론부터 발표해 봅시다.

편의성: ★★★
(대체로 만족, 진동모터가 탑재된 탓에 꽤 무거운 점은 마이너스 요인)
음악감상: ★★
(소리 자체가 AV용으로 맞춰진 탓에 음악감상용으론 별로...)
게임: ★★★★★
(만점! AV용 액티브 서브우퍼를 흉내낸 파워풀한 사운드가 매력)
영화: ★★★★
(가상 7.1채널 환경인 탓에 채널분리도가 다소 떨어짐)

제품에 대한 상세한 스펙이나 사진은 보드나라 리뷰1)를 참고하시길. 분량 채우기는 안하렵니다;;
더불어 본 필드테스트 내용의 원본은 보드나라 미디어로그2)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보드나라 리뷰: http://www.bodnara.co.kr/bbs/article.html?imode=view&num=65053
2) 필드테스트 원본: http://medialog.bodnara.co.kr/epician

1. 서론

필자의 필드테스트 내용은 대부분 음악감상에 촛점을 맞췄습니다.

먼저 테스터의 음악적 취향을 알려드리자면..
장르를 안가리고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유쾌발랄한 헤비메틀 계열의 음악을 더 좋아하는 편이고, 다채널의 AV기기 보다는 투박한 2채널의 3-Way 하이파이 기기를 더 좋아합니다.
곧 죽어도 3-Way 스피커가 최고라고 신봉하는 보수적 스타일.

본격적인 테스트기 작성에 앞서 테스터의 귀를 에이징 시키기 위해 LH-991F 헤드셋으로 총 12시간에 걸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남들은 음향기기를 에이징 시킨다는 데, 본인은 그 에이징이라는 과정이 귀가 음향기기에 맞춰지는 과정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ㅎㅎ;;

일단 헤드셋 본연의 음색을 파악하기 위해 드라이버 설치 후에 Virtual Sound(가상 7.1채널)기능은 꺼놓고 입력을 2CH로 맞춘 후에 청음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Virtual Sound가 켜진 줄 모른 채로 노래 몇 곡 들었다가 급실망을 했습니다. 자주 듣던 곡에서 느끼던 음분리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Virtual Sound로 들었으니 당연할 수 밖에 없지요.)

청음용 소스는 CD 혹은 Ogg Vorbis 500Kbps 파일입니다.

2. 음악 청음

파워 메틀

일단 가볍게 파워메틀로 시작해 보죠. ㅎㅎ
Avantasia의 최근 앨범 중에서 Another Angel Down (The Scarecrow, 2008)라는 곡을 유심히 들어봤습니다. 도입부는 신디사이저의 공간감이 잘 느껴지는 균형잡힌 음색이 잘 전달됩니다.

메틀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드럼의 심벌이 자글자글거리기 때문에 고음역의 음색을 평가하기에도 좋은데, LH-991F로 전달되는 고음부는 다소 부드러운 느낌으로 일반적인 스피커의 트위터 유닛에서 나오는 소리보다는 덜 날카롭습니다. 날카로운 고음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다소 탁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무난하다는 평을 내리고 싶습니다.

단, 베이스 기타의 소리가 다소 퍼지는 느낌을(초저음역 소리가 과장된 느낌) 주는데, 이 부분이 좀 아쉽긴 합니다.

블랙/데쓰 메틀

앞선 감상에서 베이스 라인이 다소 어색한(과장된) 느낌이라 더 빡센 익스트림 계열 메틀을 여러 곡 들어봤습니다. Amon Amarth의 Gods of War Arise (With Oden on Our Side, 2007), Trivium의 Pull Harder on the Strings of Your Martyr (Ascendancy, 2005)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곡에서 초저음역이 너무 강조되어 다른 음역대까지 다소 두리뭉실하게 들리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헤드셋 자체가 AV영역에 촛점을 맞춘 탓일까요?

극악의 해상도는 절대 아닌데, 살짝 튀는 초저음역이 못내 아쉽습니다.

