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후기

구례 - 황전터널 - 광양 - 여수 79KM 라이딩

epician 2017. 10. 26. 09:49

2전3기

코스는 지난 여름에 만들어뒀던 건데, 계속 미뤄지다 드디어 갔다왔다.

1차 시도는 계획 잡아두고나니 당일 아침 몸 상태가 안좋아서 취소. 이런 저런 사정으로 계속 미뤄지다 다시 2차 시도. 2차 시도는 뜬금 없는 강풍경보 탓에 또 취소. 드디어 3번째 시도 만에 성공했다. 날 잡고나서 이렇게 계획이 미뤄지기도 쉽지 않은데.

지도 위에 표시된 라이딩 경로라이딩 경로

구례에서 출발해서 계족산 근처의 황전터널과 봉강터널을 지나 광양읍을 거쳐 여수로 내려오는 약 80KM 코스.

계족산 누구냐 넌?

다녀온 후에 알았지만 계족산이 두 군데다. 하나는 효곡저수지 들어가기 전의 구례에 있는 계족산, 다른 하나는 봉강터널 근처에 있는 순천 계족산. 순천쪽 계족산만 지도에 나오는 터라, 구례 계족산은 생각치도 못했는데, 구례에서 뜬금 없는 "계족산 등산로 입구" 표지판을 보고 한참 의아해 했다.

"무슨 산인데 등산로가 순천까지 연결된다니? 설마 계족산맥인가??" ㅋㅋ

춥... 춥다.

오전에 조금 쌀쌀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안개가 깔리니 생각보다 너무 춥다. 낮엔 긴장갑이 더울 듯하여 반장갑을 꼈더니 손가락도 시리고 귀도 시리고.

노랗게 벼가 익어가는 논의 안개낀 아침풍경황금들녘

여긴 아직 추수를 안한 논이 제법 보인다. 이 쌀쌀한 아침에 노랗게 익은 벼를 보니 조금 어색하네.

안개가 깔린 구례 시가지구례로

안개 때문에 거리 풍경은 계속 우중충하다.

안개가 깔린 강변서시천

섬진강의 지류인 서시천과 섬진강이 합류하는 지점인데, 넓은 습지가 인상적이다.

간전교 너머로 짙은 안개가 깔린 풍경간전교

한참을 달려서 간전교에 도착하니 여긴 안개가 제법 심각하다. 설마 산간도로에까지 안개가 짙게 깔린 게 아닌가 싶은 걱정이 살짝 든다.

장구모양의 섬진강 자전거길 인근의 화장실화장실

가던 중에 화장실을 들러야 할거 같아서 마침 눈에 띈 장구모양 화장실엘 들렀다. 몇번 지나치긴 했는데, 들어가 보긴 처음. 들어가자마자 음악이 흘러나와 살짝 당황 ㅎㅎ 센서로 사람 움직임을 감지해서 음악을 틀어주나보다.

옅은 안개 너머로 낮은 산이 겹겹히 보이는 시골길 풍경효곡리 풍경

여긴 효곡교회(구례군 간전면 효곡리) 부근인데, 조용하고 정갈한 풍경이다. 다행히 안개는 산 근처에 가까워질수록 옅어지는 중.

오르막 구간 시작

효곡 저수지 아래의 경사도 9%짜리 오르막 길효곡 저수지 아래

자켓을 벗어서 말아넣고 업힐 준비.

효곡 저수지 제방이 보이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오르막 구간이 시작된다. 첫 번째 오르막의 평균경사도가 8% 정도인데, 거리는 2.3KM 정도로 그렇게 길진 않다. 첫 번째 오르막이 해발 340m 지점까지 올라간다. 그렇게 첫번째 오르막이 끝나면 다시 2KM 정도 내리막 구간을 달려서 두 번째 오르막 구간 시작.

상승고도로 치면 첫 번째 오르막에서 +300m 그 다음 내리막에서 -100m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오르막에서 +60m 이렇게 된다.

두 번째 오르막 구간은 거리로는 1.4KM 인데, 경사가 심한 구간은 마지막 500m 정도 밖에 되질 않아서 싱겁게 끝난다.

잘못 붙이신거 같은데요?

경사도 9%, 감속요구 표지판효곡 저수지 아래의 오르막 길

"저런 경고문구 없어도 이런 길에선 속도를 낼 수 없음요 ㅠ.ㅠ"

이 길 끝에서 조금 깔딱깔딱하긴 하는데, 길지 않은 구간이라 9% 만큼의 감흥은 없다.

호수처럼 넓은 저수지효곡 저수지

올라와 보니 효곡 저수지는 댐이라고 불러도 되지 싶을 정도로 꽤 넓다.

가을 빛깔

쏟아지는 햇살마저 가을 빛깔이다.

함정, 신기한 오르막 길

길이 제법 넓어서 오르막인지 아닌지 애매하게 와닿는다는 게 함정.

경사도 6.7% 표지판반올림이 필요한 경사도 표지판

올라가는 내내 다리에서 쏟아내는 노동력과 눈 앞에 보이는 길의 체감경사가 매치가 안되는 희안한 느낌이다.

