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생활

토종우렁이는 다 어딜갔을까?

epician 2011. 11. 6. 23:31

양식, 농사용으로 외래종 왕우렁이가 이 땅에 들어온지도 벌써 30여년이란다.
추수 끝난 논에 우렁이를 찾으러 나섰다. 결과는... 서글프더라.

보이는 개체는 모두 토착화되버린 왕우렁이.
혹시나 하고 이 놈도 잡아보고 저 놈도 잡아보고 유심히 살펴봐도, 죄다 왕우렁이다.
땅 속에 쳐박혀 있는 녀석을 살살 달래서 꺼내봐도 역시 왕우렁이.

논에서 찾긴 글렀구나 싶어 근처 개울가를 쭈욱 내려가면서 보니 하나 같이 왕우렁이.
하긴 개천이라고 별 수 있겠냐 논에서 흘러든 녀석들로 채워진지 오래겠지.

큰 녀석들은 확실히 왕우렁이라는 걸 알겠는데, 작은 녀석들은 긴가민가 싶어서 일단 4마리 포획.
혹시 내가 잘못봤을 수도 있으니 집에가서 확인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왕우렁이 치패

집에와서 유심히 보니 얘네들도 왕우렁이 맞다. ㅠ.ㅠ
어떨결에 외래종 퇴치에 한몫하는구나;;

덜 자란 왕우렁이

약 15mm 정도의 외래종 왕우렁이 치패.
내가 무슨 우렁이만 30년 간 연구한 사람도 아니고 그래도 혹시 잘못봤을까 싶어, 채소를 조금 띄워놨더니 다음 날 아침 깨끗하게 사라졌다. ㅡ.ㅡㅋ 확인 끝~~

외래종인 왕우렁이는 완벽한 잡식성으로 세상의 모든 풀 종류, 죽은 물고기 사체, 유기물 등등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는다.
그래서, 이것들이 번성하는 개천이나 수로는 수초가 남아나질 않는다.

난태생인 토종 우렁이가 한번 번식할 때, 새끼를 20~30마리 낳는 것에 비해 외래종 왕우렁이는 물 밖에 약 300여개의 알을 낳고 부화율 또한 95% 내외로 매우 높다. 왜냐 천적이 없어서 낳은 알은 거의 모두 부화된다.

애초에 우렁이를 찾은 목적이 수조 안의 이끼제거였으나 얘네들은 이끼 뿐만 아니라 수초까지 먹어치우므로 절대 어항에 넣어선 안된다. 행여라도 수초 없는 어항이니 괜찮겠지 싶어도 절대 넣지 마시라. 왕성한 식욕답게 싸대는 똥이 엄청나다. ㅋㅋ
그리고, 번식이라도 한번 했다가는 잡아내도 잡아내도 끝 없이 나타나는 우렁이 때문에 어항을 엎어야 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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