재즈

메틀 청음기를 더 쓰고 싶었지만 들어볼 수록 AV 성향의 사운드 탓에 저음역에 대한 아쉬움만 커져버렸습니다. ㅠ.ㅠ 일단 좀 다른 장르로 가보지요.

이미 고인이 된 Nina Simone 여사의 Day and Night (Nina Simone Sings the Blues, 1966)은 우측 후방에서 들리는 드럼이 공간감을 매우 잘 살려주는 곡으로 녹음된지 40년이 넘은 곡답게 자글거리는 노이즈가 섞인 보컬라인이 매력적인 곡입니다. LH-991F으로 청음한 결과, 느껴지는 공간감도 만족스럽고 딱히 흠잡을 곳 없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오히려 살짝 튀는 저음역덕에 전반적으로 포근한 로우파이 느낌이 잘 전해지네요.

라틴 재즈 스타일의 Pink Martini의 Tempo Perdido (Hey Eugene!, 2007)을 청음할 땐, 메틀 음악을 청음할 때 아쉬움을 주던 다소 과장된 저음역 덕에 전체적으로 더 풍성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첼로, 트럼펫, 백보컬이 협연을 할 때, 풍부한 저음역 덕에 훨씬 웅장한 느낌으로 전해집니다.

블루스, 아트락

요런 장르의 음악은 영혼을 뒤흔드는 ㅎㅎ 일렉트릭 기타연주가 핵심이랄 수 있으니 그 음역대에 촛점을 맞춰서 청음을 했습니다.

Albert King 할배의 Don't Burn Down the Bridge (Live, 1977)을 청음할 때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고 말았네요. 원래 곡 자체가 베이스 기타의 펑키한 리듬이 살짝 튀긴 하지만, LH-991F가 전해주는 소리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입니다. 베이스 기타의 깊은 울림에 가려서 들릴 듯 말 듯 매우 애처롭게 변해버린 일렉 기타;;

B.B. King 옹의 So Excited (Completely Well, 1969) 청음 시에도 과장된 베이스 탓에 전체적인 균형이 깨진 소리가 들려서 안타까웠습니다. 저게 베이스 기타 파트인지 베이스 드럼 파트인지 잠시 헷갈리게 만드는 과장된 저음역의 슬픔이랄까.

Camel의 Simple Pleasure (A Nod and a Wink, 2002)는 중반부터 시작되는 기타 솔로가 압권인 곡인데, LH-991F가 전해주는 느낌은 좋은 편입니다. 일렉 기타 소리를 너무 자극적이지 않게 적당한 울림으로 전달됩니다.

그 외 음악

헤비 메틀 음악 중에 음장감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특수장비를 써서 믹싱한 곡들이 몇 곡 있는데, 그 중에서 블랙홀의 '삶 (EMX Sound 버전)'을 Virtual Sound 기능을 켜고 청음해 봤습니다. Virtual Speaker Shifter DSP를 통해 한번 가공된 출력에서 공간감을 훨씬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기능 껐을 때 보다 한결 더 화려한 사운드가 놀랍더군요.

팝 음악 중에선 LeAnn Rimes의 Can't Fight the Moonlight (I Need You, 2001), Wound Up (Twisted Angel, 2002) 등을 청음했는데, 크게 나쁘지 않은 느낌. 팝이나 댄스곡 스타일의 음악을 감상하기엔 무리가 없는 느낌입니다.

3. 게임

이 부분은 좀 부실해도 양해를 바랍니다. 테스터가 평소에 즐겨하는 게임이라곤 Warcraft III: Frozen Throne 딱 하나 밖에 없는데, 다행히도 이 구닥다리 게임이 3D 사운드가 지원됩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제어 프로그램의 설명대로 8채널로 맞추고 게임설정에서 Dolby Surround 기능을 켰습니다. 그리고, 음악 감상할 땐 내내 꺼두었던 바이브레이션(진동) 기능도 켰습니다.

