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가야산 국립공원 남산제일봉 + 소리길 산행

epician 2023. 9. 12. 18:11

어딜 갈까 하다가 아직은 낮기온이 30도를 넘는터라, 그나마 한낮기온이 좀 낮은 곳을 물색했다. 그러다, 가야산 옆의 남산제일봉이 눈에 들어왔다. 가야산 국립공원으로 묶여 있는 곳이고, 지금은 매화산 남산제일봉으로 불리지만, 한때 천불산(千佛山)이라 불렸단다.

경로

대략 6시간 30분에서 7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일정을 느긋하게 잡았다. 너무 느긋하게 일정을 잡은 탓인지 ㅎㅎ 출발지이자 도착지로 정한 황산주차장(경남 합천군 가야면 황산리 504-9)에 도착하니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 킁...

어쩔 수 없이 마을 쪽으로 조금 들어가서 한적한 도로 한편에 주차하고 출발했다.

산행경로

산행경로는 황산주차장을 기점으로 청량사를 거쳐서 남산제일봉에 오른 후, 해인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14km 거리에, 청량사를 구경하는 시간을 포함하여 5시간 50분 정도 소요됐다. 날을 잘못 잡은 탓에, 산악회 두어 팀과 겹치면서 정상에서 인증샷 남기려고 대기한 시간이 꽤 됐다.

1차전 - 청량사

황산주차장 부근 마을길

청량사까지 한적하다 못해 고요한 시골도로를 잠깐 걸어야 한다. 햇볕을 받으면 뜨겁고,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한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였다. 습도가 낮은 덕에 땀을 흘려도 그렇게 불쾌하진 않다.

청량사로 향하는 도로
도로 건너편 풍경

여름의 적란운과 맑은 가을하늘이 공존하는 모습에 아직 여름인가, 아니 가을인가 싶다.

첫 이정표

10여분쯤 걸으면 청량사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하얀 주택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그 뒤편으로 저수지가 나타난다.

만만치 않은 동네 오르막길

청량사까지 올라가는 길의 경사가 만만치 않다. 아스팔트 포장된 도로이긴 한데, 평균경사도가 15%는 넘는 듯하다. 그래봐야 등산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워밍업 하는 셈 치고 느긋하게 오른다.

화장실

저수지 제방 옆으로 화장실이 있는데, 청량사 인근의 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 건물에도 화장실이 하나 더 있다.

황산저수지

황산저수지를 지나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다 보면 청량사 뒤편으로 심상치 않은 모습의 암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청량사 뒤편 암릉 능선

가야산 인근이라 암릉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괜찮다.

청량사 뒤편 암릉 능선

청량사

구경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구경하고 가자.

설영루

일주문 역할을 하는 설영루 아래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석축을 세워 올린 두 번째 터가 보인다. 거기까지 올라가야 대웅전을 볼 수 있다. 애초에 암자로 창건된 사찰이다 보니 그 규모가 크지 않아 금강문이나 천왕문 등은 없다.

경내에서 대웅전으로 오르는 길

한 폭의 그림 같은 길을 걸어서 대웅전으로 오른다. 어찌나 관리가 잘되어 있는지 지나친 호사가 아닌가 싶어, 밟고 가기 미안할 지경이다.

좌측이 약광전, 우측이 대웅전
청량사 대웅전

대웅전 앞마당엔 석탑과 석등이 있고, 대웅전은 특이하게 석불이 모셔져 있다.

청량사 대웅전 석불
대웅전 마당의 석등과 석탑
대웅전 마당에 바라본 아래쪽 풍경

정면의 건물이 들어왔던 설영루, 양 옆의 건물이 상락당과 적연당이란다. 사찰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나는 길에 꼭 한 번은 들러볼 만하다.

2차전 - 등산로 시작

청량사 앞 주차장

청량사 앞 주차장에 차가 많길래 절에 온 사람이 이렇게 많나 했더니, 절에는 공사하는 작업자들 빼곤 사람이 없었다. 아마 저 차들 대부분은 등산객인가 보다. 주차장 끝에 청량동 탐방지원센터 건물과 화장실이 있다.

청량동 탐방지원센터

여기서부터 등산로가 시작된다.

등산로 초입
등산로 초입
등산로 초입

초반부의 등산로 상태는 지나치게 내추럴하다. 꼭 필요한 구간만 데크 계단이 있고 나머지는 사람 손이 많이 닿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오솔길이다.

청량사에서 오르는 길의 경사는 적당히(?) 급한 편인데, 그나마 철계단이 많아서 죽을 듯 힘들진 않았다. 최근 내 산행기를 본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최근 지리산 연하봉 능선을 다녀온 후라 난이도에 대한 감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경사도에 평가는 참고만 하시라. ㅎㅎ

청량사에 50분 정도 오르면 전망대가 나타나는데, 건너편 가야산을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 가야산 조망

미세먼지 없는 맑은 가을날이 선사하는 탁 트인 시야. 그래 산에 올 땐 이래야지!

매화산 기암괴석

이 풍경을 보고서야 천명의 부처가 있다는 천불산(千佛山)으로 불린 이유를 알듯 하였다. 갖가지 모양의 암석을 그려보는 재미가 있다.

전망대에서 20~30분 정도 더 올라가면 '가위바위보' 바위였다가 현재는 '좋아요' 바위로 더 유명해진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이 바위를 따봉으로 읽으면 아저씨 ㅎㅎㅎ

좋아요 바위

이 바위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가위바위보'처럼 보인다.

