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금오도 비렁길 트레킹

epician 2013. 5. 21. 00:52

지난 토요일 금오도 비렁길 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처음 계획할 땐, 5코스까지 빠른 걸음으로 빡세게 돌아보자 싶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코스단축 후,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을버스 시간표는 그냥 참고용입니다. 평일엔 저 운행 스케쥴을 지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휴일엔 대중 없이 마구잡이로 운영되는 느낌. 이를 테면 관광객이 들어오는 오전에는 여천항에서 비렁길 1코스 시작점까지 쉼 없이 운행하고, 오후엔 각 코스 종점에서 관광객을 픽업하여 여천항으로 데려다주는 방식으로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돌산 신기항

뱃시간에 맞춰 여유있게 도착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신기항에 들어가보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인파와 북적거리는 자동차에 놀랐습니다. 작은 매표소는 이미 발권하려는 승객들로 장사진.

놓쳐버린 여객선

계획한 스케쥴대로라면 저 여객선을 탔어야 했는데, 발권도 못하고 놓쳤습니다. 다행히 휴일은 운항스케쥴에 관계 없이 대기선이 투입되어 계속 운항한다고 합니다.

화태도 연륙교

짓다 말다 그러더니 휴일임에도 크레인이 움직이면서 공사 중이네요. 전에 듣기론 2012년 완공예정이었는데, 2015년으로 늦춰졌답니다.

두 번째 여객선이 접안하고 승선대기 중...
차도선이라 차량과 승객이 동시에 타야 하는지라 좁은 선착장이 다소 혼란스럽습니다.

결국 두 번째 여객선도 못 타고 놓쳤고, 세 번째 여객선에 탑승했으나 이미 예정된 스케쥴에서 1시간 오버~

여객선에서 바라본 신기항 선착장

몇 년 전에 들어갔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전국적으로 알려진 탓인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관광객이 많더군요.


▲ 돌산 신기항 -> 금오도 여천항

사진은 못 찍었으나 신기항에서 10분 쯤 나가니 옆 승객의 '가오리가 있네'라는 말에 바다를 유심히 보니, 가오리처럼 보이는 뭔가가 수면에서 잠깐씩 보입니다. 유심히 보니 상괭이네요. 등 부분만 잠깐씩 여러군데서 보이는 걸로 봐선 제법 규모가 있는 상괭이떼로 추정됩니다. 등지느러미가 없고 혹등고래처럼 융기만 있는 게 상괭이의 특징이라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출발 20여분 만에 금오도 여천항 도착.
역시나 사람은 많습니다. 대형버스로 들어온 단체 관광객들까지 합세하니 멘붕이 올 지경입니다.

내리자마자 관광안내소를 찾아서 지도 한장 얻고 마을버스 시간을 물어보니 휴일은 수시 운행하니 곧 올거니 앞에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그 말 듣고 다행이다 싶어서 어디서 버스를 타나 기웃 기웃하는데, 3열 종대로 늘어선 사람들 발견.

단체관광객인가 싶었는데, 일행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구성이 안맞는거 같아 물어보니 마을버스 기다리는 줄이라는군요;;; 마을버스 2~3대가 '여천항 - 1코스 시작점(함구미)'을 쉴새 없이 왕복운행하고 있는데, 꽤 오래 기다려서 마을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 1코스 초반

비렁길 1코스 초반은 정말 여유로운 시골 오솔길 걷는 느낌. 깨끗하고 공기 맑고 (사람 많은 거만 빼면) 정말 좋았습니다.

미역널방 전망대

스케쥴에 차질이 생겨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좀 줄여보려고 걸음을 재촉해봐도 사람이 워낙 많아서 쉽지 않네요.
여유롭고 차분하게 즐겨야할 비렁길이건만.. 괜한 욕심에 뻘짓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해안절벽의 포말

어릴 때 바닷가 동네 살아서인지 사실 이런 풍경에 크게 감흥은 없습니다.

송광사 터, 뒷편 절벽

초분

지금은 사라진 이 지역의 전통장례방법인 '초분'을 재현해 놓은 것입니다.
바로 매장하는 게 아니라, 관에 넣어 2년 정도 저렇게 두어 탈육한 후에 뼈만 수습하여 다시 매장하는 장례법이라고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릴 때 외가 동네에서 저런 걸 얼핏 본 기억도 납니다.

▲ 일행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걷다보니 1코스는 약 1시간 30분 소요. 여유롭게 걸으려면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생각하면 딱 좋을 듯 합니다.

날이 흐려 사진이 하나 같이 잘 나온게 없네요.

1코스 끝내고 보니 매봉산 능선으로 보이는 곳의 산세가 꽤 멋집니다.

1코스 종점 및 2코스 기점 '두포'

콩짜개란

콩란이라고 흔히 부르는 '콩짜개란'이 자생하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육지였다면 이미 수탈(?) 당하고 없어졌겠지요 ㅎㅎ

▲ 2코스

2코스는 포장된 임도가 반 정도 그 외엔 비포장 임도, 오솔길 등등인데, 개인적으로 2코스가 걷기엔 가장 좋더군요. 숲도 적당히 울창하고, 경사도 완만하고.. 집 근처에서 이런 숲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 2코스 구간

▲ 3코스 구간

3코스는 등산로 같은 느낌으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

3코스는 동백림 숲이 지나치게 울창해서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한 구간이 좀 있습니다.
혼자 자전거 타거나 등산하다보면 들어가기 싫은 곳이 하늘 마저 다 가린 삼나무 숲, 편백나무 숲인데, 이 곳 역시 약간 그런 그낌.

카메라 배터리를 깜박하고 충전을 못했더니 이 사진을 끝으로 배터리가 나갔습니다. ㅡ.ㅡ;;

이후 사진 몇 장은 핸드폰으로 찍긴했으나 그마저도 귀찮아서 안찍었더니 이후로는 사진이 없네요.

고흥 나로도

바다 건너편에 희미하게 뭔가 보이길래 곰곰히 생각해보니 고흥 나로도 같습니다.

비렁길 한켠에 누가 심어놓은 건지, 해당화 비슷하게 생긴 꽃 한그루가 시들어가고 있네요.
사진을 다시보니 물이라도 좀 주고올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집에 화분이 넘치게 많아서 식물류를 무척 싫어하는 편인데, 시들어가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베란다에 발 디딜 틈 없이 깔린 화분이 '화분 혐오' 증상을 일으키는 중 ㅡ.ㅡ;;;

비렁길 트레킹을 다녀온 소감은...
전체적으로 보면 코스 자체는 무척 좋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피곤 했습니다. 섬의 대중교통이 불편해서인지 관광버스에 승용차에 차량 수백대가 들어오는 바람에 선착장은 전쟁통 피난길을 연상케했습니다.

코스는 트레킹 코스로 최고 였는데, 사람 북적거리는 곳을 싫어하는 탓에 피곤한 감은 조금 있었네요.
저처럼 사람 많은 곳 싫어하는 분들은 평일에 가시길 권해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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