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추워지기 전에 어딜 한번 갔다와야겠는데 하고 고민하다가 전에 생각해뒀던 계룡산 종주에 나섰다.
들머리는 신원사로 잡았고, 연천봉, 자연성릉, 삼불봉, 남매탑을 경유하여 동학사로 하산했다.
신원사까지는 기차(논산역)와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접근했는데, 시간이 딱딱 맞아 떨어져서 불편함은 없었다. 복귀하는 길은 서대전역을 이용했다.
논산에서 신원사로 갈 수 있는 시내버스는 505과 509번인데 경유지에 따라 번호만 바뀌는 시스템인 듯하다. 기점(논산)에서 9시 30분에 출발하는 509번 버스를 탔는데, 45분 정도 걸려서 신원사에 도착했다. 아래 버스 시간표는 참고만 하고, 실제 시간은 논산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것을 다시 확인하자.
논산 ↔ 신원사: 505(주내), 505-1(월오리, 주내), 509(대명리) 버스
논산 | 종점 | ||
6:20 | 주내 | 7:00 | 대명 |
7:25 | 대명 | 8:20 | 주내 |
8:15 | 주내 | 9:10 | 대명 |
9:30 | 대명 | 10:25 | 주내 |
10:45 | 주내 | 11:40 | 대명 |
12:00 | 대명 | 12:55 | 주내 |
13:00 | 주내 | 14:00 | 대명 |
14:00 | 대명 | 15:00 | 주내 |
15:30 | 주내 | 16:25 | 대명 |
17:00 | 대명 | 18:00 | 주내 |
18:30 | 주내 | 19:20 | 대명 |
19:30 | 대명 | 20:20 | 주내 |
21:00 | 주내-월오리 | 21:45 | 대명 |
경로
신원사에서 연천봉까지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두 군데 있는데, 보광암에서 연천봉 아래의 등운암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길은 국립공원 홈페이지에도 안 나와 있다. 이게 비법정탐방로가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 가보니 안내도까지 설치되어 있는 정식탐방로였다. 다른 길은 잘 알려진 고왕암을 거쳐 연천봉 고개로 오르는 길이다. 이 길은 다음에 다시 한번 가보기로.
총거리는 11km 정도에 놀며 쉬며 사진 찍으며 아주 여유롭게 걸어서 6시간 소요됐다.
신원사
509번 버스에서 내린 후, 첫 풍경이다. 연천봉, 문필봉, 쌀개봉, 천황봉 등등 계룡산 서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원사 입구에 매표소는 있었으나, 운영을 안 하는지 닫혀 있었다.
일주문 뒷편으로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계룡산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벌써 가슴이 확 뚫리는 느낌!
사찰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반듯반듯하게 흐트러짐 없이 정리된 경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동안거 백일기도 행사를 하느라 전각마다 염불소리로 가득했다. 방해될까 경내를 조용히 둘러보고 중악단(산신각) 옆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향했다.
산행초반
신원사에서 보광암까지는 너른 아스팔트 길이고, 보광암부터 등산로가 시작된다.
보광암에 다다르면 왼쪽으로 화장실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 왼쪽으로 등산로 입구가 있다.
국립공원 코스 안내도에도 없는 길이라 비법정탐방로가 아닐까 싶었는데, 다행히 정식탐방로가 맞는 듯하다. 행여 비법정탐방로면 왔던 길을 조금만 되돌아 내려가면 고왕암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어서 계획을 세울 때 크게 부담되진 않았다.
등운암까지 가는 길
등운암까지 가는 길은 대체로 편안했다. 경사가 심한 곳은 길이 지그재그로 돌아나가는 덕에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대체로 평이한 난이도의 오르기 편한 길이었다.
대체로 흙길이고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도 드문드문 있다.
가끔 나오는 돌계단은 높이가 아주 낮아서 오르는데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오르다 보면 돌탑 앞에서 길이 갈리는데, 돌탑 사이를 지나야 제대로 가는 길이다.
오르는 내내 숲 안쪽을 걷느라 산 바깥쪽 풍경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등운암에 가까워지면 시야가 조금 트여서 계룡산 천황봉 부근을 조망할 수 있다.
뾰족하게 뭔가 하나 세워진 것을 보니 천황봉 표지석이 아닌가 싶다. 안타깝게도 천황봉과 쌀개봉은 군사지역이라 개방행사를 할 때는 제외하곤 민간인은 갈 수 없다. 등산로가 있긴 하나 비법정탐방로이니 유의하자.
휑한 겨울숲에선 아직 색이 덜 빠진 단풍잎이 주인공인 듯하다.
