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생활

토종 우렁이, 외래종 왕우렁이 구분

epician 2011. 11. 19. 00:50

눈에 익지 않으면 두 종을 서로 혼돈하기 쉽기에,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비교해봤습니다.
두 종 모두 아직 다 자라지 않은 가로 너비 15mm 내외의 치패이며, 다 자라면 두 종을 구분하기 훨씬 쉬워집니다.
자랄수록 체형의 차이가 또렷해집니다.

윗면을 보면 확실히 학습되기 전까진 헷갈리기 쉬우니 덮개가 보이도록 뒤집어 놓고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1. 파란선으로 패각 중심에서 끝 부분까지 이어놓은 선을 보면..
    1. 토종 논우렁이는 완만한 나선형으로 각도가 작습니다 (혹은 좁습니다).
    2. 외래종 왕우렁이는 급격한 나선형으로 각도가 큽니다. 90도 전후.
  2. 주황색선으로 그려놓은 체형을 보면..
    1. 토종 논우렁이는 패각 끝부분 또아리(나탑)가 전체 몸길이의 1/3 ~ 1/4 정도로 깁니다.
    2. 외래종 왕우렁이는 패각 끝부분 또아리가 전체 몸길이의 1/5 ~ 1/6 정도로 아주 짧습니다.
  3. 전체적인 체형은 토종 논우렁이가 쐐기형의 갸름한 모양이라면 외래종 왕우렁이는 원형에 가깝습니다.
  4. 패각 덮개가 토종 논우렁이에 비해 외래종 왕우렁이가 훨씬 큽니다.
  5. 패각 두께는 외래종 왕우렁이가 훨씬 얇아서 쉽게 부스러집니다.
    단, 덜 자란 치패는 두 종 모두 쉽게 깨지는 편입니다.
  6. 서식지 환경, 개체의 변이에 따라 색이 다를 수 있으므로 체색만 가지고 두 종을 구분하기는 힘듭니다.
  7. 외래종 왕우렁이는 더듬이가 가늘고 긴 편이고, 토종 우렁이는 굵고 짧습니다.
  8. 외래종 왕우렁이는 더듬이 외에 수면까지 길게 늘어뜨릴 수 있는 호흡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토종 우렁이는 호흡관이 없습니다.
  9. 외래종 왕우렁이는 멀리 이동하고 싶을 때, 체내에 공기를 부풀려 패각을 닿은 채로 수면 위를 둥둥떠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반면, 토종 우렁이는 패각을 닿은 채로 수면 위에 뜨지 않습니다.
  10. 수족관에서 관상용으로 팔리고 있는 애플 스네일이라고 부르는 우렁이 역시 농사용으로 쓰이고 있는 왕우렁이와 동일종 내지 근연종으로 추정됩니다. 형태나 식생이 왕우렁이와 아주 똑 같습니다.

식생의 차이라면

  1. 외래종 왕우렁이는 물 속에 있는 것이라면 돌 빼고 다 먹을 정도의 식성. 치설이 매우 발달하여 토종 논우렁이는 먹을 수 없는 물에 잠긴 잡초, 수초, 동물의 사체, 음식물 쓰레기까지 다 먹을 수 있습니다. 먹을 게 부족하면 바닥의 흙을 먹어서 그 안의 유기물을 걸러냅니다.
  2. 토종 논우렁이는 치설 발달이 외래종보다 못하여 주로 부드러운 이끼나 흙 속의 유기물, 물 속의 조류(플랑크톤) 등을 걸러내서 먹습니다. 물 속의 잡초나 수초도 시들어서 상하기 시작해야 먹을 수 있습니다.
  3. 두 종 모두 자웅이체로 암수가 구분되며, 외래종 왕우렁이는 난생으로 물 밖에 300~600여개의 선홍색 알을 낳고, 토종 논우렁이는 난태생으로 몸 속에서 알을 부화시켜 형태가 완전히 갖춰진 새끼를 20~30마리 정도 낳습니다.
  4. 외래종 왕우렁이는 길게 발달한 호흡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걸 수면 밖으로 늘어뜨려 공기호흡(폐호흡)을 할 수 있습니다. 수조에 넣고 관찰하다보면 호흡관을 수면 위로 올리고 몸을 움추렸다 펴는 행동(펌핑)을 반복하며 숨을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토종 우렁이는 아가미 호흡만을 하기 때문에 물 속 용존산소량이 부족해지면 질식해서 죽고 맙니다.
  5. 왕우렁이 도입 초기, 열대성 동물이라 우리나라의 겨울을 나지 못하고 모두 죽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하여 겨울을 나고 이듬해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개체가 적지 않습니다. 겨울철 농수로에서 볼 수 있는 우렁이는 모두 왕우렁이라고 보면 됩니다. 토종 우렁이는 수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진흙 깊숙히 들어가 동면을 하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혹여, 외래종 왕우렁이 키우시다가 개천이나 저수지 등에 풀어주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외래종이 번식하기 시작하면 경쟁에서 밀린 토종이 도태됨은 물론이고 수초라는 수초는 모조리 먹어치워 건강한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는 몹쓸 역할을 합니다. 이미 외국에선 유해외래종으로 지정되어 수입/양식금지는 물론이고 박멸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농사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어서 유해외래종 지정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과연 왕우렁이로 짓는 농사가 친환경 농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