보 + 바위

다른 각도에서는 또 이런 모습..

가위

여기서 산악회 팀들과 겹치면서 사진 찍느라 너무 오래 대기했다.

3차전 - 암릉 산행

좋아요 바위를 시작으로 암릉구간을 지나야 정상에 도착하는데, 살짝 오르락내리락하는 능선길이 재밌고 풍경도 훌륭하다. 비탈진 구간엔 철계단이 놓여 있어서 위험한 구간은 없었다. 고소공포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남산제일봉 정상부
가파른 암릉에 놓인 계단

이런 계단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싶다. 가끔 밧줄만 놓여 있는 곳을 만나면 어찌나 불편하던지...

뒤돌아 본 풍경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 보면 이런 풍경이다. 월출산이나 가야산에 비하면 스케일이 조금 작긴 한데, 나름의 매력은 충분하다.

건너편 가야산
병풍같은 암석옆을 지나는 탐방로

눈에 보이는 느낌은 길이 꽤 거칠 것 같으나, 계단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편하게 걸었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누군가 만들어놓은 듯한, SF 영화의 한 컷 같은 풍경이다.

가까이 보이는 남산제일봉 정상부

정상

황산주차장을 기점으로 2시간 50분, 청량사를 기준으로는 2시간여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부에서의 조망
해발 1,010m 남산제일봉 정상석

정상부에서 산악회 사람들과 겹치면서 인증샷을 남기려면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다. 날을 완전 잘못 잡았다.

겨우 인증샷 남기고 해인사 방향으로 곧장 하산을 시작했다. 점심 먹을 타이밍을 놓쳤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일단 하산부터 시작 ㅠ.ㅠ 나도 아저씨지만 산에서 듣는, 얼굴도 모르는 저 아저씨들의 섹드립은 정말 뭣같이 싫다. 서둘러 하산~

의외로 무난한 하산길

해인사 방향 하산길 시작

누군가 일부러 저렇게 게이트웨이를 만들었나 싶다. 하산길의 시작부터 경치가 장난 아니다.

하산길은 비탈지지도 않고, 탐방로 정비도 아주 잘되어 있다. 청량사 방향과는 상반된 분위기. 비탈진 오르막길을 적극적으로 피하고 싶다면 해인사 방향으로 올라서 청량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것도 좋은 선택 아닌가 싶다.

해인사 방향 하산길
해인사 방향 하산길
해인사 방향 하산길

해인사와 가까워지면 길이 임도처럼 넓어졌다가 돌로 포장된 길이 나타난다.

코블스톤 탐방로

이 길이 보이면 돼지골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해인사터미널이 나온다. 길 끝에 흰 건물이 보이길래 탐방로가 끝났나 싶었는데, 정말 곧 큰길로 이어졌다.

돼지골 탐방지원센터 (탐방로 끝)
해인관광호텔 (폐업중)

아까 봤던 흰 건물이 해인관광호텔이다. 현재는 폐업으로 방치된 상태였다. 해인사 터미널 근처에 상점이 많으니 여기서 에너지 보충이 가능하다.

4차전 - 가야산 소리길

해인사 가야천을 따라 조성된 둘레길이다. 이 길을 약 6km 정도 걸으면 기점이었던 황산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소리길 초입

큰길에서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지금은 폐쇄된 옛날 도로 같은 곳이 나온다. 쭈욱 걸어 들어가면 주차장 같은 공터가 보이는데, 설마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 마침 근처에 있던 국립공원공단 직원께 여쭈어보니 이 길이 소리길이 맞단다. 잘 보이지 않았던 공터 끝에 보행로가 연결되어 있다.

가야산 소리길

이렇게 산 언저리를 지나는 길도 있고.

가야천을 건너는 다리

가야천을 건너서 반대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가야천
낙화담

아마 여기가 낙화담이었지 싶다. 쏟아지는 물소리가 얼마나 장쾌한지, 그저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낙화담
가야산 소리길

예상치 못했던 이런 분위기의 길도 지난다.

홍류문

가야산 매표소를 겸하고 있는 홍류문이다. 문화재관람료는 폐지됐으나 주차비는 계속 받는 모양이다.

홍류문에서 30분 정도 더 걸어 가야산 소리길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면서, 이번 산행을 마무리 지었다.

가야산 소리길 종점
가야산 소리길 탐방지원센터

소리길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짧은 마을길을 걸으면 황산 주차장이 보인다.

황산 주차장 인근

곱게 해가 지는 마을 풍경이 참 평화롭다. 탈 없이 산행을 마쳐서 기분 좋기도 하고.

소회

국립공원답게, 가야산 일원답게 남산제일봉 코스도 아주 좋았다. 상콤한 오르막도 좋았고, 편안했던 하산길 역시 좋았다. 물론 산의 풍광은 말할 것도 없고.

다만, 산행과 연계한 소리길은 지루하다는 느낌이 컸다. 대중교통이 연계된다면 버스 타고 내려오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소리길을 목표로 왔다면 모를까 곁다리로 묶어서 그런지 소리길의 감흥은 별로였고, 다음에 다시 온다면 연계 코스에서 빼리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결론은... 크게 무리하지 않고 암릉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찾는다면 남산제일봉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