등운암
아기자기한 능선길 너머로 산봉우리가 슬쩍슬쩍 보이기 시작하면 등운암에 거의 다 왔다는 신호다.
좌측의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빠지면 연천봉으로 향하는 길이다.
낡은 대나무 울타리를 따라 등운암 옆을 돌아서 오르면 금방 연천봉에 도착한다.
연천봉
연천봉은 두 번째 오른다. 처음엔 표지석이 없어서 몹시 당황했는데, 여기가 계룡산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경치맛집이라 자꾸 생각나더라. ㅎㅎ
미세먼지와 구름이 많은 날이라 풍경사진이 좋지 못했는데, 어둡게 찍힌 인증샷도 나름 느낌 있어서 다행이다.
연천봉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관음봉 방향으로 내려갔다.
연천봉에서 관음봉으로 향하는 길은 아주 걷기 좋은 능선길인데, 메마른 겨울 풍경은 꽤 낯설다.
잔디처럼 파랗던 사초류의 풀들은 모두 죽어, 있던 자리에 겨우 그 흔적만 남겼다.
관음봉
좌측은 삼불봉이 있는 능선, 우측은 황적봉이 있는 능선이다. 황적봉도 다니는 사람이 제법 있긴 하던데 비법정탐방로다. 저기도 뭔가 이유가 있으니 아직 개방을 안 했을 거라 생각한다. 정식으로 개방되면 그때 가보기로 하고 남겨두자.
관음봉은 대충 구경하고 자연성릉 방향으로 내려갔다.
자연성릉
암릉에 가파르게 놓인 철계단인데, 반대로 내려가 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올라올 때마다 제법 아찔해서 걱정을 좀 했는데, 의외로 내려가는 길에선 고소공포 증상이 하나도 없다. 참 희한하네.
내려가다 보니 은선폭포(동학사 계곡) 방향에서 관음봉으로 오르는 계단길이 눈에 들어왔다. 저 길이 저렇게 가팔랐던가? ㅎㅎ 예전에 올랐던 길인데, 기억이 잠시 흐려졌나 보다.
자연성릉길을 걷다 보니 난간에 누군가 이런 명문장을 적어놓았다.
쓰레기 주우며 내려갈 경지에 이르진 못할지언정 버리고 오지는 말자.
삼불봉 고개
자연성릉을 넘어서 삼불봉 고개에 도착하니 눈에 익지 않은 쉼터(데크)가 보인다. 이게 여기 있었던가? 왜 기억에 없지 ㅎㅎ
이 쉼터에서 잠깐 쉬었다가 남매탑을 거쳐 동학사로 바로 내려갔다. 동학사를 둘러볼 생각이기도 했고, 가보지 않았던 길이라 궁금해서 하산방향으로 잡았다.
결과적으론 하산길은 조금 실망이다. 행여 같은 코스를 계획 중인 분들이 있다면 남매탑 기점에서 큰배재를 거쳐서 천정골 방향으로 내려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 길이 훨씬 걷기 좋다.
남매탑을 거쳐서 동학사까지 이런 돌계단길이다. 계단 하나하나 내려올 때마다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어지럽혀서 혼잣말이 자주 나왔다. 계단 높이가 높지 않아 무릎에 무리가 올 정도는 아니었는데, 돌계단길 내려오는 걸 안 좋아해서 별로 즐거운 하산길은 아니었다.
산행종료
동학사로 가는 큰 길과 만나면서 산행로는 끝났다. 동학사에 들러보니 여기도 대웅전에서 염불소리가 나서, 방해될까 들어가 보진 못했다. 너무 아쉽긴 하나 어쩌겠나 다음을 기약해야지.
동학사에서 시내버스를 탈 수 있는 주차장까지는 큰길을 따라 대략 20~30분 거리다. 대전으로 나갈 수 있는 107번 버스가 20분 간격으로 밤 10시 30분까지 있으니 접근성은 정말 훌륭하다.
다음엔 신원사에서 고왕암을 거쳐서 올랐다가 천정골로 내려오는 계획을 벌써 그려두었다.
곧 다시 보자 계룡산아~
[Updated] 고왕암을 경유해서 천정골로 내려오는 코스의 후기는 아래 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바래봉 눈꽃산행 "성공적" (0) | 2022.02.27 |
---|---|
"철쭉도 눈꽃도 없는" 지리산 바래봉 산행 (0) | 2021.12.20 |
"산책스런" 지리산 정령치 → 만복대 → 성삼재 산행 (2) | 2021.10.06 |
영암 월출산 산행 "천상계 혹은 마계" (도갑사 → 천황봉 → 산성대) (4) | 2021.09.29 |
지리산 10경 '불일폭포': 여름철 가벼운 산행에 제격 (0) | 2021.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