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1시간 남짓이면 충분" 여수 종고산 둘레길

epician 2025. 2. 15. 20:14

최근 어쩌다 보니, 운동삼아 그간 못 가봤던, 근처의 둘레길을 하나씩 찾는 중이다. 엊그제는 아주 만만해 보이는 종고산 둘레길을 다녀왔다. 종고산은 등산하기엔 너무 낮아서 관심 밖에 두다 보니 정말 수십 년 만에 가보는 듯하다.

경로

약 3.5km 정도의 거리이고,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 듯하다. 1시간 남짓의 코스라 운동 겸, 산책 겸 가볍게 나서기에 좋아 보인다.

들머리

인구부 전투지 안내판

지나가며 대충 봤던 안내판인데, 사진을 남긴 덕에 오늘 다시 한번 자세히 읽어본다. 이 안내판이 세워진 지점을 들머리로 삼았다. 주소는 "여수시 연등1길 74-2".

살짝 가파른, 몇 가구 없는 동네 어귀를 따라 오르면.

등산로를 향해 가는 길
뒤돌아본 풍경 (연등동 방향)

어느 집 마당 앞에서 등산로가 시작된다.

우측 돌계단이 등산로 초입

가파른 500미터

둘레길과 합류하는 지점까지 500미터 정도를 올라가야 하는데, 이 구간이 여느 등산로처럼 가파른 편이다. 둘레길이라고 해서 마냥 편한 길만 있을 거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초반 등산로 상태

낙엽 탓에 중간에 길이 좀 흐려진 구간이 있긴 했는데, 나갈 길을 못 찾고 헤맬 정도는 아니었다. 초반 500미터만 잘 견디면, 둘레길과 합류하는 구간을 만날 수 있다.

둘레길 시작

둘레길 합류점

이곳에 도착하니, 국가지점 표지판 아래로 길이 보였다. OSM 지도상의 길은 위로 좀 더 올라가야 하는데, 옆으로 뻗은 이 길이 둘레길 맞나 싶은 의심이 살짝 들었다. 대충 길이 다듬어진 상태를 보니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둘레길 같다. 일단 지도를 무시하고 이 길로 걸어보기로.

가는 내내 OSM 지도에 올라가 있는 길과는 방향만 맞을 뿐, 오차가 30m 정도 계속 발생한다. 또 다른 길이 있는 것인지, 누군가 올려놓은 길의 GPS 수신 상태가 안 좋았던 것인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다음에 확인차 해당 지점까지 올라가 봐야겠다.

종고산 둘레길
종고산 둘레길 (덕충동 방향 조망)

얼마 걷지 않은 거 같은데, 옆으로 덕충동이 내려다 보인다. 둘레길의 거리가 짧다 보니 조망이 바뀌는 것도 순식간이다. 얼마 지나지 않은 거 같은데, 공화동, 수정동, 남산동 방향으로 조망이 순식간에 바뀐다.

종고산 둘레길 노면

근처 다른 둘레길에 비하면 정비상태도 훌륭하고, 노면의 고저차도 거의 없는 편이라 걷기엔 아주 수월하다. 마치 어느 공원 걷는 기분.

돌탑이 쌓인 사거리 도착

돌탑이 쌓여 있는 사거리에 도착하니,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정표

걸어보니 이런 이정표가 드물어 꽤 아쉬웠다. 도심에 있는 산답게 여러 방향으로 샛길이 많았는데, 정작 그런 곳 근처에는 방향이나 둘레길을 안내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 구간을 지나면서부터 수정동 방향과 마주하며 조망이 열리기 시작한다.

뷰 포인트

조망점

나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던 산 바깥쪽 풍경이 위 조망점에 도착하면 그나마 좀 시원하게 시야가 열린다.

전망대에서 본 풍경

여수엑스포 부지와 오동도 그리고 바다 건너 남해를 조망할 수 있다. 그리고, 계속 걷다 보면 조금씩 시야가 트이는 구간이 있다.

수정동, 고소동 방면 조망
자산공원 방면 조망
관문동, 종화동 방면 조망

수평선을 볼 수 있어서 조금 놀라긴 했다. 여수는 비록 바다가 코 앞이라도 수평선이 보이는 장소가 드문 편이다.

오동도 조망

오랜만에 오동도를 보니 저기 가본지도 꽤 됐다는 생각이 든다.

둘레길 노면

종고산 둘레길은 거친 바윗길이나 너덜길이 없다. 그 덕에 운동화만 신어도 걷기 괜찮지 싶다.

남산동 방면 조망

겨울이라 잎사귀를 모두 떨군 덕에 빽빽한 나뭇가지 사이로 어슴푸레 산 바깥쪽이 내려다 보인다.

충무동, 국동 방면 조망

건너편으로 장군산, 구봉산이 보이고 그 아래로 충무동부터 국동까지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군자동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

군자동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 도착하여,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시누대 숲길

노면 상태도 훌륭하고, 경치도 나쁘지 않아 정말 걷기 즐겁다.

의도치 않은 탈출

원래 계획은 들머리까지 둘레길을 따라 걷는 것이었는데, 이정표 없는 갈림길에서 마을 쪽으로 방향을 잘못 잡고 말았다. 잘못 빠진 직후 바로 알아채긴 했는데, 다른 진입로 상태도 알아두고 싶어서 잘못 빠진 길로 계속 내려갔다.

가파른 진입로

계단도 없는 길이 꽤 가파르다. 여긴 오늘 시작했던 들머리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 보인다.

이런 곳도 있구나 싶어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내려오는데, 할머니 한 분이 텃밭까지 거름포대를 옮기시려고 준비하고 계신다. 저 연세에 힘드시겠다 싶어, 거름포대를 얼른 들어다 텃밭까지 옮겨다 드리고 나니, 오늘 하루 운동했던 것보다 땀이 더 난다.

그 어르신의 연신 고맙다는 말씀에 문득 드는 생각이, 착한 일 좀 하고 살라고 누군가 날 여기로 이끈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등산로 끝

앞에 보이는 파란지붕의 집을 지나면 곧 큰 도로와 만난다. 저 집의 주소가 "여수시 동령현길 60-7" 이니, 여길 들머리로 삼고자 한다면 참고하시기 바란다.

큰길로 내려와서는 충무동주민센터 앞으로 지나 출발지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