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물벼룩 채집

수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 중순까지는 야외에서 살아 있는 상태의 물벼룩을 채집하기 어렵습니다. 물벼룩은 수온이 떨어지면 내구란을 남기고 모두 사멸하기 때문이죠. 이듬해 수온이 올라가고 서식환경이 갖춰지면 지난해 남겨진 내구란이 부화하여 새로운 세대가 시작됩니다.

겨울철 채집방법은 물벼룩이 내구란을 남긴 흙을 퍼다가 묵은 물을 붓고 실내에서 부화시키는 것인데, 이걸 알고만 있었지 직접 해 본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제 블로그에 겨울 채집 방법을 궁금해하신 분이 계셔서 저 역시 발동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직접 논흙을 한 줌 퍼와서 실내에서 부화를 시켜봤습니다.

2014년 1월 13일

전날 (12일) 운동하러 나갔다가 논에서 건조한 표토 바로 아래에 있는 습기가 많이 남은 논흙을 한 줌 정도 퍼왔습니다. 그리고 13일에 묵은 물을 붓고 휘휘 저어서 큰 불순물만 걸러냈습니다. 참고로 흙을 채집한 논은 이전에 물벼룩이 살고 있었는지 아닌지 모르는 난생 처음 가보는 장소입니다.

▲ 세팅 직후

▲ 세팅 직후

▲ 세팅 3시간 후

3시간 정도 지나니 불순물이 일부 가라앉아서 수면에 떠 있는 이물질을 관찰할 정도가 됩니다. 다프니아 내구란으로 추정되는 것이 떠 있길래 접사로 찍어보니 아니군요. 개미 사체로 확인;;;

2014년 1월 14일

 

▲ 세팅 다음 날

분진이 다소 내려 앉았으나 아직 뿌연 상태이고, 로티퍼 부류로 추정되는 미생물이 육안으로 관찰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도 로티퍼로 추정되는 미생물 외에는 육안으로 보이는 생명체는 없습니다.

2014년 1월 16일

 

▲ 세팅 4일 차

4일째 되는 날, 분진은 거의 가라 앉고 물벼룩 유생이 관찰되기 시작합니다. 너무 작아서 정확하진 않으나, 움직임이 영락 없는 모이나 물벼룩입니다. 4일 차에 대략 3~5마리 정도 관찰이 가능했는데, 하루 후엔 열댓 마리 정도 보입니다.

▲ 모이나 물벼룩 유생으로 추정되는 내구란에서 부화한 개체 (720p 전체화면으로 보세요)

흙을 채집해서 물벼룩 배양이 가능한지 궁금증도 해결했고, 모이나 물벼룩의 내구란은 3~5일 사이에 부화한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겨울에 치어 먹이용으로 물벼룩 배양이 필요하신 분들은 이 방법으로 해결하실 수 있겠습니다.

Updated

2014년 1월 17일

5일차에 뜬금 없이 다프니아 내구란이 발견됐습니다. 배양 좀 해보려고 그렇게 찾을 때는 안보이더니,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ㅎㅎ 유심히 살펴보니 수면에 떠 있는 게 대략 10개 정도 되네요.

가라 앉아 있다가 떠오른 것인지 벽면에 붙어 있다 떨어진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콩깍지처럼 생긴 다프니아 (참물벼룩) 내구란은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