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경로는 선암사 -> 장군봉 -> 접치 정상 -> 장박골 삼거리 -> 연산봉사거리(굴목재) -> 연산봉 -> 송광굴목재 -> 송광사.
약 14KM, 6시간 소요.
계획은 오래 전부터 했는데, 더 미뤘다간 장마 시작되면 이대로 끝이겠구나 싶어 단독산행을 감행했습니다.
▲ 선암사 진입로
이글거리는 햇볕이 날 잡아먹을 듯한 느낌. 오늘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느낌이 살짝 듬;;
▲ 선암사 진입로 풍경
송광사는 몇 년 전에 가본 적 있는데, 선암사는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인공수로 같은데, 주변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이 일품입니다.
선암사 입구
경내 구경을 하려했는데, 대웅전과 건너편 건물에서 신도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뭘 하고 있더군요. 돌아다니면 방해될까봐 그냥 돌아섰습니다. 이런 시간엔 관람객 입장금지를 시켜야 옳을텐데, 기껏 입장료 내고 들어가니 눈치보여 돌아다니지도 못할 상황 ㅎㅎ
대각암으로 오르는 길
조계산 정상 장군봉을 향해 오르는 길은 대각암 옆으로 있습니다. 대각암을 찾아서 올라가면 등산로 입구가 나옵니다.
대각암
장군봉 들머리
▲ 등산로 상태
장군봉까지 오르는 등산로 상태는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경사가 심하다는 얘기도 있던데, 제가 느끼기엔 그다지;;
등산로 전 구간이 숲이 우거져 이글거리는 햇볕에 타죽을 염려는 없는데, 습도도 높고 바람마저 안불어서 익어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ㅠ.ㅠ 정말 날씨 탓에 찜통에 들어간 기분이었고, 특히나 이 구간은 일명 아디다스 모기라고 부르는 숲모기가 많아서 편히 쉬질 못하겠더군요.
높은 습도 탓에 금방 지치고 기운도 안나는데, 쉬려고 잠깐 앉으면 달라드는 모기 탓에 짜증이 ㅠ.ㅠ
숲이 너무 울창해서 시야확보가 전혀 안됩니다. 나무 뒷편으로 산 능선이 보이기 시작하면 반쯤 온겁니다. ㅎㅎ
더위에 지쳐서 익어가고 있을 무렵, 앞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이 뭐라 쏼라 쏼라 해는데 한 마디도 알아들 수가 없습니다. 무더위에 탈진으로 정신줄을 놓아가는건가 싶었는데, 마주치면서 나누는 얘길 들어보니 중국어. 무섭게 왜 그러세요 ㅠ.ㅠ 정말 제가 정신줄을 놓은 줄 알았습니다. 쩝..
너덜지대
짧은 너덜길을 지나면...
약수터
약수터가 나오는데, 시원한 물맛이 예술이네요.
무더위에 바람도 거의 안부는 산길을 꾸역 꾸역 올라왔더니 생각보다 물을 많이 마셔서 물이 부족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던 무렵 오아시스처럼 나타난 약수터. 시원하게 한모금하고 물병에도 꽉꽉 채워 담았습니다.
아마 이 구간이 선암사 -> 장군봉 등산로 중 가장 험했던 곳이 아닌가 싶은데, 다행히 몇 발작 옮기면 끝날 정도로 아주 짧습니다.
2시간여 만에 드디어 정상부가 보입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등산로 상태를 잘 몰라, 긴팔 긴바지를 입었는데, 거의 전 구간 반바지로 활보해도 전혀 지장 없을 정도로 등산로 정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반바지 추천!
정상에 올라가니 등산객이 열댓명 정도 보이는데, 비좁아서 북적거리는 느낌입니다.
일단 밥부터 먹고 인증샷은 나중에 ㅎㅎ
보통 김밥이나 빵으로 점심을 해결하는데, 처음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사봤습니다.
도시락 사면서 안에 젓가락 들었냐고 물어보니.. 쌩까는 점원. 오천 몇백원 나왔는데 소심한 복수로 카드 내밀었습니다. ㅋㅋ
맛은 진짜 별로네요. 모듬치킨은 반찬이라기 보다 먹다남은 치킨 쪼가리의 느낌 ㅠ.ㅠ
새벽밥 먹고 나와서 산 타고난 뒤라 먹은거지, 평소 누가 이런거 먹으라고 줬으면 때렸을지도 ㅋㅋㅋㅋ
밥 먹고 탄산음료 한잔하고나니 그 많던 등산객들 다 내려가고 한 명도 없네요. 어쩔 수 없이 인증샷은 타이머 걸고 셀카로;;
장군봉을 벗어나니 시야가 뚫려서 주변이 좀 보입니다만, 박무 탓에 시계가 별로 안좋습니다.
