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철쭉도 눈꽃도 없는" 지리산 바래봉 산행

epician 2021. 12. 20. 00:32

어중간한 타이밍

어중간한 타이밍에 지리산 바래봉으로 가벼운 산행을 다녀왔다. 바래봉은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에 있고, 봄엔 철쭉축제로 꽤 유명한 곳이다. 원래 이곳은 몇 달 전쯤에 정령치에서 출발해서 세걸산, 부운치를 경유하는 지리산 능선 산행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시간을 내지 못해서 그 때를 놓치고 말았다. 생각해둔 능선코스는 내년 봄으로 미루고, 아쉬운 마음에 눈꽃산행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니, 미리 답사나 해보자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에 나섰다.

코스

산행경로

임도처럼 너른 탐방로를 따라 왕복하는 아주 단순한 코스로 왕복 거리는 11KM,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됐다.

들머리는 지리산허브밸리 근처인데, 지리산 허브밸리 주차장에 주차하고 출발했다. 현재는 비수기라 그런지 주차장은 무료개방 중이었다.

산행 초반

입구 표지석

출발 전에 위성지도로 확인해보니 이곳 등산로가 임도처럼 넓어 보였다. 실제로도 그랬는데, 예전에 임도로 개설했던 길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탐방로로 재정비한 듯하다. 일부 구간은 임도라고 하기엔 경사도가 지나치게 높은 구간도 있었는데, 경험에 의하면 이런 높은 경사도의 길은 대부분 군사도로 아니면 방화선이다.

지리산 허브밸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오헤브데이 호텔 뒤편의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산행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래의 운지사 갈림길이 나타난다.

운봉아래 기점

이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돌면 바래봉 탐방로가 시작된다. 정식탐방로는 임도처럼 너른 길 하나뿐이며, 중간중간 있는 등산로처럼 보이는 샛길은 비법정탐방로이니 유의하자.

지리산 허브밸리

겨울이라 허브밸리 야외정원은 닫혀 있었고, 식물원 정도만 운영하고 있는 듯했다.

남원시 운봉읍 풍경

탐방로 초입에서 조망할 수 있는 운봉읍 풍경이다. 흔히 보던 여느 시골마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동차들 조차도 여유롭게 움직이는 그런 곳.

탐방로 옆 조망대

탐방로 옆으로 이렇게 나무테크로 된 조망대와 쉼터가 드문드문 있다.

철쭉 군락

안내판이 없었다면 이게 철쭉인 줄도 모르고 지나쳤을 텐데 ㅎㅎ 근처에 이런 군락이 드넓게 펼쳐진 것으로 보아, 개화기에 얼마나 장관일지 짐작이 된다.

비닐하우스 뼈대

축제기간에 식물 등으로 장식하지 않을까 싶은 구조물이 보였다. 이 비닐하우스 뼈대를 지나고 있으니, 마치 어느 동물의 뱃속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그 느낌이 제법 신선하다.

잘 정비된 탐방로

정상부 바로 아래까지는 계단이 전혀 없이 이렇게 돌을 끼워 맞춘 길(코블 스톤)이 대부분이다.

하얀 겨울꽃

멀리서 하얀 겨울꽃을 보고 참 신기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꽃이 아니라 열매에 달린 솜털이다. 을씨년스러운 겨울숲에 하얀 꽃이라니!

어느 식물의 열매에 달린 솜털

열매에 솜털을 저렇게 다는 것을 보면, 새찬 겨울바람에 실려 멀리 날아가는 게 저들의 생존전략인가 보다.

중반부

중반부는 사진이 별로 없는데, 별 볼 것 없는 풍경에 길의 경사도가 제법 높아서 올라가는 걸음에만 집중했다.

코블스톤 길

마치 돌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시멘트로 만든 길도 있고, 자연석을 다듬어 만든 길도 있다.