페달링의 무게감은 장난 아닌데, 눈에 보이는 오르막길은 그렇게 심하지 않은 느낌이다. 이게 뭔가 싶어서 뒤를 돌아보면 확실한 급경사 내리막길 ㅎㅎ

소수점이 빠진 경사도 8.9% 표지판경사도 89% 쌩유~

이 경사도 표지판은 소수점이 어디로 사라졌다. 덕분에 89%짜리 오르막을 올라보는구나 ㅎㅎㅎ

차도 거의 안다니고, 경치도 너무 좋다. 이 길 자체는 매우 만족!

매재마을 표지석이 놓인 오르막길의 끝첫 번째 오르막길 끝

깔딱깔딱 힘들어질 무렵, 눈 앞에 마을이 나타나고 첫 번째 오르막 구간이 끝난다. 매재마을이라는거 보니 이 고갯길이 매재인가 보다. 저 고갯마루를 넘으면 순천시 황전면으로 행정구역이 바뀐다.

저 고갯마루 넘어서 내리막길이 시작되는데, 금방 끝나겠지 싶어서 말아넣어둔 자켓을 안입고 그냥 내려갔더니 추워서 혼났다. 이렇게 긴 줄 몰랐는데, 내리막 길이 2KM.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산 능선가을 산

침엽수가 대부분인 산이라 노랗고 빨갛게 낙엽지는 풍경을 보기가 어려웠다. 다운힐 하는 중에 멀리 낙엽지는 모습이 조금 보이길래 잠시 감상.

두 번째 오르막 시작, 황전교차로

한참 내려와서 황전교차로를 지나면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거리로는 1.4KM 정도인데, 별 감흥 없는 경사가 대부분이고, 마지막 500m 정도가 오르막길 다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경사도 6.9% 표지판마지막 500m 오르막 구간 시작

여기서 500미터만 더 가면 황전터널.

황전터널 입구황전터널 입구

이 터널 지나면서 자동차는 한 서너대 본 듯 싶다. 이처럼 부담 없는 터널은 처음인 듯 ㅎㅎ

순천 청소골 오르막길순천 청소골 오르막길

황전터널 - 교량 - 봉강터널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데, 교량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순천 청소골 오르막길의 막바지 구간. 다음엔 여기도 한번 와봐야지~

봉강터널

이 터널을 지나면 다시 행정구역이 바뀐다. 광양시 봉강면으로.

황전터널은 구례에서 올라오니 살짝 오르막이라 속도가 너무 안붙었는데, 봉강터널은 살짝 내리막이다. 속도를 붙여서 달리니 슝슝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제법 좋다.

'광양시 봉강면'임을 알리는 이정표

급경사의 내리막길광양 방향으로 내리막길 시작

내리막 구간은 급경사 구간이 3KM 정도, 완만한 구간까지 다 합치면 약 10KM 정도. 정말 한참 내려가야 한다. 초행길이라 나름 서행했으나 브레이크 살짝 풀면 금새 60Km/h 가까이 찍힐 정도로 경사가 꽤 급하다.

광양

높은 가로수가 놓인 한적한 시골길

그러고보니 요 사이 광양엘 자주 오네. 한가로운 풍경이 꽤 좋다.

근데, 광양 넘어오면서부터 맞바람이 시작됐다. 이건 분명 남풍 내지는 남서풍. 아 망할, 일기예보엔 북서풍이 분다고 했잖아요!

광양서천운동장광양서천운동장

광양 들어서면서부터 맞바람에 시달린 탓에 피로도가 급상승한다. 여기서 첫 휴식.
이전까진 사진 찍느라고 자주 멈춰서 그런지 딱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입질 시작

맞바람이 이렇게 무섭다. 오르막 구간 끝냈을 때 까지도 그렇게 피곤하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광양에서부터 맞바람을 맞기 시작하니 피로가 정말 급속도로 찾아온다.

율촌산단 지날 때도 계속 맞바람. 아 써글, 기상청의 그 예보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결국 율촌 조화저수지 부근에서 다시 휴식. 다리가 꽤 피곤하다.

휴식을 위해 잠시 세워둔 자전거

여수공항까지 17번 국도를 달려야 하는데, 다리 상태가 꽤 심각해서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어쩌겠나, 여긴 정말 우회로가 전혀 없는 구간이다.

한 20분 쉬었으나 그거 가지곤 회복될 턱이 없다. 그냥 가야지, 별 수 없다.

막판 스퍼트

평일이라 그런가, 17번 국도에 예상보다 차가 많다. 갓길 넓은 구간은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차가 많으니 이 길을 선택한 게 후회가 된다. 그냥 순천 해룡을 돌아서 863 지방도를 탈걸 그랬나.

여전히 맞바람이라 한바퀴 한바퀴 돌리는 게 꽤 힘들다. 그렇게 낑낑대며 여수공항까지 겨우 도착. 공항부터는 한적한 농로길로 갈아탔다. 역시 난 한적한 농로 스타일인가 보다. 마음이 너무 편하네 ㅎㅎ

보라색 꽃이 핀 커다란 로즈마리로즈마리

오며가며 몇 번 봤던, 길가의 로즈마리 관목에 보라색 꽃이 폈다. 손으로 몇번 쓸었더니 향이 손에 베어 꽤 오래 간다.

이 로즈마리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노지에서 월동하며 자라는 게 정말 신기하다.

감흥

예상 못한 맞바람을 만나 복귀길이 조금 힘들었지만, 전체적인 코스는 아주 만족~
다음엔 순천 청소골에서 한번 올라가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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