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거친 맛" 가야산 국립공원 산행 (합천/성주) 2/2

epician 2023. 4. 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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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맛" 가야산 국립공원 (합천/성주) 1/2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 가운데 하나였는데, 엊그제서야 비로소 마침표를 찍었다. 이름값 충분히 한다 이 땅의 고대국가인 '가야'를 대표하는 산이라 '가야의 산', 가야산이라 부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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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재

서성재

상아덤을 거쳐서 내려오면 용기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서성재에 도착한다. 여기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날 산행 중에 등산객을 열댓 명 정도 보았는데, 내가 올라왔던 만물상 방향으로 오르고 있던 분들은 딱 두 분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용기골 방향이나 해인사 방향에서 올라와서 만물상 방향으로 내려가는 분들이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합리적인 산행경로 아닌가 싶다. ㅎㅎ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면

저 안내판을 보고 살짝 당황했다. 저 안내판은 산 아래쪽에 설치해두어야 하는 거 아닌가? 서로 뒤바뀐 건가?? 뭐 이런 생각들로 헛웃음이 나왔다.

서성재 이정표

서성재에서 칠불봉까지 1.2km 라는데, 만물상을 지나오면서 쌓인 극심한 피로감 탓에 저 1.2km가 결코 쉽지 않았다. 지친 상태로 1.2km 올라가는데, 대략 50분 정도 걸린 듯하다.

한라산 탐방로처럼 평온했던 일부 구간

상아덤에서 내려다봤을 때, 키 높은 나무가 없는 초지처럼 보이던 지역이 여기다. 한라산처럼 조릿대가 빽빽하게 우점하고 있다.

서성재 탐방로에서 올려다 보이는 가야산 정상부

서성재를 벗어나 정상부 턱밑에 다다르면 다시 전망이 트인다.

용기골 (계곡) 방향 조망

정상부

정상부 아래에서 경사가 치솟기 시작하면 징글징글한 계단이 다시 등장한다.

징글징글한 계단길
급경사 계단길

1년 치 계단을 여기서 몰아서 오르는 기분이다. 계단 없던 옛날에는 여길 어떻게 올라왔을까 싶은 의문이 든다. 도저히 걸어서는 올라갈 수 없을 거 같은 지형이다.

서성재 조망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

올라오면서 몇 번 속았던 터라, 올려다 보이는 저기가 정상 맞나 싶었다. 다행히 저곳이 가야산의 정상인 칠불봉이다.

멀리 올려다 보이는 칠불봉 (해발 1,433m)
지나온 길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니 거친 바위 사이로 놓인 계단이 마치 영화 세트장 같다.

진짜 거의 다 왔음

칠불봉 옆으로 놓인 계단을 오르면 이제 곧 정상인 칠불봉이다.

해발 1,390m 이정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정상부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저 이정표를 보고 나서야 거의 다 왔구나 싶은 생각을 했는데, 상왕봉으로 건너가려면 징글징글한 계단을 아직 더 걸어야 한다.

정상부 이정표

저 이정표에서 우측 칠불봉까지는 50m, 좌측 상왕봉까지는 200m 거리다.

정상부에 도착하여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렇다.

정상부에서 내려다 본 풍경

옅은 미세먼지에 가려 아쉽긴 하나, 산 안쪽으로 숨어 있는 서성재의 모습이 이채롭다.

칠불봉

현재 가야산의 최고봉은 해발 1,433m 칠불봉이다. 여기보다는 옆에 있는 상왕봉이 더 높은 곳처럼 꾸며져 있다.

칠불봉 표지석

칠불봉에서 인증샷 남기고, 능선길이 꽤 험악해 보여 상왕봉까지 갈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가 "안 가보고 후회하느니, 여기까지 온 거 일단 가자" 싶은 맘에 걸음을 옮겼다.

상왕봉으로 가는 능선길

언뜻 보기엔 무시무시해 보이는 능선길인데, 다행히 위험한 구간은 없다.

상왕봉

상왕봉

상왕봉은 소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우두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바위 사이로 계단이 놓여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다만, 근육피로가 굉장한 상태라 힘들 뿐...

