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길고양이가 남긴 긴 여운

epician 2016. 10. 15. 15:00

근래 들어 1주일에 한번 꼴로 근근히 생명유지용 라이딩을 즐기고 있습니다. 내일은 비 소식이 있네요. 오늘 아니면 또 한동안 라이딩을 못하겠구나 싶어서 살짝 피곤한 몸을 이끌고 라이딩에 나섰습니다.

복귀길에 오랜만에 펑크가 났네요. 애매한 지점에서 펑크가 난 바람에 어디서 수습할까 잠시 생각.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펑크 수습하는건 너무 모양새 빠지는지라 ㅎㅎ 생각해보니 오며가며 얼핏봤던 굴다리가 적당한거 같습니다. 앉을만한 쇼파도 있었던거 같고.

덕분에 간만에 걸어봅니다. 요샌 등산도 안하고, 산책도 통 안하는터라 정말 간만에 걸어보네요.
자전거 끌고 걷다보니 한적한 가을 경치도 눈에 들어오고 나름 괜찮네요. 근데, 생각했던 굴다리에 도착해보니 앉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쇼파가 흙먼지로 뒤벅범입니다. 여긴 아니구나 싶어서 인근 초등학교로 다시 이동. 대략 1KM 정도를 걸었습니다.

펑크 수습도 간만에 해보는터라 어색어색.

펑크 수습 중펑크 수습 중

튜브 들어내고 타이어 안쪽에 박힌 이물질은 없나 손으로 훑어가며 수습 작업에 매진. 오랜만에 CO2 한발 터트려서 마무리 하고나니 길고양이 한마리가 불쑥 나타납니다.

길고양이길고양이

낯선 사람한테 어찌나 애교를 부려대는지 순간 당황했네요. 튜브 담아두는 지퍼백을 주물럭거렸더니, 먹는 건 줄 알고 밥 달라고 난리입니다 ㅠ.ㅠ

푸석거리는 털상태를 보자마자 길고양이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유심히 보니 꼬질꼬질한 행색에 삐적마른 몸둥이에. 순간 동정심 대방출;;;

이 녀석을 어쩌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고양이 키우는 후배에게 슬쩍 물어보니 사양하네요. 내가 데려갈까 잠깐 생각도 해봤는데, 고양이 털 날리는건 정말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제 한몸 건사하기도 힘들어서 미치겠거든요. 여튼, 이것도 인연이라고 근처 편의점에서 소시지 한주먹 사다 놔주고 돌아섰네요. 아마 전생에 저 녀석한테 신세진 일이 있었나 봅니다. ㅎㅎ

길고양이길고양이

부디 잘 풀려서 좋은 새 가족 만나거라!