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버들붕어 번식하면서 틈틈히 적어놓은 번식일지를 정리해봅니다.
저 역시 다른 분들이 올려놓은 자료가 도움이 많이 됐었기에.
앞으로 적을 내용은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들어간 것도 있고, 잘못 알고 있는 내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맹신하진 마시고, 그냥 참고만~
버들붕어 번식에 앞선 기본적인 준비물.
- 잘 자란 버들붕어 암수 한쌍. (숫놈은 무리 중에 가장 화려한 놈, 암놈은 덩치가 크고 배가 빵빵한 놈)
- 번식용 수조.
- 히터 (수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여름철이라면 없어도 무방)
- 치어용 먹이. (브라인 슈림프, 로티퍼 같은 생먹이가 좋으나 여의치 않으면 탈각 알테미아를 준비)
- EM 또는 PSB 같은 박테리아제 (없으면 몸으로 떼우면 됩니다 ㅎㅎ)
저는 처음이라 삽질을 대박했습니다. ㅋㅋ 수조 세팅부터 삽질이었고요.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 무렵엔 이미 늦어서, 그냥 허탈한 웃음만.
1. 번식용 수조세팅
아시겠지만, 버들붕어는 거품집을 만들어서 산란을 하고, 부화가 되고 치어들이 움직일 수 있을 무렵까지 숫놈이 치어를 지킵니다. 근처에 다른 물고기가 오면 아주 거칠게 몰아내는데, 이 과정에서 거품집이 부서지기도 하고, 유영능력이 없는 치어들이 물살에 휩쓸려 가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방해받지 않고 번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따로 번식수조를 꾸며야 합니다. 번식용 수조가 없다면 부화 후, 살아남을 치어는 한 마리도 없을 겁니다.
수조는 관리하기 편하게 25~30큐브나 1~1.5자 정도면 충분한데, 치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크기 별로 선별해서 분리를 시켜주거나 도태를 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치어들이 어느 정도 컷을 때 1차 선별 후 도태, 2차 선별 후 두 그룹으로 분리시켰습니다.
번식용 수조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바닥재 없는 어항에 스펀지 여과기로 세팅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가지고 있는 스펀지 여과기가 2자용이라 번식수조로 꾸민 25큐브 수조에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무모하게도 저면여과기를 넣고 바닥재를 넣었습니다. 이게 청소하기가 엄청 힘듭니다. 노동집약적 관리를 필요하더군요.;;
200~300마리가 싸대는 똥은 저면 여과기로는 어떻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절대로 ㅋㅋ
그리고 번식수조에는 치어가 휩쓸려다니지 않을 정도의 약한 물살이 있어야 합니다.
순환하지 않는 물은 썩기 마련이고, 치어들이 먹이활동도 잘 하지 않습니다.
2. 암수 입수
암수 동시에 새로 세팅한 번식용 수조에 입수시키는 것을 추천합니다.
시간차를 두고 따로 따로 입수를 하면 먼저 적응해 있던 녀석이 상대방을 심하게 괴롭히더군요.
저는 처음 짝을 지어줄 때, 숫놈을 하루 전에 넣고 다음 날 암놈을 넣었더니 암놈은 적응을 못해서 어리둥절, 숫놈은 잡아먹을 기세가 달려들어서;; "내 아를 낳아도~~" ㅡ.ㅡ;; 덕분에 암놈은 지느러미 다 떨어져 나가고 완전 그지꼴.
암수가 산란을 시작하면 암놈도 숫놈과 비슷한 혼인색이 돕니다. 숫놈 만큼 화려하진 않으나 평상시 보기 힘든 색이 올라옵니다. 산란을 마치면 평소 보기 힘든 색인 하얀색에 가까울 정도로 창백한 체색으로 변하는데, 이때가 분리시킬 타이밍입니다. 산란이 끝나면 암놈을 "너 누구냐??"라는 듯이 매정하게 몰아내기 때문에 이 타이밍을 포착해서 분리시켜주면 됩니다.
3. 부화
부화는 산란 후 약 44시간 전후 입니다. 저수온 상태(25도 이하)가 아니라면 대부분 48시간을 넘기지 않고 부화합니다.
그리고 4일째 되는 날이면 유영 능력이 생기면서 거품집을 벗어나 흩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숫놈을 분리해줄 타이밍입니다.
4일 이전에는 한두 마리씩 거품집을 벗어나는 치어를 계속 모아놓는데, 4일째부터 치어들이 유영능력이 생기고 사방으로 동시에 흩어지기 시작하면 숫놈 역시 포기하고 멍 때리게 됩니다. 이 순간이 오면 조심히 숫놈을 꺼내서 원래 살던 수조로 돌려 보냅니다.
4. 먹이
4일째까지는 난황을 흡수하기 때문에 뭘 줘도 먹질 않습니다. 혹시나 하고 먹이를 넣어주면 수질만 악화시키니 먹이주면 안됩니다. 5일째부터 준비한 먹이를 줍니다. 어느 정도 급여를 해야 하냐면 무조건 배가 빵빵하게 보일 때까지 하루 4~5번 이상 틈틈히 계속 줍니다.
당연히 먹이량 조절이 쉽지 않은데, 이럴 경우를 감안하여 잔반처리용으로 번식수조 안에 애플스네일, 생이새우, 우렁이 등 치어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청소 생물을 넣습니다.