아!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좋아서 ㅎㅎ
음악에선 아쉬움을 주던 과장된 저음역이 진동을 기능을 만나니 영락없이 AV용 액티브 서브우퍼의 느낌을 살려냅니다. 이런 헤드셋을 처음 써본 촌놈 입장에선 신기할 따름 ㅋㅋ

단, 생각했던 것 보다 방향감이 좀 떨어지는 것은 아쉽습니다. 드라이브 유닛 좌우 각 하나만 가지고 방향을 에뮬레이션하다보니 다채널 AV 스피커 보다는 방향감이 확연히 떨어집니다.

그러면 어떠리~~ 이 빵빵한 진동이 주는 즐거움이 있는데 ㅋㅋ

4. 영화

영화 테스트에 사용된 소스는 시가지 총격전이 인상적인 마이클 만 감독의 1995년작 Heat를 비롯하여 트랜스포머, 킹덤 등입니다.

음악 감상에선 거의 쓸모가 없는 진동기능이 영화에서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줍니다. 사실, 영화는 음악과는 다르게 소리가 좀 왜곡(?)되어야 제 맛이죠. 저음역과 함께 울리는 진동이 저음역의 폭발력을 서너배 쯤은 배가시키는 느낌입니다. 헤드폰만으로는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AV용 액티브 우퍼의 과장된(!) 소리가 전해집니다. 감동~~

게임에서도 느꼈지만 방향감은 다채널 AV 스피커와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다채널 소스를 2채널 서라운드로 다운믹싱해주는 Dolby Surround나 Dolby ProLogic II 기능을 사용해 본 적이 있다면 딱 그 정도를 떠올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엔 영화(Heat)가 오래되서 그런가 싶어서 최근에 만들어진 트랜스포머나 킹덤 등을 유심히 들어봤지만, 방향감이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소 아쉽긴 하지만 드라이브 유닛 자체가 좌우 하나씩 밖에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5. 마이크 성능

헤드셋에 달린 핀 마이크에 대단한 성능을 기대하는 사람을 없겠죠?

일반적으로 접지가 되지 않은 컴퓨터에서 마이크를 사용하면 녹음 시 엄청난 잡음이 섞입니다. 평소에도 무척 궁금했던 건데, LH-991F처럼 USB 타입 기기는 어떨까하는..

이걸 테스트하려고 TV 카드에 연결된 RF 케이블도 뽑고 접지형 콘센트도 무접지형 콘센트로 바꿨습니다. 하여튼, 완벽하게 접지가 안된 상태로 컴퓨터를 만들어 테스트해 본 바...

놀랍게도 (사운드카드 마이크 단자에 연결하는) 일반형 헤드셋에 비해 잡음이 훨씬 적습니다. 잡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일반 헤드셋에서 발생하는 대박 잡음에 비하면 30% 수준 밖에 안되는 느낌.

아래 스크린샷이 접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LH-991F 마이크 녹음상태입니다. 전 음역대에 걸쳐서 노이즈가 유입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솔직히 접지가 전혀 안된 상태임을 감안하면 확실히 일반적인 사운드카드 보다 USB 타입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접지

아래 스크린샷은 접지를 한 상태의 것입니다.


접지

무접지 상태에서 전 음역대에 걸쳐 골고루 유입되던 잡음이 많이 적어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 핀 마이크 타입이라 잡음이 아예 없진 않습니다. 미세한 잡음이 섞여서 녹음되긴 하는데, 이 정도는 마이크 보정(잡음제거, 잔향제거)기능을 통해 깨끗하게 걸러낼 수 있습니다.

LH-991F의 마이크 성능는 헤드셋에 달려있는 핀 마이크 치고는 감도도 좋고 잡음도 적은 편입니다. 보이스 챗이나 인터넷 전화용도로 사용한다면 매우 만족할만한 성능을 내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6. 결론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우아하게 영화나 게임에 몰입하고 싶다면 LH-991F 정말 사용해 볼만합니다. 진동모터가 전해주는 폭발적인 사운드가 몰입도를 2~3배는 높여줍니다.
강력추천!

장점:

  • 영화감상 및 게임에 최적화된 파워풀한 사운드.

단점:

  • 무거운 중량으로 착용감이 다소 떨어짐.
  • 옆 사람에게 민폐가 될 만한 측면 고휘도 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