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진례산, 영취산, 호랑산 종단

epician 2013. 3. 26. 04:38

예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이 코스 얘기가 나와 무모하게 감행해 봤습니다.

들은 바로는 4시간 30분 걸리는 코스라던데, 지난 겨울 거의 넉달을 운동 한번 안하고 쳐박혀 지내서 그런건지 코스를 달리 잡아 그런 건지, 총 14KM, 5시간 30분 걸렸습니다.


▲ 코스

들머리는 상암삼거리 지나서 올라가는 가장 긴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이다 보니 경사는 완만한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그다지 추천할 만한 길은 아니네요.


▲ 들머리


▲ 길 옆의 매화밭

잘 정돈된 농로길을 따라 가다보면 콘크리트 길이 끊기는 지점부터 오솔길이 시작됩니다.
근처에 농지가 많아서 그런지 초입부 오솔길은 깨끗하게 정리 되어 있습니다.


▲ 묘지 입구

등산로가 묘지를 가로 질러가던데 나가는 곳을 찾지 못해 잠깐 헤맸습니다.
그나마 풀이 다 죽어 있어서 쉽게 찾은 것 같은데, 풀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면 길을 못찾고 헤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이 구간 등산로 상태

사유지라서 그런건지 시에서 관리를 안하는 모양새입니다. 작년에 자랐다가 죽은 풀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여름철에 잘못 들어가면 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겠습니다. ㅎㅎ


▲ 정리된 임도 시작

그늘진 곳은 아직 겨울 풍경이 남아 있습니다. 이곳부터 임도가 시작되서 쭈욱 따라 가다보면 반대편 GS 칼텍스 부근에서 시작하는 임도와 만나는 골명재가 나옵니다.


▲ 인증용 셀카 ㅋㅋ

이제 막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급하게 먼저 피었던 꽃은 꽃샘추위를 맞은 탓인지 시들시들 했고 앞으로 1~2주는 더 지나야 만개할 듯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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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명재에서 진례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골명재에서 정상으로 향하다보면 풀(억새)이 많아 길 찾기가 쉽지 않은데, 나뭇가지에 메여진 리본을 보고 따라가 가면 됩니다.


▲ 진달래

양지 바른 곳은 듬성 듬성 진달래도 이제 막 피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1~2주 후가 절정일 듯.

제가 올랐던 코스는 올라가는 내내 사람 한명 못보고 전세낸 기분으로 여유를 만끽했는데, 골명재를 지나니 반대편 GS 칼텍스 쪽에서 올라오는 단체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보이기 시작합니다. 영취산 진달래 축제까지는 2주 정도 남아서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많군요.


▲ 골명재 부근 벚나무 조림지

길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니 제가 지나왔던 임도 그 부근만 조금 먼저 피었네요.


▲ 가마봉 부근에서 본 북쪽 풍경

가마봉 부근에서 진례산 정상을 보니 관람데크가 새로 놓였군요. 줌으로 땡겨보니...


▲ 진례산 정상

지도상에는 영취산으로 나오는 진례산(진례봉) 정상부입니다. 영취산 정상은 봉우재 지나고 시루봉 지나서 나오는데, 두 명칭이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진례산 정상에 가보면 '영취산 510m'라는 표지석까지 있어서 도대체 어느 산이 영취산인지 혼란 그 자체. 하지만 제가 아는 바로는 해발 510m 산이 진례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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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마봉 부근에서 본 풍경


▲ 진례산 표지석

표지석은 영취산으로 나와 있으나 원래 이름은 진례산.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 잘못 수록된 이후, 영취산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덕분에 건너편 진짜 영취산(해발 439m)은 제 이름 뺏기고 이름 없는 산이 되버렸다는거;;; 여수시는 뭐 하나 이런거 하나 바로잡지 못하고!!

정상부 관람데크는 누구 생각인지 몰라도 심히 유감스럽습니다. 꽤 넓은 정상부인데, 데크까지 설치해놓으니 사람들이 바로 바로 안내려가고 여기서 밥 먹고 가잖아요. 앉았던 자리는 쓰레기로 영역표시 할 것이고.


▲ 진례산 정상에서 본 묘됴대교, 이순신대교.


▲ 진례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봉우재와 시루봉

떡시루를 엎어놓은 모양이라서 시루봉이라고 한다던데, 봐도 어디가 떡시루 모양인지 모르겠습니다.
봉우재에서 시루봉으로 오르는 길은 계단도 새로 놓고 보수를 많이 해놨습니다. 전보다 오르기 훨씬 수월.

시루봉 이후는 사진이 없습니다. 몇번 지났던 곳이라 풍경에 별 감흥이 없어서, 생각을 비우고 앞으로 앞으로. 논스톱으로 시근치 부근 호랑산 들머리까지 갔습니다.


▲ 시근치 부근 호랑산 등산로 들머리

영취산을 내려오고보니 다리에 피곤이 몰려옵니다. 잠시 쉬었다가 호랑산 등산로로 진입. 정상에서 이쪽으로 몇 번 내려와보긴 했으나 반대로 올라가보긴 처음입니다. 경사는 심하지 않으나 다리 상태가 말이 아니라 올라가는 내내 죽을거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ㅋㅋ 하긴, 평지 10KM 이상 걸어본 적도 몇 번 없는데, 산행을 10KM 가까이 했으니 멀쩡할리 있겠습니까.

가는 중 힘들어서 저 바위에 앉을 뻔 했는데, 자세히 보니 꿀벌 한마리가 앉아서 뭔가 하고 있습니다. 습기도 없는 바위에서 미네랄을 먹는건지? 쌀쌀해진 날씨 탓에 체온을 올리려고 저러는 건지 알 수는 없네요.

몇 년 전, 말벌에 쏘여 극심한 고통을 맛본 이후로 벌하곤 그닥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멀리서 관찰만 ㅎㅎ


▲ 호랑산 정상에서 본 지나온 능선

호랑산을 꾸역 꾸역 올라오고 보니 지나왔던 산봉우리가 쭈욱 보입니다. 하악~ 내가 저걸 다 넘어왔단 말인가 ㅋㅋ


▲ 호랑산 정상에 놓인 계단

계단으로 올라가면 아주 비좁은 호랑산 정상 암봉에 표지석 하나 달랑 있습니다. 호랑산 들어서면서부터 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하더니 정상부에선 제법 바람이 셉니다. 날아갈까봐 후덜덜 ㅎㅎ


▲ 호랑산 정상 표지석

바다가 보이는 앵글로 나름 고민을 해서 잡았는데, 날이 흐려서 망했습니다.

호랑산 정상에서 내려갈 코스를 5초간 고민;; 여도중학교 방향으로 바로 내려갈까 싶었는데, 샛길로 빠지면 종주가 아니지 않나 싶어 정상에서 더 진행하여 대광 아파트 부근으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내내 다리가 아파서 산행이 아니라 고행처럼 느껴집니다.

지난 겨울부터 거의 넉달을 운동 한번 안하고 쳐박혀 있다가 동네 산책 몇 번 했는데, 갑자기 받은 삘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모하게 나섰습니다. 당연하게, 예상했던 거보다 더 힘들었으나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거라 숙원사업 하나 해결했다는 보람은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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