살아 있는 생먹이(브라인 슈림프, 로티퍼, 물벼룩 등등)라면 치어들이 본능적으로 관심을 보이는데, 탈각 알테미아 같은 인공사료류는 움직이지 않으니까 먹이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여과기를 가동시켜 아주 약한 물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물살을 따라 탈각 알테미아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초기엔 입도 작고 유영능력도 부족해서 덮썩 덮썩 먹진 못합니다. 입에 넣었다 뱉었다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먹기 시작합니다.
버들붕어는 워낙 치어 수가 많기 때문에 먹이량 조절을 정말 잘하셔야 합니다. 200~300마리나 되는 치어 때문에 한번 수질이 악화되면 정말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5. 청소
치어 육성 시기에 가장 고단한 일이 똥청소입니다;;
200~300마리가 한번씩만 싸도 수조 바닥이 똥으로 뒤덮일 지경이 됩니다. 그래서, 청소 편하게 하려면 바닥재는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생이새우, 우렁이류 등의 청소 동물을 넣는 것도 적극 추천)
부화 후 한달 정도 지나야 겨우 10mm 정도 크기가 됩니다. 덕분에 청소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싸이펀질은 상상도 할 수 없으니, 뜨게질용 대바늘에 에어호스를 케이블 타이로 묶어서 싸이펀 대용 청소도구를 하나 만드세요.
물론 이걸로 바닥청소를 조심스레 해도 주변에 있는 치어들이 딸려나옵니다. 한마리도 안딸려나올 수는 없고, 최대한 적게 딸려나오도록 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밖으로 딸려나온 치어는 스포이드로 빨아들여서 집으로 go back~~
최대한 빠르게 청소를 하고 빼낸 만큼의 물은 새 물로 보충해주는데, 보충할 물은 수온차이가 절대 있으면 안되고, 보충할 때도 새우류 물맞댐하는 식으로 최대한 느리게 넣어주셔야 합니다.
3~4일에 한번씩 바닥 청소를 해도 워낙에 치어수가 많다보니 수질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EM이나 PSB 같은 여과에 도움이 될 만한 박테리아제를 사용하시라고 권해드립니다. 물론 이걸로도 다 해결되진 않습니다만, 청소 사이클을 어느 정도 늘릴 수 있습니다.
6. 환수
3~4일에 한번씩 청소와 더불어 어느 정도 물보충을 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숫자가 숫자인지라 적극적으로 환수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몰살 당하기 쉽습니다. 어쩌다 몇 마리씩 죽어나가는 게 아니고, 하룻밤 사이에 대량으로 죽는다면 대부분 수질악화 때문에 죽는 것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1주일에 한번 정도는 청소와 더불어 50~60% 정도의 물을 빼내고 환수해주는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적어도 1주일이라고 적긴 했지만 수조 상황이 모두 같을 수는 없겠죠? 물에서 안좋은 냄새가 난나던지 백탁이 생긴다던지 하여튼 안좋은 낌새가 보이면 적극적으로 환수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청소와 환수는 가능한 적극적으로.
이때 물은 수조 수온과 정확히 맞춰서 기포기로 1시간 정도 강하게 에어레이션을 해서 잔류염소를 모두 날린 후에 사용하셔야 합니다. 부화 초기에는 가급적 염소제거제 같은 약품류는 안넣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환수할 때는 바가지로 떠 넣는 용감한 행동보다는;; 에어호스 등을 이용해서 새우류 물맞댐하듯이 1~2시간에 걸쳐 천천히 들어가도록 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주 2회 정도 꾸준히 환수했는데, 환수쇼크로 죽은 개체는 한마리도 없었습니다.
7. 육성 및 도태
치어들을 빠르게 육성시키려면 먹이보다 중요한 게 수온입니다. 수온이 낮으면 성장도 느려집니다. 여건이 된다면 여름이라고 할지라도 수온이 27~28도 사이에서 고정되도록 히터를 넣어줍니다.
같은 날 태어나서 같은 먹이를 먹였는데, 개체 간의 성장속도가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격차가 커집니다. 대략 한 달 정도 키우면 10mm 내외의 크기가 되는데, 성장이 느린 개체들은 서너배 정도 작습니다. 이런 개체들은 선별하여 과감히 도태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작았던 개체들은 커서도 작습니다. 아마 미성숙란이 부화되서 그렇지 않나하는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개체들은 과감하게 도태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양어장도 아니고 개인이 200~300마리 모두 육성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또, 성장과정 중에 기형인 개체들이 제법 발견됩니다. 등이 굽거나 턱이 빠져있거나 체형이 이상하거나 등등..
이런 개체들도 수시로 선별해내어 도태시킵니다.
약 45일에서 60일 정도 번식수조에서 키우다보면 덩치 차이가 제법 많이 난다는 것을 아실겁니다. 이미 이 시기이면 번식수조는 포화상태일테이니 더 큰 수조로 옮기던지 선별하여 두 그룹으로 나누던지 뭔가 대책을 강구하셔야 합니다. 밀집해서 몇 백마리가 있다보니 서로 지느러미를 물어뜯는데, 서로 간의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저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각각의 수조에서 따로 키웠습니다.
2달 정도 자라면 굉장한 실수만 하지 않으면 잘 죽지 않습니다.
8. 정리
위와 같은 방법으로 저는 첫 번식에서 200~300마리 가량 키워냈습니다. 자연 탈락한 개체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였습니다.
키우다보니 200~300마리는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되더군요. 잘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니고 200~300마리라는 숫자는 초반에 적극적으로 도태시키지 못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끝까지 가게 된 경우입니다. ㅡ.ㅡ;; 절대 많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장사할 거 아니라면 ㅎㅎ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치어 생존율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게 적극적인 환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화 후 7~15일 이후부터 적극적인 똥청소와 환수가 성공적인 번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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