제법 매섭던 경사의 중반부 길이 끝나는 지점부터 흙길이 나타났다. 흙길이 보이면 힘든 구간은 다 지났다고 보면 된다.

종반부

종반부의 흙길
올라왔던 길

올라왔던 길을 뒤돌아 보면 너른 분지의 운봉읍이 내려다 보인다.

이정표
정령치로 향하는 길

이정표가 세워진 지점에서 팔랑치, 부운치, 세걸산 등을 거쳐 정령치까지 갈 수 있다. 내년 봄엔 꼭 이 능선길을 따라 한번 걸어볼 생각이다.

길 너머로 보이는 바래봉 정상부

길 너머로 보이는 저 언덕이 바래봉 정상인 줄 알았다.

바래봉 전망대

그런데, 올라가 보니 지금 보이는 저건 전망대고, 조금 더 왼쪽으로 올라가야 바래봉 정상이었다.

바래봉 정상으로 가는 길

바래봉 정상 아래의 종반부의 길은 거의 평지에 가까운 길이 대부분이라 걷기 참 편했다. 이래서 눈꽃산행으로 여길 많이 오나보다.

바래봉 아래의 숲

고만고만한 나무들이 줄을 맞춰 자라는 것을 보면 최근에 새로 조림사업을 한 숲처럼 보인다. 이 근처에 샘이 하나 있는데, 아직 한 겨울이 아닌 덕에 얼지 않고 물이 나오고 있었다.

바래봉 샘

여기 이렇게 물을 보충할 수 있는 샘이 있는 줄 알았다면, 물 한병 덜 짊어지고 왔을 텐데.

바래봉 정상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

이 아름다운 길목을 돌아서면 정상으로 연결된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바래봉 전망대

아까 올라오는 길에 눈에 들어왔던 전망대가 우측으로 보인다. 저곳에 올라서면 지리산의 어지간한 봉우리는 한눈에 다 담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반야봉

내가 볼 때마다, 내가 갈 때마다 구름에 가려 있던 반야봉이 오늘도 어김없이 구름 사이에 숨어 있다. 얕은 구름을 뚫고 쏟아지는 빛이 장관이다. 그 덕에 눈꽃 없어도 서운함은 별로 없다.

지리산 천왕봉

저 멀리에 천왕봉이 보이는데, 반야봉 보다 더 높은 천왕봉 근처는 희한하게 구름 없이 깨끗하다.

전망대 너머로 보이는 바래봉 정상

바래봉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면 현 위치에서 조망할 수 있는 지리산의 여러 봉우리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

지리산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케 하는 사진이다. 내년 봄에는 꼭 정령치에서 세걸산 지나서 여길 다시 한번 오리라.

전망대에서 본 풍경

저 광활한 산맥이 모두 지리산이라니 그 크기에 다시 한번 놀란다.

바래봉 정상에서 본 풍경

구름 사이를 뚫고 쏟아지는 빛이 어찌나 예쁘던지 한참을 넋 놓고 바라봤다.

바래봉 표지석

정상부에서 부는 바람이 제법 세차서 체감기온은 영하권이다. 표지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고 그렇게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하산

탐방로 울타리

저 울타리가 뭔고 하니 탐방로를 벗어나지 말라고 쳐둔 것이다. 샛길(비법정탐방로) 통행은 가급적 삼갔으면 한다.

운봉읍 전경

올라오는 길에 지나쳤던 전망대에 서니 운봉읍을 더 정확히 조망할 수 있었다.

내려오면서 갑자기 드는 생각이...
이만하면 경치도 좋고 나쁠 것 하나 없었는데, 뭔가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다. 덜 힘들게 올라와서 그런가? ㅎㅎ

전체적인 산행 난이도가 무척 낮아 기분 전환하러 가볍게 오르기 정말 좋은 코스인 듯하다.
때때로 크게 계획하지 않고, 가볍게 훌쩍 갔다 올 수 있는 그런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