▲ 장군봉 -> 접치 정상 구간
약간 오르락 내리락 하긴 하는데, 거의 평지구간이고 길도 엄청 좋네요. 이런 길 걷는 기분에 등산하나 봅니다.
이 구간은 정말 유유자적 아주 느린 걸음으로 만끽.
접치정상(접치삼거리) 이정표
접치정상쪽 등산로 상태를 알 수 없어 긴팔에 긴바지를 입었는데, 생각보다 등산로 상태 너무 좋습니다. 반팔에 반바지를 입어야 했다는 생각이 수백번 들었습니다. 다행히 능선길에선 바람이 솔솔 불어서 버틸만 하긴 했는데, 반바지 생각이 정말 간절.
능선길도 숲이 울창해 주변 풍광을 조망할 수 없어 좀 아쉽긴 합니다. 위 사진 정도가 그나마 잘 보이는 축.
원래 계획은 연산사거리에서 송광사로 바로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연산사거리에서 잠깐 쉬면서 또 언제 다시 올 줄 모르는데 연산봉으로 돌아서 가기로 계획수정.
연산사거리 -> 연산봉 구간
연산사거리에서 연산봉까진 고도차가 얼마 안되서 금방 올라가는데, 조금 비탈지긴 합니다.
하늘이 보이길래 다 왔구나 싶었는데, 연산봉 정상이 맞네요.
장군봉에서 출발해서 연산사거리로 올라오면 고도차가 얼마 안되서 거의 날로 먹는 느낌 ㅎㅎ
연산봉 구간 오르내리면서 등산객을 한 명도 못봐서 비인기 구간인가 싶었는데, 내려가다보니 이유를 알겠더라는 ㅎㅎ
연산봉에서 굴목재(송광굴목재)로 내려오는 길이 조금 험한 편인데, 이건 예고편.
굴목재 도착 후 약 5분 휴식.
▲ 굴목재(송광굴목재) -> 송광사 방향 하산길
계곡 옆으로 형성된 등산로라 전 구간 바윗길에, 곳곳에서 물이 흘러나와 미끄럽습니다. 내려가는 내내 힘들더군요.
특히 이 구간은 계곡을 끼고 있어서 파리떼도 어마어마 하네요. ㅎㅎ 길도 험한데, 파리떼까지 덤벼드니 ㅠ.ㅠ
한참을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GPS 꺼내보니 1/3쯤 왔더군요. 길이 안좋아서 진도가 정말 안나갑니다.
이 길을 '천년불심길'이라고 부른다는데, 다녀와보니 알겠더군요. 이 길만 오르내려도 성불하거나 성격 더 안좋아지거나 둘 중 하나는 분명 될겁니다. ㅋㅋ
중간에 개울물에 세수 좀 하고 잠깐 쉬면서 버스시간을 훑어보니 열심히 내려가면 딱 맞춰서 탈거같고, 그거 놓치면 어중간히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네요. 부지런히 내려가보기로 합니다.
얼마나 내려왔을까요. 어디선가 버터냄새가 납니다. 이 산 속에서 이게 뭔일인가 싶었는데.
멀리 만든지 얼마 안된 나무다리가 보입니다.
여기에 칠한 페인트, 오일스테인 냄새가 섞여서 그 기괴한 산 속의 버터냄새를 만들어냈습니다. ㅋㅋ
▲ 송광사 뒷편
송광사에 도착하고나서 시간을 확인하니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면 버스시간에 딱 맞추겠더군요. 송광사 구경은 몇 년전에 했던터라 패쓰하고... (사실 온몸이 불덩이라 햇볕 아래서 구경하고픈 맘도 없었습니다 ㅋㅋ)
큰 보폭으로 빠르게 내려가니 버스시간 10분 전에 딱 도착. 시원한 음료수로 갈증을 달래고 나니 버스 도착.
하루 종일 예상했던 스케쥴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 없이 딱딱 풀려서 기분 좋았던 산행 ㅎㅎ
물론, 익어버릴 듯한 더위는 좀 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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