상왕봉 아래 이정표

해인사에서 올라오는 코스와 만나는 지점이다.

해인사 방면에서 올라오는 길
상왕봉 턱밑

계단 몇 개만 더 올라가면 드디어 상왕봉이다.

해발 1,430m 가야산 상왕봉 (우두봉) 표지석

한때 상왕봉을 가야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삼았으나, 논란 끝에 칠불봉이 1,433m의 최고봉으로 측량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가야산의 최고봉은 칠불봉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쨌거나 두 봉우리가 서로 먼 것도 아니고, 정상까지 올라왔으면 둘 다 둘러보고 내려가는 것이 정답이다.

상왕봉 표지석 인증샷

표지석은 상왕봉의 것이 훨씬 우람하여 사진 찍을 맛이 더 난다. 인증샷 남기고 상왕봉에서 둘러본 주변 풍경은 이렇다.

상왕봉에서 본 건너편 칠불봉
상왕봉에서의 조망

하산

다시 칠불봉을 거쳐, 서성재, 용기골 순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칠불봉 표지석

칠불봉을 향해 되돌아가다 보면 의연하게 서있는 칠불봉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이 각도에서 보는 게 훨씬 멋지지 않나 싶다.

가야산 정상부에서 내려다 본 산 아래 풍경

내려갈 때가 되니, 그제야 미세먼지가 조금 옅어진 느낌이다. 아침부터 이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용기골

서성재에서 용기골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니 잘 정비된 등산로가 인상적이다. 부분적이긴 하나, 한라산 등산로처럼 나무데크로 놓인 곳이 많아서 무릎에 부담도 훨씬 덜 하다. 크게 무리하고 싶지 않다면 용기골로 올라왔다가 정상을 찍고 만물상 코스로 하산하는 게 베스트이지 싶다.

용기골 탐방로
용기골 탐방로
용기골 탐방로
얼레지 군락

바쁜 걸음을 내려오다 보니 앙증맞은 얼레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지리산에서 봤던 개체들에 비하면 크기가 작은 편이라 아종인가, 지역적 특징인가 궁금하다.

용기골로 내려오다 보니 등산로가 계곡과 인접해 있는데, 갈수기임에도 수량이 풍부해서 놀랐다. 이 산 아래에 사는 사람들은 가뭄에도 물걱정은 없을 듯 하다.

용기골 계곡
백운동까지 1.3km 이정표

너른 공터에 벤치도 있고 쉬어가기 딱 좋은 장소라 잠깐 고민했다. 쉴까 그냥 내려갈까. 결국 얼른 끝내자 싶은 생각에 쉬지 않고 내려가고 말았다.

가야산성 안내판

이 험악한 산에 산성을 쌓았다니 우리 조상님의 기백 또한 참 대단하다. 걸어서 오르내리기도 힘들건만 산성을 쌓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산 막바지

계곡도 넓어지고, 전방 시야도 그렇고 거의 다 내려왔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지점을 지나니 아침에 출발했던 들머리가 나타난다.

국립공원공단 사무소 근처

오르막이 너무 힘들었던 터라 애초에 예상했던 7시간 내에 마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허나, 하산길이 편해서 겨우 7시간 안쪽에 들어왔다. 겨우내 쉬다가 초반부터 너무 어려운 곳을 골라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가보고 싶었던 곳 하나를 해치웠다는 뿌듯함도 있다.

소회

만개한 벚꽃

떨어지는 해를 받아 벚꽃이 더 밝아 보인다. 역시 인물이던 사물이던 사진은 조명발이 반이다.

체력적으로 정말 간당간당한 산행이었으나, 사고 없이 무사히 끝냈다. 올라가는 중엔 오르막이 어찌나 힘들던지, 이 정도면 산이름을 가야산이 아니라 '가악산'으로 바꿔 불러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마냥 거칠기만 한 산은 아니라, 나름의 매력이 훌륭하다. 그러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았겠나.

이제 첫걸음 했으니 다른 계절에 다시 한번 와봐야겠다.
그때까지 무사히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