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여수 장군산 둘레길 "이 근방에선 최고?"

epician 2025. 2. 7. 22:34

최근 너무 바쁜 탓에 산행을 자주 못하기도 했고, 짬 내어 겨우 다녀왔던 곳도 마음에 여유가 없다 보니 후기를 남기지 못했다. 오늘 마침 밀려둔 산행기 가운데 몇 개를 몰아서 써볼까 싶은 마음이 솟아오른다.

의외로 좋았던 장군산 둘레길

산행경로

날씨도 춥고, 일 하느라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다 보니 바깥 활동을 거의 못했다. 너무 처박혀 지내다 보니 허리도 아파오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다. 그래서, 가까운 곳을 물색하다가 짧게 돌 수 있는 장군산 둘레길을 가보기로 했다.

근처에 있는 구봉산 둘레길, 고락산 둘레길과 굳이 비교하자면 여러모로 가장 나았다. 1시간 30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고, 예상 밖이지만, 경치도 나쁘지 않다.

1회차 들머리

버스를 타고 한재 이디야 근처에서 내렸다. 건너편의 동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한재(한재터널 위)에 도착할 수 있다.

초입부 동네 풍경

예전에 몇 번 와본 기억이 있는데,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너비의 도로다. 이곳 도로사정을 대충 알고 있었고, 어차피 나는 혼자 오는 길이라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한재에서 내려다 본 풍경

이 풍경도 참 오랜만이다. 못 본 사이에 주변 시설물들이 더 좋아진 것 같다.

한재에서 장군산 등산로 방향으로 걸어가다보면 둘레길로 나뉘는 길이 나타난다. 길을 넓은 편이고, 정비는 나름 잘 되어 있다.

둘레길

여서동 방향 조망

둘레길로 들어서기까지의 경사가 가장 가파른 편이고, 일단 둘레길에 접어들면 큰 경사 없이 완만하게 걷기 편한 길이 계속된다.

둘레길
한영고 조망

한영고 뒤편을 지나서 오림동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너덜지대 같은 거친 노면이 가끔 나오니 등산화는 꼭 신는 편이 낫다.

문수동/오림동 방면 조망
연등동 방면 (윗길) 조망
둘레길 노면 상태

막상 둘레길을 걸어보니, 아래에서 산을 올려다 볼 때는 몰랐던 것들이 꽤 있다. 일단, 이런 게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큰 암릉이 나와서 놀랐다.

암릉 구간

길은 암릉 아래를 지나니, 굳이 저 위를 올라갈 필요는 없지만, 한번 올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암릉 위쪽으로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이 꽤 또렷하다.

발풀고사리

이 겨울에 푸른 고사리가 있을 수 있나 싶어서 유심히 보니, 흔히 아는 고사리와는 잎모양이 조금 다르다. 인터넷을 찾아본 결과, 발풀고사리란다. 상록성 고사리이고 주로 남부지방에 자생한다고. 어쨌든 겨울숲의 상록수들은 늘 반갑다.

고소동 방향 조망

오래 전에 구봉산과 묶어서 등산했던 기억이 다 지워진 탓인지, 장군산 둘레길에는 예상치 못한 풍경이 제법 많았다. 그중 하나가 고소동 방향의 조망이다. 여기서 멀리나마 바다가 보일 거라곤.

경도방향 조망

길 너머로 살짝 내려다 보이는 곳이 경도다. 정말 예상 못했던 다채로운 풍경에  놀랐다.

여수 구도심 전경

왼편에 걸린 산은 종고산이고, 그 옆으로 여수 구도심이 주욱 펼쳐진다. 정말 예상치 못했던 조망 맛집.

여수 구도심 전경

해태아파트를 마주 보는 지점에 도착하면 넓은 개활지가 나타나는데, 말라죽은 덩굴이 사방을 뒤덮어 윤곽이 또렷하진 못하나, 대략 공동묘지 느낌이다. 시야를 가리는 잡목이 없는 덕에 여수 구도심을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다.

날머리

출입차단된 곳

둘레길 따라서 잘 걷다 보니 한재에 가까워질 무렵 길이 끊긴다.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한재로 갈 수 있는 마을길과 이어진다. OSM 지도에는 옛날길이 그대로 남아 있어 우회로를 추가하여 변경해 두었으니, 초행길이라면 OSM 지도를 참고하시라.

한재에서 바로 복귀할 수도 있으나, 여행 기분 좀 내고 싶어서 서교동 마을길을 따라 더 내려가서 서시장에서 버스를 타고 복귀했다. 장군산 둘레길의 첫 소감이라면 접근성은 100점에 가깝고, 여유롭게 걷기에 더없이 좋았다. 자주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2회차 (다른 들머리)

한 달 만에 장군산 둘레길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걸어볼 겸해서 들머리를 다른 곳으로 잡았다.

들머리

광무동 프레지움탑테라스를 검색하거나 "여수시 광무동 799-35 번지"를 찾으면 들머리 근처에 올 수 있다. 한적한 이면도로라 주차하기도 편하고, 대중교통 접근성 또한 훌륭하다.

가파른 마을길

한재 방향으로 올라갈 때도 동네 안길이 가장 가팔랐는데, 여기 또한 시작부터 경사가 가파르다.

골목길을 따라 쭈욱 올라가다 보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헷갈리는 순간이 온다. 그때, 집 두 채 사이로 난 골목길로 들어서야 하는데, 그 집 주소가 "여수시 광무9길 22"와 "여수시 광무9길 20"이니, 헷갈린다 싶으면 주소 표지판을 잘 찾아보시라.

가파름 가파름

한재 방향보다 둘레길까지 접근하는 길이 더 가파르다. 덕분에 운동은 조금 더 되는데, 노약자분들에겐 버거울 수도 있겠다. 쉬엄쉬엄 느긋하게 걸으셨으면 한다.

충무동 방향 조망
가파른 오르막 길을 되돌아 보며

저 오르막길을 지나야 둘레길과 이어진다.

이번엔 반 시계방향으로 걸었는데, 날이 너무 흐려서 사진은 거의 안 찍고 오롯이 걷는데만 집중했다. 물론, 그 시간의 90%는 잡생각으로 가득했지만.

오른쪽 철계단을 따라 둘레길로 다시 진입

한재를 지나면 둘레길이 끊긴 구간이 있는데, 마을 안쪽 길을 따라 걷다가 위 사진의 철계단을 올라야 둘레길로 다시 진입할 수 있다. 이곳 주소가 대략 "전남 여수시 광무동 938번지" 근처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흰 리본

철 계단을 지나면 곧 샛길이 하나 나오는데 거길 들어가면 안 되고, 흰 리본을 따라 쭈욱 직진하면 된다.

2회차의 날머리

2회차 들머리 근처에 OSM 지도에 없는 갈림길이 있다. GPS 트랙도 딸 겸, 샛길로 하산을 해보기로.

샛길 이정표
샛길 이정표

내려가는 길이 울퉁불퉁하지만, 그렇게 까지 나쁘진 않았으나...

날머리

큰 도로 근처에 도착하니 날머리가 예상 밖에, 어느 주택 앞을 가로질러 나간다. 그 옆으로 닭장인지 축사인지, 이 겨울에도 냄새가 고약한 뭔가가 하나 있다. 지날 때는 몰랐는데, 다 내려오고 보니 신발에 젖은 배설물이 한가득 묻었다. ㅠ.ㅠ 냄새가 어찌나 심한지 (굳이 설명 안 해도 되는) 뒤처리에 한참 고생했다.

앞으론 이 길로는 다시 안 오겠지 싶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